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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화마가 삼킨 국보1호 숭례문…“남 일 아니다”

 

화마가 삼킨 국보1호 숭례문…“남 일 아니다”

불교계 방재시스템 구축 ‘발등의 불’

 


지난 10일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불교계 안팎의 목조문화재 화재관리대책이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11일 문화재위원회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2006년에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된 182쪽의 실측도면, 1961~63년 수리했을 때의 보고서, 그 밖의 사진 자료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원형 복원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복원을 장담했지만, 이번 화재에 대한 책임논란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숭례문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3년, 예산은 2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정문화재 20% 사찰에…대부분 화재에 취약

소방안전 시급 불구 정부 예산은 달랑 ‘1억’뿐

문화부 “종단차원 최선…정부.국회도 관심을”


<사진> 지난 10일 밤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전소된 국보 1호 숭례문. 이를 계기로 불교문화재의 방재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신재호 기자

이번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수많은 목조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불교계도 전국에 산재돼 있는 사찰 화재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화재 직후인 12일부터 경상북도, 전라남도, 대구광역시 등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둘러 관내 사찰에 소장돼 있는 목조문화재에 대한 긴급안전 진단에 나서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임시방편으로는 화마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불교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계종 문화부장 수경스님은 “지난 2005년 낙산사 화재를 경험해야 했던 불교계인 만큼 숭례문 화재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각 사찰에서 화재예방에 대해 만전을 기해야 하겠지만, 종단과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월12일 고창 문수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요사채 등 전각 3개 동이 전소돼 1억 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17일 군산 지장암에서도 불이나 주지실과 요사채가 전소되는 등 화재가 잇달아 발생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사찰에서만 416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해마다 50여건 이상 화재가 일어나고 있어 불교문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방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 지정문화재는 총 8797건이며 이 가운데 불교와 관련된 문화유산은 3079건으로 전체 35%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1847건의 문화재가 전국 507개 사찰에 분산돼 있다. 전체 지정문화재 가운데 20%가 사찰에 보관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찰은 많은 수가 산중에 위치하고 있어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고 목조건물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화재피해 규모는 다른 일반 건물에 비해 매우 크다.

이런 이유로 조계종에서는 지난 2005년 발생한 낙산사 화재를 기점으로 사찰 화재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는 낙산사 화재 직후 전국 32개 주요사찰을 대상으로 방재대책 현황조사를 벌이고 2006년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 부석사와 영암 도갑사 등 일부 사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찰이 소방 설비는 물론 화재 발생 시 진화에 사용할 소방용수도 부족했다. 또 일부 사찰의 경우에는 소화전과 같은 소방 설비나 경보시스템이 아예 없거나 작동되지 않는 것도 확인돼 사찰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문화부는 화재안전선 확보, 소화전 배치 및 작동 점검, 소방용수 확보, 소방차 진입로 확보, 초기 감지시스템 확보 등이 시급하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예산.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문화부는 2005년 정부에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해 70억 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배정받은 예산은 현황조사비 1억 원이 전부였다.

이후 지난해와 올해 각각 문화재청 예산 15억과 17억 원을 배정받아 합천 해인사, 강진 무위사, 안동 봉정사, 양양 낙산사 등 4개 사찰에 방재대책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연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인사의 경우 팔만대장경판전을 산불 등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방수포 시설이 설계변경 승인을 받지 못해 시공자체가 미뤄지고 있다.

이분희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행정관은 “종단에서는 사찰현황조사의 확대실시, 적극적인 문화재 소방개념의 도입, 방재대비 매뉴얼 및 행동지침 마련, 방화수림 등 주변환경 정비, 법적 제도개선 등을 향후 방재대책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종단의 역량으로 모든 대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국회 등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401호/ 2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