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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부처님 고향에 자비 평화의 씨앗 심다

 

부처님 고향에 자비 평화의 씨앗 심다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 ‘4박5일 네팔 평화순례’

 

 

2월23일 카트만두 선혜학교 개원식<본지 제2405호 5면 참조>으로 네팔 방문일정을 시작한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룸비니 마야데비 사원 연못 촛불기도회, 룸비니동산 사리이운법회, 네팔불교도 합동법회 및 5000명분 대중공양, 포카라 페와호수 방생법회, 한국이민 네팔 여성의 친정 방문 및 한국인 양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만남 주선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평화사절’로서 이름을 남기고 27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네팔정부 초청 극진한 환영행사

진신사리 이운…5천명 대중공양

한국이민 네팔여성 친정母 상봉

<사진> 부처님의 탄생을 예고했던 불빛일까. 3000개의 촛불이 마야부인이 싯다르타 태자를 낳기 직전 몸을 씻었다는 연못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순간 300명의 순례객의 마음은 2500년전으로 돌아갔다.

‘108산사순례기도회’(회주 선묵스님)의 이번 방문은 네팔 일부 지역의 소요사태 우려 등으로 관계 당국으로부터 간곡한 ‘자제요청’ 속에 시작된 만큼 시종 긴장감과 평화의 기운이 교차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네팔 외무부 등 초청 주최 측 또한 환영행사를 비롯한 모든 행사와 순례단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교계 최고 지도자인 촉기 님마 링포체 스님이 공항에 나왔다. 전통악기를 불며 환영 퍼레이드도 펼쳤다. 병환으로 3개월간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던 89세의 수상이 직접 환영행사에 참석, 회주 선묵스님에게 평화훈장을 수여했다.

<사진> 네팔 방문 첫날인 2월23일 숙소인 크라운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순례단 환영행사에서 선묵스님(오른쪽)과 네팔 불교 최고지도자 촉기 님마 린포체 스님이 선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외무장관은 환영행사에 이어 이튿날 룸비니동산에서 열린 법회까지 참석했다. 순례단의 이번 방문이 ‘한-네팔의 굳건한 친교의 다리’가 될 것이라는 인사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그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수상은 첫날 환영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여러분과 다르지 않다”며 ‘부처님 진신사리 탄생지 룸비니 이운법회’ 등의 순례단의 모든 프로그램이 세계 평화정착 노력의 메시지로써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부처님 열반지 쿠시나가라 열반당에서 모셔온 진신사리 이운법회를 위해 둘째 날 새벽 6시 룸비니로 향했다. 네팔군경의 특별경호를 받으며 카트만두에서 약 250km. 한국에서는 2~3시간 길이지만 대부분 가파른 산길에 거의 2차로 길이라 버스는 12시간의 긴 여정 끝에 밤 11시가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300명의 순례단은 마야 부인이 싯다르타 태자를 낳기 직전 몸을 씻었다는 연못으로 갔다. 3000개의 종이컵 촛불을 켰다.

법단이 마련된 보리수나무 아래와 3층 계단으로 조성된 연못이 별빛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뤘다. 자광스님(김용사 회주)과 동광스님(중앙종회 부의장)은 법어와 격려사를 통해 네팔의 혼란을 평화로 이끄는 사절이 되자고 말했다. 네팔 국립무용단은 부처님께 올리는 ‘다섯 보살의 촛불공양’과 손동작으로 법문을 형상화 한 ‘문수보살 춤’으로 답례했다.

<사진> 대중공양을 위해 나온 네팔주민들.

셋째 날인 25일 오전 8시 룸비니 동산으로 갔다. 한 가운데 세워진 마야당에는 마야부인이 싯다르타 태자를 출산하는 모습이 새겨진 부조가 있다. 이 자리 부처님께서 사바에 나투신 곳에 진신사리를 모시고 참배를 했다. 무우수 나무를 부여잡고 있는 마야부인. 그 옆으로 일곱 걸음 걸으며 인류를 향해 외치는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온 세상이 괴로움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 마야당을 돌아 나오자 아소카왕 석주가 우뚝 서 있다. 명문이 남아 있어 이곳이 부처님이 탄생한 곳임을 알려준다. 아소카왕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돌로 울타리를 만들고 석주를 세우고, 룸비니 마을은 세금을 8분의 1만 내도록 했다.

사하나 프라단 외무장관이 진신사리 이운법회와 현지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한 인근 야외 법회에 함께 했다. 순례단은 5000명분의 대중공양과 양말 1만5000켤레, 앞서 법회에서 모금한 보시금과 청담중고등학교에서 보시한 시계를 룸비니보존회에 전달했다. 룸비니보존회 측에서는 올 부처님오신날까지 순례단의 등(燈)을 걸어두기로 했다.

<사진> 오른쪽 사진은 나흘째인 26일 오전 포카라 페와호수에서 봉행한 방생법회. 6명씩 30척의 배에  몸은 실은 300명이 순례단은 물고기 방생을 계기로 모든 생명체에 자유와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봉이 한 눈에 들어오는 포카라 지역의 폴바리 정원에서 넷째 날(26일) 아침을 맞이한 순례단은 일출(日出)감상과 함께 산중기도회를 갖고 폐가와 호수로 이동했다. 여섯 명씩 50개의 보트에 나눠 타고 물고기를 방생하며 고통 받은 모든 중생들의 평화와 안락을 기원하는 ‘육바라밀 행자’가 됐다.

<사진> 이번 네팔 방문의 의미를 또 한번 빛나게 한 일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지난 2004년 결혼, 한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이민여성 두완 사리따 씨(28. 왼쪽)가 108산사순례회의 도움으로 모국 네팔을 방문, 친정어머니 비쉬누꾸마리(55. 오른쪽)와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날 모녀 상봉에는 지난 15일 공주 마곡사 순례시 모녀 결연은 맺은 108산사순례 회원인 이현수 씨(70)도 직접 참석, 두완 사리따 친정가족들을 격려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모녀 상봉을 직접 주도한 선묵스님은 한국에 있는 두완사리따 가족의 네팔방문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번 네팔 방문에서는 결혼으로 인해 한국에 정착한 네팔 여성 두완 사리따 씨(28)의 고향 방문을 이끈 데 이어 그의 친정어머니 비쉬누꾸마리 씨(55)와 한국인 양모인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 이현수 씨(70)와의 만남을 성사시켜 훈훈함을 더 했다.

선묵스님은 회향을 하루 앞둔 26일 밤 기자간담회를 통해 “네팔 수상도 말했듯이 부처님 탄생 성지 룸비니에 사리를 모시는 것은 처음있는 일로 부처님이 2552년 만에 고향땅에 돌아오신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한국인으로는 처음일 것이라는 평화훈장 수여, 사상 첫 전세기 입국을 통한 평화순례가 네팔에 더 이상의 혼란이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려 평화의 싹이 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네팔 방문 첫 행사. 카트만두의 선혜학교 개원식에서 선묵스님이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나눠주는 모습.

카트만두 공항을 떠나기 앞서 정순용 씨(57. 법명 백월화)는 “선혜학교에서 어린이 손을 잡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며 “이제 성지순례를 다니면서 뭔가 얻으려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순례에는 김용사 회주 자광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동광스님, 안동 봉황사 주지 보인스님, 경국사 주지 정산스님, 도선사 백영기 신도회장 등 10여명의 스님과 회원 등 300여명이 함께했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올 3월 출가~열반절 정진기간 도선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네팔 룸비니ㆍ포카라ㆍ카트만두= 김선두 기자 sdkim25@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108산사순례기도회 네팔 방문 환영식

사하나 프라단 외무장관 축사 (요지)

<사진> 네팔 방문 사흘째인 25일 오전 사하나 프라단 네팔 외무장관이 부처님 진신사리 이운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룸비니 동산을 방문했다. 프라단 장관(앞줄 왼쪽의 여성)이 순례단과 함께 마야당을 참배한 후  법회장소인 아쇼카왕 석주 앞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불자들의 부처님탄생지 방문을 기쁘게 생각하며 성스러운 땅에 온 것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부처님 말씀은 오늘에 와서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이들의 평화 찾기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마음에 증오와 분노가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는 증오와 분노가 사라져야 하고, 정직과 사랑.동정심이 살아가는 데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기심과 질투, 분노를 하나씩 떨쳐버려야 합니다. 이것은 삶의 기본양식인 부처님 말씀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따라 사랑과 평화, 동정심을 계속 키워야 합니다.

평화로운 생각과 평화로운 말, 평화로운 행동은 평화로운 자세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말씀의 근거가 과학적이라는 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면 미래에도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나쁜 일을 하면 미래에도 나쁜 일이 일어납니다. 친절한 마음의 씨앗은 친절한 마음의 밭을 일구어 냅니다. 나쁜 마음은 나쁜 결실을 맺고 좋은 씨앗은 좋은 과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부처님 말씀은 인간이 살아가는 행동양식이며 그 말씀을 따라 산다면 평화롭고 행복으로 가득 찬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들의 방문이 한국과 네팔의 굳건한 친교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불교신문 2406호/ 3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