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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기록으로 보는 한국불교 100년/ 1950~60년대 대구사찰 봉축사진

 

 
1950년대말 또는 1960년대 대구지역 한 사찰의 부처님오신날 모습. 사진제공=석준 홍익대 문과대학장
 
 
 
수박등 · 팔각등 모습 ‘생생’
 
 
 
1950년대 후반 또는 1960년대 초반의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한 사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다. 사진을 촬영한 시기와 해당 사찰의 명칭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조계종 중앙기록관에 소장된 몇장의 흑백사진에서 50여년전 봉축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진들은 석종섭(石鐘燮, 1922∼2004) 선생이 남긴 유품에 들어 있는 것다. 생전에 불연이 깊었던 석종섭 선생이 별세한 후 아들 석준 홍익대 문과대학장이 지난 2009년 7월 편지와 사진 등 1300불교자료를 조계종 중앙기록관에 ‘위탁보관’하도록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3장의 사진에는 50여년전 봉축 상황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당시 사찰에서는 새끼줄을 꼬아 만든 줄에다 불자들이 직접 만든 봉축등을 걸었다. 지금처럼 튼튼한 줄도 아니고, 대량 제작한 등도 아니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팔각등은 물론 수박등과 북등, 사각등이 비록 새끼줄이지만 봉축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스님과 불자들이 소박한 전통등을 직접 만들어 걸었던 것이다.
 
석종섭 선생이 자운스님과 함께 등장하는 사진에는 커다란 북등 아래에 한글로 ‘경축합시다’는 글귀를 써서 붙인 것이 보인다. 그 뒤에 있는 등에는 ‘쫛誕節(쫛탄절)’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첫 글자가 희미해 잘 보이지 않지만 ‘佛誕節(불탄절)’ 또는 ‘聖誕節(성탄절)’으로 추정된다. 이 사진에는 재미있는 모습도 있다. 사진 촬영이 일상화되어 있지 않은 시절을 반영하듯,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사찰에 온 ‘동네 꼬마’들이 사진에 들어 있다. 신기한듯 카메라를 바라보는 ‘동네 꼬마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석준 홍익대 문과대학장은 “선친께서 1950년대 말부터 1961년 5월까지 대구에 있는 2군사령부의 정보참모로 근무하셨다”면서 “이번에 소개되는 사진들은 대구에 계실 때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석준 교수는 “선친께서 큰스님들과 많은 교류를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와 사진은 조계종에서 필요할 경우 제공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희 총무원 행사기획단 팀장은 “1950∼60년대 봉축 사진이 드문 편”이라면서 “이번에 나온 사진들은 전통등을 복원하는데 아주 소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상희 팀장은 “특히 사진에 등장하는 ‘북등’은 그 존재를 처음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석종섭 선생은 1922년 경북 경산군 남천면에서 출생한 후 해방후에 육군사관학교 3기생을 임관해 대령으로 예편했다. 석종섭 대령은 효봉스님을 은사처럼 모시며 불교와 인연을 깊이했다. 명산대찰을 순례하고 고승대덕을 친견하며 신행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불교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남겼다.  
 
 
 
 
 
새끼줄에 걸린 북등, 수박등, 사각등.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조계종 중앙기록관 공동기획
 
 
[불교신문 2688호/ 1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