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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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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골굴사의 원효 경주 골굴사의 원효 굴(窟)은 이 세상 어디에 있는 것이든 어둡고 습하다. 몇몇 짐승에겐 숨어 있기 더없이 좋은 방이겠으나 인간은 묵을 곳이 못 된다. 물론 몸과는 인연이 맞지 않는다 해도 눈에는 제법 정겨운 물건이다. 돌들이 자아내는 깊고 서늘한 질감은 왠지 낯익다. 그 옛날 미련 없이 박차고 ..
강진 백련사의 동백 강진 백련사의 동백 가을을 맨 먼저 감지해내는 건 후각이다. 9월말에서 10월초, 시간대는 아침이나 저녁나절이 알맞다. 문득 현관문을 열면 가을의 독특한 체취와 조우한다. 코끝이 시큰하다는 표현으로는 서너 뼘 모자란다. 겨울의 냄새는 이것의 숙성 혹은 진화다. 뼈를 건드리는 추위와 뒤섞여 한..
닝보 아육왕사의 500나한 닝보 아육왕사의 500나한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문화대재앙이었다. 광기와 우연이라는 세계사의 속성을 여실하게 드러낸 근현대 초유의 사건이다. 문혁(文革)은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해 주도됐다. 마오는 경제부흥책인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정치적 위기..
김해 모은암의 가야 김해 모은암의 가야 가야(伽倻)는 잊혀진 나라다. 가야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한 책을 남기지 못했다. 멸망한 뒤엔 신라사의 일부로 잠깐 다뤄지다 말았다. 그마저 팔할은 두루뭉술하고 미심쩍은 설화 일색이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란 건 상식이다. 승자는 패자에게 일어난 끔찍한 사고와 재해..
삼보스님 ‘할복’ 시도 충격 … 삼보스님 ‘할복’ 시도 충격 … “상처 깊어 봉합수술 미룬채 치료” 10·27법난 명예회복 추진위원회 위원인 삼보스님(삼척 기원정사 주지)이 지난 8월30일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을 규탄하며 할복을 시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0일 조계사를 찾은 삼보스님은 “이명박 정권은 불교탄압 중단하..
고령 반룡사의 대나무 고령 반룡사의 대나무 대나무는 원칙적으로 풀이다. 특정 식물이 나무로 규정되려면 목질부를 지녀야 한다는 게 학계의 정의다. 수관 체관 나이테 등이 구비된 통상적인 나무의 몸통 말이다. 대나무는 이 같은 목질부가 텅 비어있다. 식물학적 갈래도 외떡잎식물 벼목 화본(禾本)과. 벼의 일종이란 이..
안성 칠장사의 임꺽정 안성 칠장사의 임꺽정 임꺽정(林巨正)은 어린 시절 유독 말썽을 부리던 천둥벌거숭이였다. 근심이 그칠 날이 없던 부모는 아들의 이름을 아예 걱정이라고 불렀다. ‘걱’은 한자로 표기할 경우 ‘클 거(巨)’의 밑에 받침 ‘ㄱ’을 붙인다. 畓(논 답), 乭(이름 돌)과 같이 중국에선 쓰이지 않는 우리나..
공주 갑사의 불족적 공주 갑사의 불족적 발은 가장 학대받는 신체부위다. 광고사진으로 찍혀 화제가 된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만 볼썽사나운 게 아니다. 사람의 발은 누구의 것이나 패이고 갈라지고 허물어졌다. 인체의 맨 밑바닥에서 온몸의 하중을 통째로 떠안은 탓이다. 비좁은 신발에 싸여 끊임없이 땅에 비벼지는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