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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불교음악의 포교적 의미

 

불교음악의 포교적 의미

찬불가는 귀.소리로 전하는 참 지혜

 

화성.국악 등 다양한 장르 확대

전통 범패도 응용…일상 퍼지길

 

불교의 천룡팔부 중에 건달바(Gandharva)라는 음악의 신이 있다. 건달바는 항상 ‘부처님께서 설법하는 자리에 나타나 신묘한 음악으로 정법을 찬탄’하는 팔부중의 하나로 상징화되어 있다. 경전에 건달바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교도로서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법을 호지한 것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관점에서 본다면 건달바는 음악으로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방법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음악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느끼는 의미를 음성과 악기의 연주음을 통해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불교음악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그것을 듣고 느끼는 마음의 움직임을 소리로 표현하고, 악기로 연주하여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방법으로 발전하였다. 전통적인 의식작법의 하나인 범패(梵唄)는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 포함된 대표적인 불교음악이다.

오늘날의 불교음악은 범패뿐만 아니라 서양음계에 기초한 화성(和聲)과 동양음계를 활용한 국악까지 다양한 영역과 장르가 포함되어 있다. 어떤 음악이든 부처님의 가르침과 그 의미가 함축된 내용을 정형화된 소리로 표현하고, 악기로 연주한다면 이는 불교음악의 범주로 포함시킬 수 있다. 다만 불교음악은 아름다운 소리와 연주, 화음을 갖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미와 기능적 효과 면에서 여법(如法)함을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불교음악은 다른 종교계의 음악과는 달리 정진과 수행의 의미가 더 많이 내포되어 있다. 즉, 단순한 찬탄이 아니라 그 소리를 관함으로써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고,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참다운 지혜를 깨우치도록 하는 효과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음악적 요소를 활용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험하도록 만든 신행방법이 <천수경>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사상이다.

<천수경>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자재하게 관함으로써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은 ‘소리를 관하여 통찰지를 얻은 보살’로서 중생의 고통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를 관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지혜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특정한 보살을 상징화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부처님의 법음을 듣고 깨우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의식용 천수경 독송에 사용되는 요령소리는 고주파에 해당하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머리를 자극하여 지혜를 증득하는데 도움이 되는 소리가 될 수 있다. 또한 법고, 범종, 운판과 목어와 같은 사물들도 모든 중생들에게 지혜를 일깨워주는 악기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신도들이 함께 하는 염불과 정근 소리는 저주파의 공명을 일으키면서 온몸으로 환희심을 느끼게 해 준다.

오늘날은 소리를 이용한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초음파는 특수한 인체 사진을 찍거나 스트레스 해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응용되기도 한다. 사람의 음성에서 발생하는 주파수는 200Hz~6000Hz로 그것을 넘어서는 고주파 혹은 그 이하의 저주파의 소리를 활용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범패와 같은 불교의 전통 음악 뿐만 아니라 신행과정에서 활용하는 염불, 정근, 각종 법구 소리 등을 과학적으로 잘 연구한다면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력과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규명해 낼 수 있다. 불교 성림과 함께 여러 형태로 발전한 불교 음악적 요소들은 불자들의 신행생활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포교에도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불교음악은 전통 범패에만 국한되기 보다는 명상음악과 치료음악, 그리고 불교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응용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 깊숙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통 범패 소리도 의례적 활용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소리들을 되살려 재현하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불교신문 2381호/ 12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