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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자비와 채찍 보인 곳을 알고자 한다면

 

“자비와 채찍 보인 곳을 알고자 한다면”

법전 종정예하 동안거 결제 법어

법전 조계종 종정예하가 불기2551년 11월24일(음력 10월15일) 동안거 결제일(冬安居 結制日)을 맞아 전국의 수행납자들을 분발토록 격려하는 결제 법어를 22일 오전, 발표했다.
 
법전 종정예하는 부처님께서 한 외도의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바” 질문에 대해 “양구(良久)”한 사례를 들며 “세존께서 자비를 내리시고 채찍을 보이신 곳을 알고자 한다면 오로지 화두를 간절하게 드는 일뿐”이라고 법어 했다.
 
법전 종정예하는 이어 “결제대중들은 세존이 ‘양구’한 곳에서 알아차리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고, 채찍을 든 곳에서 알아차리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만약에 화두를 타파해 이러한 도리를 분명히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천하의 모든 종사들이 외도와 도반이 되겠지만 만일 서로가 인증(印證)할 수 없다면 동토의 납자라고 할지라도 서천의 외도보다도 더 못하게 될 것”이라고 수행자들을 독려했다. 
 
법전 종정예하는 또 “외도는 유언과 무언을 떠나서 한마디 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는 사구(四句)와 백비(百非)를 떠나서 한마디 하라는 말”이라 설명하고 “이번 동안거 결제철에는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사구와 백비를 떠나서 곧장 볼 수 있는 안목이 열리도록 삼동한철 동안 일주문을 걸어 잠그고 사관(死關)에서 용맹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유(有)다 무(無)라는 상대적인 차별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화두정진을 통하여 유무(有無)가 없는 평등의 세계라는 깨침을 만나는 겨울 안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종정예하의 결제법어 가르침을 요약했다.
 
조계종은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수좌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이 방부(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 절차)를 들여 수행에 매진하고 있으며, 일반사찰에서도 이 기간 동안에는 수행에 매진한다.
 
동안거 결제는 하루 전날인 23일(금)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24일(토) 입제 당일 오전 10시경 사찰별로 방장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후 3개월간의 참선정진에 들어간다.
 
배재수 기자 dongin21@ibulgyo.com
 
※ 다음은 법전 조계종정 예하의 불기2551년 동안거 결제법어 전문.
 
 

자비와 채찍 보인 곳을 알고자 한다면


세존께 어떤 외도가 물었습니다.

“유언(有言)으로도 묻지 않고 무언(無言)으로도 묻지 않겠습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바를 한 마디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 ‘양구(良久)’ 하였습니다.

이에 외도가 찬탄하여 말했습니다.

“세존의 큰 자비로 모든 미망의 구름을 걷어주시어 깨달음에 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물러갔습니다. 외도가 떠나간 뒤에 아난이 물었습니다.

“외도는 무엇을 증득했기에 깨달음에 들게 했다고 하였습니까?”

이에 세존께서 말했습니다.

“좋은 말은 채찍의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


세존께서 자비를 내리시고 채찍을 보이신 곳을 알고자 한다면 오로지 화두를 간절하게 드는 일뿐입니다.

결제대중들은 세존이 ‘양구’한 곳에서 알아차리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고, 채찍을 든 곳에서 알아차리려고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존이 ‘양구’할 때가 세존이 채찍을 든 곳이라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은 일입니다. 만약에 화두를 타파하여 이러한 도리를 분명히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천하의 모든 종사들이 외도와 도반이 되겠지만 만일 서로가 인증(印證)할 수 없다면 동토의 납자라고 할지라도 서천의 외도보다도 더 못하게 될 것입니다. 세존의 한 눈은 삼세(三世)를 관통하였고 외도의 두 눈은 오천축국(五天竺國)을 관통하였습니다.


외도는 유언과 무언을 떠나서 한마디 할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는 ‘사구(四句)와 백비(百非)를 떠나서 한마디 하라’는 말입니다. 이는 마조도일 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찾아와서 ‘사구와 백비를 떠나서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곧장 보여 주십시오’라고 한 그 질문과 같은 것입니다.


이번 동안거 결제철에는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사구와 백비를 떠나서 곧장 볼 수 있는 안목이 열리도록 삼동한철 동안 일주문을 걸어 잠그고 사관(死關)에서 용맹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우사체도수미(藕絲掣倒須彌)하고

개자곤번뇌전(芥子輥飜雷電)이로다

연뿌리 속의 실로써 수미산을 끌어 넘어뜨리고

겨자씨가 우레와 번개를 흔들어 일으킨다.


불기 2551(2007) 동안거 결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