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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전세계 137곳에 사찰…조계종 해외포교 현주소

 

전세계 137곳에 사찰…조계종 해외포교 현주소

 

한국스님이 주축이 돼 해외에 설립한 포교당이나 사찰은 한국불교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창구역할을 한다. 하지만 해외포교 역할을 개별 사찰과 스님에 일임했다고 할 만큼, 그 중요성에 비해 이들에 대한 종단 차원의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세차례에 걸쳐 해외포교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진단해 본다.

 

〈上〉 해외사찰 현황 / 활동은 손꼽을 정도로 ''미약''

서구의 불교는 ‘달라이라마 불교’나 교학적인 일본불교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禪)불교의 정수를 자랑하는 한국불교는 아직 자리가 넓지 않다. 이런 점에서 동양사상과 선사상이 조화를 이룬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조계종의 오랜 과제다. 하지만 “해외포교가 국내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조계종이 추진중인 해외포교사업을 봐도 국제선센터 설립과 영문판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이 전부다. 해외에서 포교활동을 펴는 스님들에 대한 지원이나 체계적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 국제팀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에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사찰은 137곳. 중국, 일본, 필리핀, 스리랑카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부터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과 캐나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한국불교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찰이 현지에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낯선 문화와 제도권에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외포교를 담당하는 스님들이 꼽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난이다. 최근 종단의 지원을 요청한 미국 캘리포니아 전등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5년 4월에 개원한 전등사는 일요법회에 15명 안팎의 신도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주택을 임대해 법회를 봤는데, 지역주민의 항의로 쫓겨나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 “사찰이 안정돼야 한국인은 물론이고 현지인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할 수 있는데 개원 3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 자리를 못 잡고 있다”는 주지 보광스님은 “화장실도 없는 집 한 채를 어렵사리 구입해 사찰로 사용하고 있는데 집세 갚느라 다른 일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스님은 “불서 한권도 넉넉하지 못해 인연 있는 불자가 매달 한부씩 보내주는 불교잡지가 전부이고, <천수경> 한권이 없어서 복사해서 신도들과 나눠 읽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유일한 조계종 사찰인 반야보리사 역시 사찰로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임대료에 대한 부담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기도 하다.

낯선 문화와 재정난으로

대부분 정착 어려움 봉착

안정적 종단지원 목 말라 


중국 등 몇몇 나라의 경우 제도적인 문제도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자국민의 종교활동은 인정하지만, 타국의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시주금 없이 재정을 사찰이 모두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종교집회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는 국가 종교국, 중국불교협회, 공안국 외사처를 거쳐야 하며,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현재 많은 해외사찰이 도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신행활동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호주 시드니 정법사이다. 기후스님이 1992년 창건한 정법사는 10년 사이 200세대 이상의 신도들이 법회에 참석하는 호주지역 대표사찰이 됐다. 정법사는 일요정기법회는 물론 매주 요가 및 참선교실을 열어 호주 내 한국인과 호주인 포교에 성과를 거뒀다. 또 한국의 학생들에게 정법사 교민 2세와 호주인 스님과의 만남을 통해 어학공부도 하고 해외 생활을 체험하도록 하는 청소년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해 해외사찰과 한국사찰과의 연계 및 협조관계를 구축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지 법등스님은 “정법사를 성공사례로 꼽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곳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포교인력은 물론 지원책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 미조리주 세인트루이스 불국사도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은 선각스님이 2002년 개원한 이 사찰의 가장 큰 특징은 후원회가 결성돼 있는 점이다. 미국 불국사 후원회 모임인 ‘불국회’는 한국에서 국제포교에 관심 있는 불자들이 원력을 세워 불국사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매년 회비를 걷어 사찰재정을 직접적으로 돕고 있다.

땅 한평, 건물 한 채 없는 이국땅의 어려움 속에서도 불법을 목말라하는 교포와 현지인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님들. 하지만 사찰을 닫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곳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398호/ 2월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