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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고승]퇴운 신겸스님-풍채 당당한 大畵僧 면모 ‘풀풀’

 

퇴운 신겸스님-풍채 당당한 大畵僧 면모 ‘풀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 탱화, 진영 등 불화로 널리 이름을 떨쳤던 조선후기 대표적인 화승(畵僧)인 퇴운 신겸(退雲 愼謙)스님. 퇴운스님은 고운사, 김룡사, 용문사, 혜국사 등 경상북도 북부지역은 물론 충청북도, 강원도 등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화승이다.


대선사 칭호, 높은 법력 대변

속도감 있는 필선 처리 ‘눈길’


스님은 존상을 그릴 때 상호를 타원형으로 하고 측면일 경우 볼을 약간 볼록하게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눈은 미간에 바짝 붙여 그리고 코를 길게 표현하는 데 반해 입은 유난히 작게 그렸고, 신체는 세장한 느낌이 들도록 길게 표현했다. 색 사용에서도 어둡고 탁한 진채를 적절하게 배합해 칠을 했는데, 이런 표현은 퇴운스님만의 화풍으로 볼 수 있다.

<사진> 김천 직지사성보박물관에 모셔져 있는 퇴운 신겸스님 진영. 사진제공=<한국고승진영전-깨달음의 길을 간 얼굴들>(직지사성보박물관)

스님이 참여한 작품으로는 직지사 대웅전 신중탱(1797년)을 비롯해 환창사 채운암 산중탱(1798년), 김룡사 석가모니후불탱(1803년), 혜국사 석가모니후불탱(1804년), 용문사 지장탱(1813년), 김룡사 화장암 석가모니후불탱(1822년), 고운사 현황초(1830년) 등이 있다. 또한 김룡사 대성암의 낙파당 지수스님 진영(1815년), 남장사 성파당 우삼스님과 쌍원당 민관스님 진영, 용문사 두운당과 용파당 진영, 혜국사 청허당과 모은당 진영 등도 스님의 작품이다.

특히 1822년 스님이 제자들과 함께 말년에 조성한 김룡사 화장암 석가모니후불탱은 채색이 변질되어 화면이 매우 어둡지만 존상의 표현과 구성이 뛰어난 수작으로 평가된다. 또 지난 2006년 제천 신륵사 극락전 외벽에서 스님 주도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 ‘사명대사행일본지도(四溟大師行日本之圖)’가 발견돼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후기 왕성한 활동으로 한국불교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퇴운스님의 진영은 직지사성보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좌측 상단에 ‘退雲堂大禪師信謙眞影(퇴운당대선사신겸진영)’이란 제목이 쓰여 져 있는 이 진영은 19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진영에 ‘화사(畵師)’ 대신 ‘대선사(大禪師)’란 칭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볼 때 스님이 단순히 화사에 머물지 않고 오랜 수행과 덕을 쌓아 선사로서 존경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진영속의 스님은 풍채가 당당한 노선사의 모습으로 표현됐다. 특히 얼굴을 그릴 때 사용된 필선은 다른 진영과 달리 간략하면서 속도감이 있게 처리한 것이 눈에 띈다. 자세히 얼굴 부분을 살펴보면 초본으로 짐작되는 먹선이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먹선은 그 위에 그려진 얼굴 필선과는 일치하지 않는데, 초본으로 뜬 처음 모습이 진영을 완성하는 과정에 어느 정도 수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478호/ 11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