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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준 초이 ‘백제의 美, 볼수록 가슴이 뜨거워 진다’

 

준 초이 ‘백제의 美, 볼수록 가슴이 뜨거워 진다’

부산시립미술관서 전시회

 

어린시절 집근처 사찰은 그에겐 즐거운 놀이터와 같았다. 장난감 소리보다 목탁소리가 더 귀에 익숙했고, 법당서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향내는 그리운 어머니의 냄새와도 같았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소년은 그 냄새와 소리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사진작가 준. 초. 이(56). 그는 25년여간 광고계에 몸담으면서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휩쓸어 왔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맨하탄에 자신의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연 작가다.



“볼수록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백제의 미…’사진전 여는 준 초이씨

 

  반가사유상 비롯한 31점 전시

“배경잡기위해 세번 전국 일주”


<사진설명> 지난 1월24일 스튜디오에서 만난 준초이 씨가 ‘반가사유상’ 사진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부산시립미술관서 오는 17일까지 ‘백제의 미, 그 아름다움의 절정’ 사진전을 열고 있는 그를 강남 개포동 스튜디오서 만났다.

-감각적인 광고사진이나 백남준, 정명훈, 사라장 등 문화예술인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등 인물중심 사진에서 정적인 문화유산사진으로의 전환이 눈길을 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백제인들의 얼과 혼이 담긴 ‘반가사유상’ ‘석조여래좌상’ 등 국보급 불교조각과 백제미술 가운데 가장 정채(精彩)있었던 ‘토기’ ‘치미’ ‘백제금동대향로’와 같은 공예작품이 담긴 31점의 사진을 소개합니다. 볼수록 가슴이 뜨거워지는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유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경을 잡아내기 위해 1년 동안 전국을 세 번이나 돌았어요. 금동향로에서 곧 피어오를 것 같은 운무를 담아내기 위해, 비온 후의 제색을 기다리며 산 속에서 며칠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 사진과의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진을 좋아하시던 물리선생님이 계셨는데 사진장비 들고 그분 많이도 따라다녔더랬습니다. 이후 중앙대 사진과와 1982년 일본 니혼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했지요. 얼마 전 고교 당시 선생님을 만났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 준초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이름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1982~88년대 말 미국에서 사진가로 활동하던 당시 본명인 최명준을 발음상 편하게 ‘joon,choi’라고 친구들이 부르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그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해 서울로 돌아와서도 그 이름을 버리지 못하겠더라구요. 당시는 영어와 자신과의 싸움이었죠. 학창시절 공부 꽤나 싫어하던 제가 한국에 돌아올 때쯤 영어단어를 빼곡이 적은 노트가 6박스 정도 나왔으니까요.

-관조스님과의 인연은?

=미국서 있을 때 리치올리 라는 이태리서점이 있었는데 그곳서 낡은 한국 책 한 권을 보게 됐어요. 그것이 바로 관조스님의 사진집이었는데, 이후 백상기념관 전시회 때 스님을 처음 뵈었죠. 사진으로 고민할 때마다 늘 조언을 해 주시곤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스님의 소개로 상좌인 승원스님(총무원 기획실장)을 만나게 됐고, 지금까지 스님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지요. 장모님도 가평 백련사에 모셨어요.

-불교와의 인연은?

=불교는 한국문화속에 뿌리가 깊게 뿌리내려서인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어요. 요즘엔 집에서 늘 아침저녁으로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좌선과 절 수행을 하곤 합니다. 일본에서의 유학생활에서 터득하게 된 것인데 늘 염원하던 것을 기도로서 마음을 굳건히 했던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지요. 가평 백련사서 목어 소리를 넋 놓고 듣고 오기도 합니다.

-앞으로 작품 구상은?

=불교사진이 불교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불교적 사상을 담으면서도 그 틀을 깰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지요. 마음을 울리는 사진, ‘마음으로 듣는 사진’을 찍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는 작가가 되기를 늘 염원하구요.

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불교신문 2398호/ 2월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