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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10.27법난 조사결과, 나는 이렇게 본다①

 

‘10.27법난 조사결과, 나는 이렇게 본다’

① 당시 도선사 주지 혜성스님

 

 

“10.27법난에 대한 국방부의 진실규명 노력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당시 불교계가 입은 상처를 어루만지기엔 부족함이 많습니다. 진정한 불교계 명예회복을 위해 정부차원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1980년 10.27법난 당시 서울 도선사 주지 소임을 맡다 신군부에게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은 서울 청담종합사회복지관장 혜성스님(도선사 회주)은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이 같이 역설했다.

 

 

“불교계 명예회복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

  신군부 모진 고문…수행자 위의 유린 ‘씻을수 없는 상처’

“특별법-추모사업 통해 정부-사부대중 재발 방지 노력을”

 

지난 10월29일 서울 청담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집무실에서 만난 혜성스님은 당시 고문으로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심각해 보였다. 하지만 더듬더듬 법난의 기억을 회고하는 스님의 모습 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실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날 새벽, 아침공양을 하고 있는데, 군인들이 군화를 신은 채 들이닥쳤습니다. 끌려가 곧바로 가사장삼이 벗겨지고 죄수용 군복을 입은 채 취조가 시작됐습니다. 수사관들은 내내 구타와 욕설로 일관했죠. 서슬 퍼런 고문만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진저리가 쳐집니다.”

1980년 10월27일 새벽5시 서울 도선사 주지 혜성스님은 막 아침공양을 하고 있을 때 한 떼의 군인들을 맞았다. 그들은 군화를 신은 채 스님을 끌어 내 차에 실어 합동수사단 수사 3국(서울 경찰청 무교동분실)으로 끌고 갔다. 곧바로 스님의 가사장삼은 벗겨지고 죄수용 군복을 입인 채 고문이 시작됐다. 혜성스님은 이곳에서 무려 25일 동안 구금당하며 구타는 물론 각목으로 오금치기, 손가락 사이에 볼펜 넣고 죄기 등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사진설명> 혜성스님이 지난 10월29일 서울 청담종합사회복지관 관장실에서 10.27법난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들이 이러한 고문을 자행하며 스님에게 씌운 혐의는 17억5000만원에 이르는 재산축적과 요정운영이었다. 그러나 17억5000만원은 도선사, 청담고, 복지법인 소유의 보육원과 양로원 등을 시세평가 총액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요정운영은 청담고 인수과정에서 함께 딸려온 미군클럽을 원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과정에서 혐의로 둔갑한 것이다. 혜성스님은 “수사기관이 사전에 상부로부터 일정액의 부정축재 재산액을 지시받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내 재산이 아니라고 수차례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결국 스님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스님은 나오자마자 병원으로 실려가 탈장으로 3개월간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현재도 언어장애, 협심증과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다. 비록 이후에 복권되긴 했지만, 당시 승가에서 사형에 해당하는 ‘체탈도첩’을 당하는 등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다. 혜성스님은 “특히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유린당했다는 치욕감이 가장 잊을 수 없는 상처”라며 “개인적인 보상보다는 앞으로 불교계 진정한 명예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법 제정과 추모사업 등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부대중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373호/ 11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