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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고승]김천 직지사 조사탱-수십의 선사들 한자리에

 

김천 직지사 조사탱-수십의 선사들 한자리에



김천 직지사성보박물관(관장 흥선스님)에 봉안돼 있는 ‘직지사 조사탱(祖師幀)’은 여러 스님들의 초상을 군상(群像)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직지사 조사탱은 스님 한 분씩만을 그리는 일반적인 진영 형식과 다르게 직지사와 관련된 수십 명의 스님들을 몇 폭의 화면에 나누어 그린 것이 큰 특징이다. 대부분 조선후기에 활동했던 스님들을 그린 이 조사탱은 20세기초에 조성됐다.


사실성 떨어져도 역사성 오롯

지물·가부좌 모습 따라 구분



이 같은 형식은 대상의 사실성과 개성을 떨어뜨리지만 그 사찰의 역사적 위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원래 직지사에는 6점의 조사탱이 있었지만 현재 3점만이 전한다.

<사진> 김천 직지사성보박물관에 모셔져 있는 ‘직지사 조사탱’ 가운데 제1폭.

조사탱에는 한 분마다 옆에 법호를 적어 놓아 각 스님의 이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였고, 정면을 바라보는 스님을 중심에 두고 좌우로 여러 스님들이 나뉘어 자리하고 있다.

스님들은 정면 혹은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몸을 틀고 가부좌하고 있으며, 연회색 또는 짙은 회색의 장삼을 입고 지물로 불자, 염주, 주장자 등을 들고 있다. 이런 작은 변화나 차이가 없다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인상이 거의 동일한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제1폭(110.2×105.7㎝)은 중간에 앉은 1명과 아래에 앉은 2명은 정면을 바라보고 나머지 4명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스님 7명 가운데 인암스님과 경파스님은 직지사 선당 중창기 상량문(1800년)에서, 진허스님은 직지사 괘불(1803년)에서 그 법명을 찾을 수 있다.

조사탱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제2폭(112.3×227.4㎝)은 창건주 아도화상을 비롯해 왕건의 고려개창을 돕고 고려왕실의 후원을 받아 직지사를 중흥시킨 능여스님, 숙종 16년(1680)에 직지사에서 화엄법회를 개설한 모운스님 등 19명의 선사가 한폭에 그려져 있다.

화면 가운데에는 등받이를 연달아 세운 듯 갈색 테두리가 있으며, 이 테두리를 경계로 스님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져 있다. 테두리 안쪽에 앉아 있는 스님들은 모두 정면을 바라보는 자세를 하고 있으며, 테두리 밖의 스님들은 좌우에서 서로 마주하고 앉아 있다. 추담ㆍ영월스님은 직지사 천불전 상량문(1768년)과 직지사 불상개금시주질 현판(1771년)에 법명이 올라 있다. 나은ㆍ해운스님도 직지사 선당 중창기 상량문(1800년)에 보이고, 도운ㆍ월암스님은 직지사 괘불(1803년)의 화기에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제3폭(113.0×166.2㎝)은 중심에 앉은 4명의 스님이 앞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들을 에워싼 12명의 스님은 서로 바라보는 자세로 좌우 대칭되게 자리하고 있다. 16명 가운데 활동시기가 파악되는 스님은 환몽스님과 경월스님 뿐이다. 환몽스님은 직지사 선당 중창기 상량문(1800년)과 직지사 괘불(1803년) 화기에서, 경월스님은 선당 중창기 상량문(1800년)에서 법명을 볼 수 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464호/ 10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