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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티베트 유혈참사 왜 일어났나

 

티베트 유혈참사 왜 일어났나

 

 

 

스님과 일반 시민들로 이뤄진 시위대가 티베트기를 들고 걷고 있다.(사진 왼쪽) 도로를 줄지어가는 중국경찰들. 사진출처=프리 티베트 캠페인



 중국 ‘불교말살’ 정책에 분노 폭발

 달라이라마 관련 책 법문 검열…사진소장도 단속

 독립운동 49주년 기념 평화시위 경찰 과잉 진압



많은 사상자를 낳은 지난 14일 티베트 사태는 지난 60여 년간 중국의 지배를 받아온 티베트인들의 오랜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1950년 중화인민공화국에 강제 합병된 이후 티베트는 중국의 시짱자치구라 불려왔다. 꾸준히 자유를 요구해온 티베트인들은 1959년는 라싸에서 대규모 독립운동을 일으켰으나 실패하고, 이로 인해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인도 망명길에 올랐다. 그간 티베트불교 말살정책을 펴온 중국은 1990년대에 들어 달라이라마와 관련된 책이나 법문 등을 검열했고, 달라이라마 사진을 소장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티베트인들의 반발을 샀다.

이번 티베트 사태는 올해로 49주년을 맞는 티베트 독립운동을 기념하며 지난 10일 라싸에서 진행된 시위를 중국정부가 강경 진압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 10일 스님과 신도들은 라싸에서 바코르 광장 인근까지 독립운동을 기념하며 평화시위를 계획했지만 무장한 중국경찰들이 시위대를 저지하고, 주동자로 의심되는 스님 15여명을 체포함에 따라 평화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에 대해 티베트 망명정부는 지난 14일 “3월10일 평화행진은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평화행진임에도 중국정부가 과잉 진압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14일 과잉진압을 계기로 시위는 티베트 전역으로 확대됐다. 티베트 망명정부에 따르면, 14일 라싸에서 1000여 명이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이 시위대에 발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에는 암도에서 5000~6000여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쓰촨성 티베트 자치주에서는 시위대 일부가 구류되고, 라싸 인근에서는 시신을 가득 실은 군용트럭이 목격됐다고 한다.

또 16일 암도 지방 카르티 사원에서는 1000여명 이상의 스님들이 경찰에 의해 봉쇄된 사원을 넘어 시위대에 합류했으며, 최루탄이 발사되고, 총소리가 났다고 전해왔다. 이 같은 소식은 달라이라마 티베트중앙정부의 공식홈페이지(www.tibet.net)에서 공개됐으며, 프리티베트캠페인, 티베트 인권ㆍ민주센터 등 홈페이지에는 티베트 시위 현장과 사망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기사가 보도돼 전 세계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티베트 사태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져 국제사회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외신을 통해 중국 정부가 시위대에 발표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중국정부의 자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강경 일변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 사태에 대해 ‘인민전쟁’을 선언하고 달라이라마 공격에 나섰으며, 시짱자치구는 시위대에 17일 자정 전에 투항할 것을 권유했다. 중국정부가 공표한 투항시간인 17일 자정이 지난 18일(현재) 라싸 지역에서는 무차별 검거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티베트 망명정부는 17일 자체 홈페이지에 긴급호소문을 게재하고 중국지도부에 티베트 탄압을 중단해줄 것을 호소했다. 호소문에서 “중국정부의 최후통첩 이후 티베트인들에 대한 대량학살이 우려된다”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티베트인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고 감금된 이들을 풀어주고, 부상자들을 치료해줄 것을 중국정부에 촉구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유엔인권위에 진상조사단을 즉각 파견해 피해지역을 조사하고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게 해줄 것”을 촉구했다.

무차별 탄압 긴장고조…망명정부 홈피에 긴급호소문

락빠 쵸고 대표, 총무원 방문 … ‘한국불교’ 관심 부탁


이와 관련해 달라이라마 법왕동아시아 대표부 사무소 락빠 쵸고 대표는 지난 17일, 18일 이틀간 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해 해인총림 해인사, 조계총림 송광사, 영축총림 통도사 등을 방문해 티베트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17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예방한 락빠 쵸고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60년 간 가슴에 묻어뒀던 티베트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중국 정부와 그동안 대화로 풀어가려고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한국불교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관스님은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간곡하게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어 불교신문 사장 선묵스님을 만난 락빠 쵸고 대표는 “한국 또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티베트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불자들이 티베트 사태에 도덕적으로 책임을 느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묵스님은 “힘들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부처님 자비로 조속히 해결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김동건)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국은 티베트인에 대한 야만적 학살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재가연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지난 50년대 티베트를 강제점령하면서 120만명의 티베트인들을 학살했고, 라싸 시민들에게 화염방사기를 난사하는 반 인권적 행위를 서슴지 않은 바가 있다”며 “이제라도 반인륜적 탄압을 중단하고 티베트인의 평화적 시위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현경 기자

[불교신문 2411호/ 3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