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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과게송

인왕반야경

 

인왕반야경

고대 인도 16왕 반야바라밀 수지 내용

 법화경.금광명경과 함께 ‘호국삼부경’

우리나라 신라나 고려시대에는 나라를 위한 호국법회가 유행했다. 국가에 재난이 일어나지 않고 국리민복을 도모하고자 경전강설법회를 연 것이다.

이때 채택된 경전이 바로 〈인왕반야경(仁王般若經)〉이었다. 이 경은 불법을 수호하는 신장(神將)인 인왕(仁王), 곧 금강력사(金剛力士)를 경제목에 넣어 나라를 수호한다는 뜻을 명시해 놓은 경으로 예로부터 호국의 경으로 알려져 왔다. 모두 2권으로 되어 있는데 5세기 초에 구마라습이 번역한 본과 8세기 중엽에 불공삼장이 번역한 본의 두 본이 있다. 모두 8품으로 되어 있는데 불공이 번역한 본은 밀교적 색채가 강하게 배여 있다.

이 경에는 파사닉왕을 중심으로 한 고대 인도의 16나라 왕들이 등장한다. 이 왕들에게 부처님이 나라를 지키는 방도를 설해주는데, 반야바라밀을 닦고 이 반야바라밀에 의지해 나라를 다스릴 것을 권장한다. 국가를 튼튼히 수호하여 영구히 번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반야의 지혜에 의거해야 한다는 불교의 근본대의를 천명하면서 국가 수호와 나라 번영이 모두 내치와 외치에 있어 인과의 이치를 바로 알고 믿어 반야를 닦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호국품’에서는 나라를 보호하자면 〈인왕경〉을 읽고 외우면서 특별한 의식을 거행할 것을 설해 놓았다.

부처님은 파사닉왕에게 나라가 어지럽고 외적이 침입할 때 〈인왕경〉을 독송하라고 권했다. 100개의 불상을 모셔놓고 100명의 비구를 청하여 〈인왕경〉을 설하게 하며, 또 100개의 등불을 밝히고 향을 피우며 꽃을 뿌려 공양하면서 하루에 두 번씩 경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화난이 소멸되고 신들이 나라를 보호하여 준다고 했다. 이리하여 이 ‘호국품’에 설해진 내용에 의거하여 백고좌 법회가 실시됐다.

‘보살행품’에서 부처님은 왕들에게 보살의 수도단계를 5단계로 설하는 5인위(五忍位)를 설명하면서 번뇌를 누르고 일어나지 않게 하는 복인위(伏忍位)와 교리를 믿고 의심하지 않는 신인위(信忍位), 생멸이 없는 이치를 알려고 지혜를 닦는 순인위(順忍位), 무생의 이치를 깨닫는 무생인위(無生忍位), 번뇌를 다 없애고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는 적멸인위(寂滅忍位)의 5위 설법을 하면서 보살들의 수행이 나라의 힘을 키우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이 〈인왕경〉과 〈법화경〉, 그리고 〈금광명경〉을 ‘호국삼부경’이라 말해왔다. 호국불교 전통의 근원이 이들 경에서 유래된 것이다.

부처님은 또 왕들에게 부처님이 열반에 들고난 뒤 불법이 쇠퇴할 때 중생들이 악업을 짓기 때문에 나라에 온갖 재난이 일어날 것이니 이때 왕들이 자신과 나라를 보호하기 위하여 〈인왕경〉을 수지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마지막 ‘촉루품’에서는 왕들에게 불법을 수호하여 정법에 의거 나라를 잘 다스려 줄 것을 당부한다.

신라시대에 시작된 호국법회가 고려시대에 와서 더욱 번창하게 됐다.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訓要十條)에 의해 불교가 장려된 바도 있지만 역대 왕들이 스스로 빈번하게 호국법회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 쓴 〈인왕경〉에 대한 주소(註疏)도 두 개가 전해지고 있다. 신라 때 원측스님의 ‘인왕경소’가 있으며 또 태현스님의 ‘인왕경고적기’가 있다. 특히 원측의 소는 중국의 길장이 쓴 소와 함께 〈인왕경〉의 2대소로 평가 받는 유명한 저술이다.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 2315호/ 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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