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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봉사하러 와서 人情 배우고 가요

 

 

“봉사하러 와서 人情 배우고 가요”

따뜻한 연말을 준비하는 사람들

① 현장 자양복지관 ‘독거노인 방문진료’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어려운 이웃에 대한 자비보살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본지는 불교계 각지에서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남모르게 선행을 실천하는 따뜻한 현장을 찾아가 훈훈함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어르신 저희들 왔어요! 의사선생님도 함께 왔으니 문 열어 주세요.”
 
지난 11월28일 오후. 찬 바람이 공기를 가르고, 길거리에는 낙엽이 뒹굴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추위를 더욱 느끼게 하는 서울 광진구 노유동 노른산시장 일대에도 동장군이 좁은 거리를 휩쓸고 다닌다.
<사진설명> 열린의사회 이왕림 회장이 폐암으로 투병중인 할머니의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쪽방이나 다름없는 좁은 방을 찾아가는 자원봉사자 일행은 자양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들과 (사)열린의사회 회원들. 두 세 명이 앉기에도 비좁을 방에 홀로 누워 있는 노인들은 이 지역의 거동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열린의사회와 연계해 仁術 봉사
 
추운 겨울 보낼 생필품도 전달
이날 일정은 모두 6가구의 노인들을 방문해 진료를 해 주고, 차가운 겨울을 지낼 내의 등 생필품을 전하기로 돼 있다. 올 10월부터 광진구 자양사회복지관과 열린의사회가 기관연계 사업의 일환으로 매월 2회 지역 독거노인을 보살피는 일에 나서고 있는 것.
 
자양사회복지관 손승찬 사회복지사의 소리에 불편한 몸을 일으킨 박모(82)할아버지는 가는 목소리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이날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은 열린의사회 이왕림(리 압구정 크리닉원장)회장이 청진기를 잡고 박인철 진료차장이 진료를 도왔다. 특별한 인물도 있었다. 불자 국회의원으로 광진구에 활동했던 추미애 전 의원도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동행했다.
 
“할아버지 혈압한번 재 볼게요. 어디 불편한데는 없나요. 안마 해 드릴게요.” 뜻밖의 방문에 그저 고마울 따름인 할아버지는 말을 잊어버리고 고개만 끄덕인다.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옷가지와 파스 등 의약품을 품에 안은 할아버지는 이내 눈물까지 글썽인다. “할아버지 끼니 제때 챙겨 드시고, 약 드시는 것 잊지 마세요. 그리고 날 추워지고 눈오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셔야 돼요.”
 
이왕림 원장의 충고에 고마움을 표시한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이지만 집밖까지 나서서 배웅을 해 준다. 방문단은 이구동성으로 “봉사하러 왔다가 어르신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돼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말한다.
 
두 번째 방문한 곳은 5년째 폐암으로 투병중인 정 모(78)할머니 집이다. 변변한 치료한번 하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는 상상을 초월한 정신력으로 쑥뜸과 한방재료 등 민간요법으로 암과 투병하고 있었다. “할머니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사세요. 이제 5년이 넘었으니 암도 할머니를 이기지는 못할 겁니다.”
 
나머지 독거노인 방문에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환대를 받았고, 봉사단은 성심껏 진료와 선물꾸러미를 전해 주며 사람사는 정을 나눴다. 방문진료를 마친 일행은 자양복지관으로 돌아와 평가회를 가졌다. 장영심 관장은 “우리 지역에는 어렵게 사는 독거노인 많아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열린의사회와 연계돼 의미있는 사업을 펼치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열린의사회 이왕림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이 회장은 “불교계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행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 줄 몰랐다”며 “봉사하러 왔다가 사람 사는 따스한 인정을 느끼고 간다”고 화답했다. 저녁이 되자 찬바람이 도시 모퉁이를 휘감았지만 전등불 켜지는 독거노인의 방에는 따스한 자비의 등불이 빛을 더하고 있었다.
 
여태동 기자 tdyeo@ibulgyo.com
 
[불교신문 2382호/ 12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