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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고승]순응스님- 해인사 개산 원력 화폭에 서려

 

순응스님- 해인사 개산 원력 화폭에 서려


법보종찰(法寶宗刹) 합천 해인사를 창건한 신라시대 고승 순응스님(順應). 스님의 행적은 제자 이정스님과 함께 해인사를 창건한 것과 관련된 부분만 자세히 알려져 있다.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이 지은 <신라가야산해인사선안주원벽기>에는 스님이 해인사를 세울 당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해동화엄종 의상대사의 법손이자 신림스님의 제자인 순응스님은 766년(신라 혜공왕 2) 당나라로 구법의 길을 떠났다. 스님은 그곳에서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가르침을 받고 선교를 닦았다.

 

굵은 먹 선으로 윤곽선 표현해

얼굴 · 목 등 옅은 황토색 ‘눈길’



이후 802년(신라 애장왕 3) 신라로 돌아와 가야산에 이르러 “사람은 학문을 닦아야 되며 또한 세상은 재물을 간직함이 중하다. 이미 천지의 정기를 지녔고 또한 산천의 수려함을 얻었으나, 새도 나뭇가지를 가려서 앉는데 나는 어찌 터를 닦지 아니하랴”고 탄식하고 제자 이정스님 등과 함께 정진할 도량을 세우는 불사를 시작했다.

<사진> 합천 해인사성보박물관에 모셔져 있는 순응스님.

이때 성목왕태후가 “불도에 귀의하겠다”며 곡식과 재물을 스님에게 내렸고, 전국에서 수많은 문도들이 모여드는 등 불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다 갑자기 순응스님은 입적하게 되고 이정스님이 스승의 뒤를 이어 802년 10월 해인사 창건을 마무리 했다.

해인사에 관한 종합적인 문헌인 <가야산 해인사고적>에는 순응스님에 관한 또 다른 일화가 전해진다. 중국 남조 양나라의 보지공스님이 제자들에게 <답산기>를 내어주며, 고려의 두 스님에게 전해주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이들이 바로 순응스님과 이정스님이다. 답산기에는 우두산(현 가야산) 서쪽에 별비로대가람 해인사를 세우라는 내용이 담겨있었고, 두 스님은 귀국 후 해인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순응스님의 진영은 해인사성보박물관에 모셔져 있다. 좌측상단에 ‘開山祖順應大德眞影(개산조순응대덕진영)’이라고 기록돼 있는 이 진영(81.4×134.8cm)은 삼베에 채색돼 있으며 조선후기에 그려진 작품이다. 주인공이 의자에 앉아 있는 의좌상(擬座像)으로 구성된 이 진영은 전체적으로 윤곽선을 굵은 먹 선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더불어 흰색의 얼굴, 목, 손의 윤곽선은 옅은 황토색으로 세부를 묘사한 점도 눈에 띈다. 또 수염과 두 발은 묽은 검정색으로 칠하고 눈썹만 가는 먹선으로 정갈하게 표현했으며 바탕은 갈색으로 칠해져 있다. 녹색의 가사에 희랑조사상(希朗祖師像)에서도 볼 수 있는 구획된 장삼을 걸치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부채를 들고 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470호/ 10월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