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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강좌

역학(易學)과 운명(運命)

 

사람들은 누구나 문득 자신의 존재와 운명에 대하여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질 때가 있다. 어느 날 갑작스런 충격이나 좌절을 맛볼 때도 그렇지만, 어떤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한 번 밖에 소유할 수 없는 인생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의문 등으로 몇 번쯤은 심각하게 자신의 운명에 대해 성찰(省察)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과연 누구이고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무엇을 할 것인가?' 몇 날을 지새며 자문자답을 하거나 주위의 조언을 들어보고 해결하고자 하지만 실로 시원한 답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어디 그 뿐이랴. 나이를 먹고 철이 들어 사리를 분별하면서부터 저마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대부분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목적지와는 엉뚱한 곳에 도착하여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말이 운명이 어떻고 팔자가 어떻고 하는 소리다. 그 것도 젊어서는 믿으려 하지 않다가 중년이 되어서야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려 조금 관심을 가지다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큰일을 한번정도 겪고 나면 그때서야 확실하게 운명의 실체를 인정하고 깨닫게 된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수 천년 전부터 이런 영원한 수수께끼를 해결하려는 현인(賢人)들의 오랜 연구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지혜와 진리의 결정체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이루어진 역학(易學)이다.

심오한 역(易)의 진리와 사상을 미천한 지식으로 짧은 지면을 통해 설명하기에는 참으로 힘들고 오류를 범하기 쉽겠지만 우선 간단하게나마 밝혀보고 넘어간다면, 우주 삼라만상과 인간의 만사가 고정되어 있거나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유동(流動)하는데, 보기에는 복잡다단하고 무질서하게 얽혀있는 것 같지만, 해와 달이 오고가며 생기는 밤과 낮이나 지구의 공전과 자전, 그리고 한서(寒署)의 교체가 그 어느 하나도 법칙을 어기지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운행(運行)되는데,
이 신비하고 위대한 자연현상의 법칙과 우주의 원리를 추궁하여 그 운동력이 음양임을 증명하게 되었고, 사람도 자연의 섭리에 의하여 태어나 살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고로 인간존재의 깊은 비밀은 물론 인간사(人間事)의 길흉화복(吉凶禍福)도 이 운행법칙에 의해 알아보고 개척하고자 했던 것이 역학 즉 음양오행의 사상과 운명의 함수 관계라 하겠다.

하늘의 법칙, 즉 우주와 자연의 법칙은 어김없고 변함이 없으며, 공명정대하고 예외가 없다. 또한 음양오행의 원리와 변화도 절대 불변이며 그 누구도 속이거나 예외로 할 수 없다. 다만 하늘은 입이 없고 말이 없어 사람을 통해서 말을 하고 천기(天氣)와 천시(天時)를 전달할 뿐이다. 옛 말에도 있듯이 사람은 속이고 버릴지라도 하늘은 속이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음양오행의 이치를 논하거나 연구할 때는 항상 최선과 지성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