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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유적과사찰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불심 깊은 사당패의 삶을 보여준 안성 청룡사

안성 청룡사 대웅전 반야용선도. 스님들과 탕건을 쓰거나 머리에 망사를 두르고 목에 염주를 하거나 화려하게 머리를 치장한 사당패들의 놀이로 떠들썩하다. 다른 반야용선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안성맞춤’ 불심 깊은 중생들의 마음에 쏙 들게 한 안성 청룡사는 조선의 불교탄압으로 강제로 환속되어 안성 사당패가 된 스님들을 보살피며 후원했다. 그러자 천대를 받고 떠돌아다니며 삶을 유지했던 사당패는 거리 공연으로 모은 돈으로 청룡사 불사를 적극 후원했다. 사당 ‘김씨해왕’, ‘심정’ 등 6인은 논을 시주해 청룡사 중수에 후원함으로써 부처님 말씀이 후세에 전해지길 발원했다.

➲ 사당패 후원으로 대웅전 중수

이렇듯 사당패의 후원으로 중수된 청룡사 대웅전은 팔작지붕에 다포양식으로 아름답다. 특히 통나무를 자연석 초석위에 올린 기둥은 구부러지고 휘어졌지만 크고 당당하여 부처님을 받드는 사당패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자신들이 극락에 갈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은 대웅전 내부 벽화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에서도 볼 수 있다. 아미타불은 관음, 세지보살을 거느리고 용선에 직접 승선하여 사당패를 직접 맞이한다.

용선 안에는 스님들과 탕건을 쓰거나 머리에 망사를 두르고 목에 염주를 하거나 화려하게 머리를 치장한 사당패들이 북, 장구, 비파, 생황, 거문고 등 각종 악기로 연주한다. 다른 반야용선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으로 오히려 극락 가는 배가 사당패 놀이로 떠들썩하다. 그 옆 벽화에는 천인들이 사당패에 밀려 용선에 오르지 못하고 박과 비파를 타며 뒤따르는 모습도 재미있다. 그만큼 사찰 중건에 사당패의 도움이 많았던 것 같다.
 

청룡사 대웅전 통나무 기둥. 구부러지고 휘어졌지만 크고 당당하여 부처님을 받드는 안성 사당패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당패의 선행은 1692년에 조성한 청룡사 감로불화에도 나타났다. 화기(畵記)에 20명의 시주자 중 안성 사당패 ‘질동이’, ‘말춘’ 등 19명이 후원하여 불화가 그려지게 되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신앙심이다.

감로불화(甘露佛畫)는 <불설우란분경>과 <불설구면연아귀다라니신주경>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음력 7월 보름 우란분재일인 백중 때 자식들이 선망부모의 극락왕생과 현생 부모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감로불화는 망자의 삶과 지옥·아귀 등 육도의 모습이 이야기처럼 펼쳐지고, 결국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새로운 삶으로 변화되는 전 과정을 성찬(聖餐)이라는 의식을 통해 극락왕생하게 된다는 대승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중·하단으로 구성된 청룡사 감로불화의 하단에는 굶주림에 지친 아귀들이 밥을 구걸하는 모습과 운 좋게 밥을 먹는 아귀도 있다. 집이 무너져 죽거나, 독사에게 물려 죽거나, 지금 같으면 차량 사고인 말에 밟혀 죽는 등 여러 가지 세상살이 일들이 그려져 있다. 스님들은 이러한 악행을 막기 위해 기도하는 모습 등 마치 자신의 업경(業鏡)을 보는 듯하다. 또한 사당패들이 춤을 추고 곤두박질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등 연희가 펼쳐지는 풍경은 시주한 자신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안성 사당패 광고를 낸 듯 재미있다.
 

감로불화 사당패 공연. 화기를 통해 20명의 시주자 중 19명이 안성 사당패로 밝혀질 만큼 그들의 극락왕생에 대한 신앙심을 읽을 수 있다.
감로불화 천도되는 아귀 모습. 목련존자가 백중날 아귀보를 받은 사람들이 구제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 아귀가 된 부모 구제방법 묘사

중단에는 아귀가 된 부모를 구제하는 방법이 그려져 있다. <지장보살본원경>에 “악업으로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중생일지라도 임종할 때 존귀한 경(經)을 읽거나, 부처님과 모든 성인들에게 공양을 올리거나, 불보살의 명호를 불러 임종하는 사람의 귀에 들리게 하여 마음에 새기도록 하면 이런 인연공덕으로 모든 죄가 소멸된다”고 했다.

중앙에 재단이 설치되고 7여래의 번이 걸리고, 자식들이 정성들여 마련한 육법공양물이 우란분에 성대히 차려져 있다. 좌측에는 많은 스님들이 아귀가 된 부모가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덕 높은 스님의 법문, 독경, 바라춤과 악기를 연주하며 7여래를 찬탄하는 천도의식이 행해진다. 천도의식은 먼저 여러 불보살님을 청하여 공양을 올린 후, 요령을 흔들어 아귀 등 혼령을 불러들인다.

아귀들에게 감로법문을 들려주고 법식을 베푸는데, 스님들은 “내가 드리는 법식을 받으소서. 어찌 아난존자가 아귀들에게 올린 음식과 다르겠습니까? 배고픈 자는 모두 다 배부르고 죄업의 불길은 순식간에 시원해 질 것입니다. 항상 삼보에 귀의하며 생각 생각마다 보리심을 일으켜 가는 곳마다 극락세계에 태어나소서”하고 아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중단 좌측에는 자식들이 지극정성으로 7여래께 절을 올리며 살아생전 불효의 죄를 빌고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우측에는 천상의 무리들과 왕후장상들이 호화로운 옷과 일산을 받쳐 들고 우란분재에 참석한다. 재단 밑에는 감로불화의 주인공인 검은 얼굴의 두 부부 아귀가 합장 공경하며 감로법식을 받아 아귀보의 구제에 감사의 표정을 짓고 있다.

철위산으로 구획 지어진 상단에는 빨강, 파랑, 노랑색깔의 신령스런 기운에 싸여 갑자기 나타난 불보살님들이 아귀들에게 법을 설하는 모습이다. 중앙에 크게 그려진 아미타불과 감로수 병을 든 관음보살, 다라니를 든 세지보살은 우란분재에 참석한 불자들에게 아미타불이 부모를 직접 맞이하는 강한 믿음을 준다. 그러나 아귀의 형상으로는 극락에 갈 수 없다.
 

청룡사 감로불화 7여래. 감로왕, 보승. 광박신, 다보, 묘색신, 이포외, 아미타 등 일곱 부처님의 역할을 통해 우리가 고쳐야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 최고의 마음성형 전문의 칠불

상단 우측 일곱 부처님은 최고의 성형수술 전문의로 아귀들의 몸과 마음을 싹 뜯어 고쳐 준다. 감로왕여래는 감로수를 통하여 아귀들이 고통을 여의고 청량함을 얻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보승여래는 아귀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 덕을 베푼다. 광박신여래는 아귀의 목구멍을 넓혀주어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하고, 다보여래는 아귀들에게 간탐심을 제거하여 보시의 성품을 심어준다. 묘색신여래는 아귀의 추한 모습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어 주고, 이포외여래는 모든 아귀들에게 법을 펼쳐 두려움을 일시에 소멸시켜 준다. 이렇게 부모가 완전한 몸과 마음을 갖추면 마지막으로 아미타여래는 극락세계에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한다.

그 옆에는 목련존자가 백중날 아귀보를 받은 사람들이 구제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상단 좌측에는 석가모니불이 지장과 관음보살을 대동하고 빠짐없이 아귀보에서 구제되었는지를 최종적으로 살피고, 그 옆에는 인로왕보살은 큰 보당을 휘날리며 몸을 틀어 부모가 극락세계로 잘 따라오는지 바라보고 있다. 특히 청룡사 감로불화는 불보살님의 몸을 금가루로 칠했는데, 이는 다른 불화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예로 극락으로 인도해 주는 불보살님의 중요성을 나타냈다.

감로불화는 살아 있는 자식에게는 아귀보의 고통을 눈으로 보여주어 부모에 대한 효행심을, 아귀들에게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려주어 보시의 마음을 일깨워 주니 산자나 죽은 자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불화이다.

[불교신문3679호/2021년8월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