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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강좌

운명(運命)과 사주팔자(四柱八字)

 

1. 사주팔자(四柱八字)란 무엇인가?

사주팔자를 글자대로만 해석하면 네 기둥 여덟 글자라는 뜻이 된다. 사람이 태어난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가리키는 네 기둥을 사주(四柱)라 하고, 한 기둥마다 음양오행의 부호인 천간(天干)과 지지(地支) 두 글자씩 모두 여덟 글자가 되어 사주팔자라 부른다.

위에 말한 사주팔자의 의미는 단순한 글자 해석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사주팔자란 과연 무엇인가? 사주팔자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주팔자가 작성되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즉, 사주팔자란 사주의 주인공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탯줄을 통하여 영양분을 공급받고 숨을 쉬며 열 달 가까이 잘 지내다가, 이 세상에 처음 나와 탯줄을 자르고 자기 스스로 첫 숨을 들이쉬는 순간, 우주 안에 충만한 음양오행의 기운 가운데 어떤 기운을 받아들였는가 하는 것을 음양오행 육십갑자를 통해 나타낸 것으로서, 인생의 각본이나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또한 사주팔자는 다음과 같이 다른 표현으로 풀이하고 정의할 수도 있다.

사주팔자란 조물주(造物主)로부터 받은 자신의 창조명세서이다.

사주팔자란 전생(前生)의 성적표요 현생(現生)의 계획표이다.

사주팔자란 인생의 각본(脚本)이요 설계도(設計圖)이다.

사주팔자란 타고난 운기(運氣)의 부호요 일기예보이다.

2. 왜 탄생(誕生)의 순간에 운명이 정해지는가?

생명의 탄생에 대한 신비(神秘)는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복제 동물이 탄생하고, 복제 인간론까지 들먹이는 시대가 되었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인간의 탄생에 대해서만큼은 현대과학이나 의학이라도 쉽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아직 과학이나 의학이 '마음의 존재와 영혼의 신비'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태(入胎)한 순간부터 탄생의 시점까지 엄마의 태교(胎敎)가 성장과정과 잠재의식에 영향을 주므로 부모의 정성과 태교의 중요성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태아(胎兒)가 산모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때는 부모의 유전자를 받은 오장육부(五臟六腑)와 혼백(魂魄)은 정해지고 성장하나,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한 영(靈)은 이 세상에 나와 첫 숨을 쉬는 순간 새롭게 들어와 혼백(魂魄) 즉 육(肉)과 결합함으로서 완전한 생명체인 영육(靈肉)이 탄생하는 것이므로, 사주팔자가 탄생의 시점을 중요시 여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자연의 섭리에 비유하여 설명하면, 모든 종자(種子)들도 이미 완성체를 이룬 존재이나 땅에 뿌려지지 않고 보관되어 있을 때는 스스로 싹을 틔우거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키우지 못하지만, 땅에 뿌려지는 순간부터는 홀로 싹을 틔우고 성장하며, 자기 스스로 모든 기후조건과 주변의 환경에 적응하며 꽃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사람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는 태아 스스로 먹고 자고 배설하는 사고와 의식이 없으나, 탄생한 순간부터는 먹고 자고 울고 웃는 일에서부터 완성된 인격체로 독립된 일생을 자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의식과 사고가 점차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이 것이 사주에서 탄생의 순간을 운명의 중심축(中心軸)으로 삼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이다.

3. 운명이란?

운명(運命)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운수(運數)와 명수(命數)로 나와 있다.

사람의 몸을 둘러싸고 닥치는 선악(善惡)과 길흉(吉凶)의 사정을 말하는데, 일체의 모든 일은 미리 결정돼 있어 될 대로 되는 것이며, 초인간적인 위력에 지배당하고 있어 인간의 노력으로는 변경할 수 없는 사상이 운명론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럼 명리학에서의 운명의 의미는 어떠한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주(=명命)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후천적으로 돌아오는 시간(=운運)과 만날 때 어떠한 조화를 이루며, 그로 인한 길흉화복(吉凶禍福)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예견(豫見)하고 추명(推命)하는 것으로서, 자신의 타고난 그릇에 해당하는 사주를 명(命)이라 한다면, 명이 처한 환경(環境)과 활동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운(運)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사주와 운은 나누려야 나눌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로서 운(運)과 사주(命)를 합해서 말 그대로 '운명(運命)'이라 한다.

예를 들어 사주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운은 그 차가 앞으로 운행해야 할 길, 즉 도로(道路) 상태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사주로 수목(樹木)의 종류를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운으로는 그 나무에 꽃이 피는 때와 열매 맺는 시기를 아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아무리 성능이 우수하고 외관이 멋있는 고급 차종일지라도 목적지까지의 도로상태가 험준하고 좁은 비포장 산악도로라면, 안전운행은 고사하고 도중에 고장이나 사고로 인해 고통을 당하거나 많은 고생을 하다가 멈춰 서게 되지만, 비록 차의 성능은 떨어지고 오래되어 낡았을지라도 평탄하고 안전한 왕복 8차선도로를 운행한다면 별 탈없이 이 기간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즉 이 말은 사주팔자의 그릇이 크다 할지라도 운의 흐름에 따라 불운(不運)을 만나면 후퇴와 좌절의 연속이 되겠고, 비록 사주팔자가 조금은 부실하게 짜여있다고 할지라도 운의 흐름이 좋다면, 큰 고생을 하지 않고 무리 없이 전진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래도 사주가 중화를 이루고 튼튼하게 잘 짜여져 있으면 어지간한 나쁜 운이 오더라도 큰 재액(災厄)을 당하지 않고 무난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사주가 편중(偏重)되어 있거나 중화를 이루지 못하면 좋은 운이 오더라도 크게 발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다면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본 화두(話頭)일 것인데, 이 문제는 다음에 거론하기로 약속하며, 필자가 마음에 새겨둔 격언(格言)을 옮겨본다.


"운명(運命)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怨望)하지 않고,
나를 아는 자는 남을 원망(怨望)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