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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고승]수월 영민스님 - 자금빛 담긴 장삼 인상적

 

수월 영민스님 - 자금빛 담긴 장삼 인상적


“그윽이 듣건데, 근고에 유일한 대승의 근기로서 사문의 표본이 되신 분 수월화상 그분이시다. 화상의 법휘는 영민(永旻)이며, 성은 김 씨이니….”

의성 고운사에 위치한 수월대선사 비문의 글에서 스님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스님은 순조 17년인 1817년에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불상과 불탑을 만들면서 놀이를 했다고 한다. 17세에 출가해 청파스님을 은사로 계를 받고 임제의 37대손으로 법맥을 이었다.

긴 손가락·원만한 어깨 자애로워

32상호·큰 귀ㆍ스님 수행력 가늠

10년간 면벽을 한 끝에 깨달음을 얻은 스님은 생전에도 사리가 나온 것으로 유명하다. 기록에 따르면 “만년에 마곡사에 계셨는데 어느 때에는 제비가 정수리에 내리기도 하였다. 갑자년 3월 상순에 사리 두과가 어금니에서 나왔고, 삼월 초하루에는 사리 한과가 오른 눈에서 나오고, 보름날 밤에는 사리 4과가 두 눈에서 나오며, 18일에도 사리 4과가 또 눈에서 나왔다. 섣달 28일에는 사리 3과가 왼눈에서, 2과가 오른쪽 눈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사진> 의성 고운사에 모셔져 있는 수월스님 진영.

기록을 합하면 총 9차례에 걸쳐 64과가 나왔다. 한번은 고운사 전체가 불이 난 듯 환한 빛에 휩싸여 주민들이 놀라 달려가니 그 빛이 수월선사에게서 나오더라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스님의 수행력과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님의 자애로운 모습은 고운사에 모셔져 있는 진영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정수리의 윗부분은 오목하게 솟아있고, 희고 긴 손가락, 둥글고 원만한 양쪽어깨가 인상적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인의 특징인 32상호를 보면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진영의 화기가 훼손돼 그린 사람을 알 수는 없지만 어쩌면 부처님의 32상호를 생각하며 수월스님의 모습을 옮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온몸이 자금색으로 빛난다는 특징을 반영한 것인지, 스님의 장삼은 금빛이 담긴 자주색이다. 또 큰 귀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을 듯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오른손은 검은 염주를 살포시 쥐고 있는데, 흰 손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움푹 패인 눈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일제시대 팍팍한 삶을 살아야하는 중생을 바라보는 애처로움이 담긴 듯 애수에 젖어 있다. 왼쪽 어깨에 주장자를 기대놓고 있는데, 이는 부처님 법에 기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상징으로 보인다.

수월스님은 입적하는 순간에 “울지 말고 빈소를 차리지도 말아라. 바로 화장하라”며 수좌들에게 수행자의 본분을 지킬 것을 신신당부했다. 한번 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사부대중의 본보기가 됐던 수월스님의 진영은 지금도 고운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 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불교신문 2488호/ 12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