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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고승]만화 원오스님- ‘화엄보살’ 명성 외모에 가득

 

만화 원오스님- ‘화엄보살’ 명성 외모에 가득

 

한국불교의 수행과 신앙형태에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경전인 <화엄경>을 근본으로 한 화엄학에 능통해 당대 최고의 강사로 존경을 받았던 조선 중후기 대표적인 학승 만화 원오스님(萬化 圓悟, 1694~1758). 원오스님은 1694년(숙종 20) 9월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스님의 법호는 만화(萬化), 법명은 원오(圓悟), 속성은 이 씨다. 어린 시절 지방에서 추천을 받은 선비인 공생(貢生)을 지내면서 수군영의 관아를 출입한 스님은 성품이 본래 과묵하고 세속적 명리에 관심을 두지 않아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배경없이 가부좌한 자세 취해

인자하고 후덕하게 얼굴 묘사

 

이후 해남 대흥사로 출가한 스님은 당대 전국에서 이름을 떨치던 선지식인 환성 지안스님, 호암 체정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며 경론을 배워나갔다.

학문에 대한 스님의 정진은 여타 학승들에 비해 두드러졌다고 한다. 결국 스님은 1723년(경종 3) 30세에 나이에 경전의 뜻에 통달하게 되고 강사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후에도 경론은 물론 수행정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묘향산, 오대산 등지를 찾아다니며 공부와 수행을 멈추지 않았던 스님은 인허 해안선사에게 선법(禪法)을 전해 받으며 학식과 선지식을 겸비하기에 이른다.

대흥사 13대 강사 가운데 한 분이기도 한 원오스님은 특히 화엄학에 밝았다. 수많은 법석에서 학인들에게 가르침을 전한 스님은 ‘화엄보살’이라고 불리며 강사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당시 스님에게 배움을 받고자 한 대중들이 100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수행하며 이웃을 제 몸처럼 아끼는 등 부처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 사부대중으로부터 ‘생불(生佛)’로 추앙받기도 했다.

<사진> 순천 선암사에 봉안돼 있는 원오스님 진영.

스님은 오대산 상원암에 머물며 화엄경 39품의 종지를 밝혔고, 만년에는 선을 통한 깨달음을 얻는 참선에 몰두했다. 이후 1758년(영조 34) 8월7일 세수 65세를 일기로 송광사에서 입적했다. 이러한 스님의 공덕을 찬탄하기 위해 대흥사에 세자익위사 부책임자 이의경이 글을 짓고 동해상인 조병민이 글씨를 쓴 탑을 세웠다. 스님의 영각은 만일동국선원(挽日東國禪院)에 있다.

원오스님의 진영은 순천 선암사에 봉안돼 있다. 이 진영은 바닥이나 배경에 아무런 시설물 없이 가부좌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형식의 진영은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벽면과 일직선으로 구분되는 2단 구도를 취하고 있어 의자에 가부좌를 한 다른 진영과 대조를 이룬다. 진영 좌측 상단에 ‘만화당대선사지영(萬化堂大禪師之影)’이란 제목이 기록돼 있는 스님의 진영은 두 손으로 염주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특히 부드러운 눈매, 둥그런 코 등 스님의 모습이 인자하고 후덕하게 묘사돼 있어 고승으로서의 면모가 돋보인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449호/ 8월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