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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자연은 한결같이 정진바라밀을 수행하고 있다

 

자연은 한결같이 정진바라밀을 수행하고 있다

이시우 前서울대 교수 강연

이시우 전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는 오는 6일 안성 도피안사에서 ‘지구환경의 문제와 불자의 삶’을 주제로 강연한다. 도피안사 개산 16주년 기념법회에 초청된 이 박사는 천문학과 불교를 접목해 <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 등의 책을 펴낸 독실한 불자다. 도피안사의 강연에 앞서 그가 보내온 강연내용의 골자를 실었다.


  미리 듣는 특별강연 / ‘지구환경의 문제와 불자의 삶’


 <사진> 이시우 전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

 

46억 년을 지나온 살아 있는 지구가 산업화와 소비증가에 따른 유해물질의 배출로 각종 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지구의 병은 다시 인간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미치며 지상 생물종의 멸종위기까지 초래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주요 물질은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 아황산가스, 프레온가스, 폐수, 중금속 물질, 폐기물, 화산재 등이다. 특히 지구대기에 가장 많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는 적외선을 잘 흡수하여 방출함으로써 대기와 지면의 온도를 높이는 중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지구온실효과로 지구평균온도는 100년 사이에 5℃나 상승되었고, 2100년에는 5~6℃ 더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토양의 건조화로 작물생산력이 저하되고, 연강수량이 600mm 이하의 사막화가 일어난다. 200년 후에는 사막화된 면적이 지구대륙 면적의 약 1/3에 이를 것이다.

# 46억년 지구 유해물질에 ‘신음’

기온상승으로 2100년에는 세계가 심각한 물 부족상태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대기순환의 변화로 혹서, 홍수, 국지적 호우, 태풍, 사이클론, 허리케인, 토네이도 등의 잦은 발생, 엘리뇨같은 기상이변, 해수온도와 해수면 상승, 잦은 지진과 해일이 발생한다.

특히 산성비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서 토양의 생산능력 저하, 산림의 황폐화, 수중생물의 멸종, 호수의 죽음, 생태계 파괴 등을 유발한다. 그리고 현재 프레온가스에 의한 심각한 오존파괴로 매년 남극 하늘에서 미국 크기의 3배만한 오존이 파괴된 구멍이 생기고 있다.

<사진설명> 지구보존을 위해서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서 자연의 만물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사진은 사찰의 일부가 되어 수행자들과 함께 공존하는 범어사 대나무 숲. 불교신문 자료사진

세계 해수평균온도는 매년 0.04℃씩 높아진다. 이에 따라 빙하가 녹으면서 2100년에는 해수면이 50~200cm 상승할 것이며, 200~500년 후에는 남북극의 빙하가 다 녹아 해수면이 600cm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인류의 약 70%가 해안평야지대에 거주하므로 엄청난 토지손실과 수십억 명의 환경난민이 발생할 것이다. 해수온도 상승과 해양오염, 해안개발 등으로 해양생물의 1/4(100만종)이 서식하는 산호초의 약 30%는 이미 백화현상으로 소멸했고, 30%는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인 연기관계 회복해야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의식주를 보시 받는다.

그러면 이에 대한 대가로 인간은 무엇을 자연에 보시하는가?

어떤 인위적인 의도를 버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자연에 대해 인간의 보시바라밀이다.

 

2050년에는 세계의 모든 산호초가 소멸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물고기의 1/4 이상이 멸종될 것이다. 세계 총 산림자원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열대림은 중요한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인 동시에 산소 공급원이다. 화전경작, 방목, 화재, 벌채 등으로 현재 세계 열대림의 약 절반이 소실되었고, 이에 따라 세계 생물종의 반 이상이 멸종되었다. 앞으로 80년 후에는 세계 열대림이 완전히 소실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지구환경파괴로 매일 20여종의 생물종이 멸종되고 있다. 생물종의 3/4이 서식하는 열대림의 소실로 생물종은 대량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1970~2003년 사이에 육식동물의 31%, 민물생물의 28%, 바다생물의 27%가 멸종되었다. 그리고 현재 양서류의 30% 이상, 포유류의 23% 이상, 조류의 12% 이상이 멸종위기에 있다. 2007년 UN환경계획 보고서는 지구환경파괴로 지구생물의 6번째 대멸종이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날 심각한 지구환경과 생태계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이미 2600여 년 전 세존께서 수많은 법문을 통해서 밝혀 두었다.

이런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 사물을 마음이 만들어낸 헛것으로 보지 말고 외물의 객관적 실재를 인정하는 현대불교의 사상적 변혁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 불자의 삶을 바르게 지켜가는 방법을 알아보자.

① 불법의 근본은 범우주적 연기관계이며 이에 따라 만물은 변하므로 고정된 자성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까지 인간들 사이의 연기관계만 중시해 왔고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기관계를 완전히 무시해온 것이다.

앞으로는 자연과의 삼륜청정(三輪淸淨)의 연기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외물의 존재를 경시하는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인간우월주의를 계속 주장하는 한 인간은 자연과 동등한 관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지구환경의 파괴는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지구보존을 위해서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서 자연의 만물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토록 자연주의사상에 따라 실질적인 우주관을 정립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우주의 한 구성 요소일 뿐이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인간이 마음대로 만물을 유정(有情)과 무정(無情)으로 분별하는 것은 생명경시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주 만물은 모두 생명을 가진 초유기체(超有機體)로서 그 존재가치가 동등하다는 생명존중사상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불교는 우주 만물의 마음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자기(自己)가 타자(他者)인 동시에 타자가 자기가 된다. 그래서 자연을 보면 인간을 알 수 있고, 인간을 보면 자연을 알 수 있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인 상즉상입(相卽相入)이 성립한다. 이것이 인간의 자연화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을 보면 자연이 불쌍하고 처참해 보이며, 자연을 보면 인간이 무섭고 잔인해 보인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화 되지 못한 탓이다. 인간이 자연화 되고자 하면 가능한 자연에 손대지 말자. 인간이 자연을 도구로 삼아 행복을 추구해 오지만 행복은 항상 불행을 내포하므로 행복과 불행은 동일하다는 중도의 논리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라

② 지구환경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한 방법으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6바라밀을 알아보자.

자연과 인간 사이의 주고받는 일상적인 삶의 과정이 보시바라밀이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의식주를 보시 받는다. 그러면 이에 대한 대가로 인간은 무엇을 자연에 보시하는가? 어떤 인위적인 의도를 버리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자연에 대해 인간의 보시바라밀이다. 그리고 집단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지계바라밀이 필수적이다. 인간은 자연의 수많은 구성원중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이 자연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지 않고 소비를 최대한 줄이면서 자연환경과 질서에 잘 적응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지계바라밀이다.

우리가 무생물이라고 부르는 자연의 사물은 모두 인욕바라밀을 수행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인욕바라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인간들 사이에서도 인욕바라밀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을 떠나서는 인간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에 최대한 적응하고 수용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인욕바라밀이다. 자연의 만물은 한결 같이 정진바라밀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탐욕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있을 뿐이다. 자연은 그날이 그날 같은데 인간은 매일 발전한다고 한다. 정진은 발전이 아니라 지속이다. 그래서 자연과의 조화로운 평등한 연기관계의 지속이 자연에 대한 정진바라밀이다.

자연과 소외된 채 깨달음이란 허망한 목표만을 좇는 선정은 만물의 존재가치를 잃은 헛된 꿈일 뿐이다. 자연의 만물처럼 항상 가장 낮은 에너지상태에서 들뜨거나 흥분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선정바라밀이다. 외부 사물의 상분(相分)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아뢰야식의 정보창고로 들어가 여러 정보들을 서로 비교해서 최종 판단을 내는 상분에 대한 마음의 인식작용이 견분(見分)이다.

따라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서 외물의 상분에 대해 올바른 견분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걸친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지식이 아뢰야식에 저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기관계에서 직관적 통찰력이나 전일적 사고활동이 가능한 ‘반야바라밀’을 이루게 된다.

오늘날 불자들은 모두가 현대의 ‘고따마붓다’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현대에 알맞은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이 되어 물질문명이 앗아간 정신세계의 회복과 불교문화 창출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출가자는 재가자를 무조건 제도하려고 하지 말고 구체적 우주관을 가지고 지구환경의 위기극복에 솔선 수범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불교신문 2439호/ 7월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