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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3월 개강한 중앙승가대학교 수행관을 가보니…

 

3월 개강한 중앙승가대학교 수행관을 가보니…

미래 선지식들 수행열기 ‘가득’

 

3월 새 학기를 맞아 각 학교들이 일제히 개강한 가운데, 중앙승가대도 학구열에 불타고 있다. 신학기를 맞은 수행관의 모습은 어떨까. 미래 한국불교의 요람인 중앙승가대의 비구수행관 육화당을 지난 11일 찾았다. 오전5시,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의 정적을 뚫고 도량석이 중앙승가대를 깨웠다. 이윽고 수행관의 각 방에 불이 하나 둘 켜지고. 학인스님들은 곧장 3층 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열과 행을 맞춰 가지런히 벗어놓은 슬리퍼에서는 잠 깬지 얼마 안 된 흐트러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새벽 5시 예불부터 10시 취침까지

본분사 깨닫기 위해 ‘정진 또 정진’



5시15분, 130명의 대중이 모두 모인 가운데, 새벽예불이 시작됐다. “지심귀명례”를 낭송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법당을 쩌렁쩌렁 울리는 학인스님들의 목청에는 열정과 더불어 기교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 있었다.

학인스님들의 예불은 ‘사자후’와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피부 속을 파고 들어 소름이 돋을 때쯤, 죽비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졌다. 10분간의 좌선. 그렇게 학인스님들은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진> 3월 개강한 조계종립 중앙승가대학교 비구수행관인 육화당에서 정진하고 있는 수행자들. 중앙승가대 수행관에서는 지난 학기부터 저녁예불 후 2시간씩 간경을 하고 있다. 김포=김형주 기자


대학이라는 서구식의 간판을 걸고 있지만, 중앙승가대는 승가의 기본을 그대로 지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본은 다름 아닌 대중생활. 대중 속에서 얽기고 설키면서 본분사를 깨닫고 있었다.

중앙승가대의 대중 생활은 자체 청규로 규정된다. ‘자유’를 상징하는 대학 캠퍼스의 일반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팍팍하기로 유명한 1학년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대강 알 수 있다. 오전5시 예불, 6시 발우공양 및 운력, 7시30분 습의, 9시부터 오후5시까지 수업, 오후5시 저녁공양, 6시30분 예불, 7시 간경, 9시 대중공사, 10시 취침. 하루 동안 자유로운 때는 1시간 정도의 목욕시간뿐이다.

이채로운 것은 발우공양과 운력, 간경, 대중공사다. 아침공양은 반드시 발우공양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행관에는 넓은 공양방이 따로 있다. 큰 사찰에서나 있을법한 운력도 한다. 간경은 일종의 자율학습 시간이다. 저녁 예불 후 공양방에 모여 2시간 정도 각자 필요하거나 부족한 공부를 함께 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사회복지학과 3학년 구견스님은 “출가해서 대중생활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화합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참 학인스님도 대중생활에 대한 생각은 매일반이었다. 입학 전까지 말사에서 살았다는 무경스님(불교학과 1)은 “2주일밖에 안 됐지만 그전에 혼자 살면서 쌓인 안 좋은 습관을 되돌아보고 고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대중생활과 여법한 공부 여건은 중앙승가대를 스님들 사이에서 일류대학으로 떠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중앙승가대는 지난해 86명의 신입생을 받은 데 이어, 올해도 편입생을 제외하고 82명의 학인스님들이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또 지난 2월에 치러진 사회복지사 1급 자격고시에서 응시자 전원에 해당하는 22명이 합격하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입승 소임을 맡고 있는 혜융스님(역경학과 4)은 “미래 불교를 이끌 동량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팽배해 이미 강원을 졸업한 스님들도 우리 학교에 입학하려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육화를 실천하고 있는 곳, 중앙승가대 수행관에는 미래 선지식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김포=김하영 기자

[불교신문 2409호/ 3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