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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으뜸가는 10월’을 지칭 - 상달과 불교 자료

 

‘으뜸가는 10월’을 지칭 - 상달과 불교 자료


온천지가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 덮였다. 바야흐로 단풍이 절정이다. 단풍의 아름다운 붉은 빛은 마치 저무는 석양빛과도 같이 가을의 마지막을 알려주고 있다. 고려의 문장가였던 이규보가 광명사(廣明寺)의 문 장로(文 長老)를 만나 지은 시에 “찬 이슬 내리니 단풍이 들고(露重楓初染) 찬 서리 내리니 국화가 절로 핀다(霜深菊自開)… 석양 빛은 원숭이가 울어 보내고(晩色猿啼送) 가을 소리는 기러기가 끌고 온다(秋聲雁挽廻)”는 구절처럼 가을이 무르익어 이제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벌써 음력으로는 10월이니 시기적으로는 이미 겨울의 문턱에 서있는 셈이다.

음력 10월은 불가(佛家)에서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되는 수행의 계절이자 세시전통으로는 하늘과 조상에게 고사를 지내는 고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 10월을 상달이라 하였는데, “상달은 10월을 말하며, 이 시기는 일 년 내 농사가 마무리되고 신곡신과(新穀新果)를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기간이다.

따라서 10월은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게 되는 달로서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로 생각하여 상달이라 하였다”라고 풀이한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朝鮮常識問答)>에서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舞天), 부여의 영고(迎鼓) 등 고대의 제천행사(祭天行事)가 10월 상달의 옛 모습이라 한다면 고려의 팔관회(八關會), 조선시대 민가의 고사 혹은 안택의식 등이 이어져 내려 온 모습이요, 오늘날의 상달맞이 고사, 안택굿, 시제(時祭), 산신제 등이 그 맥을 이은 오늘의 모습이라 하겠다.

 

한 해 수확물로 하늘과 조상님께 ‘예’ 올려

조선시대는 관음보살 상주 ‘낙산’서 죽공양



<동국여지승람>과 <동국세시기>에 전하기를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 꼭대기에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의 사당이 있고, 그 천왕이 매년 10월 인일(寅日)에 법주사로 내려오는데, 산중 사람들이 음악을 울리고 이 신을 모셔다가 고사를 지낸다. 천왕은 45일이나 놀다가 돌아간다고 한다”고 했는데 고래로 내려오는 10월 상달의 제천의식과 불교가 만난 좋은 사례라 하겠다. 이렇듯 민족 고유의 전통과 불교가 만나 새로운 풍속이나 의례가 된 경우는 비일비재한데 또 하나의 10월 상달 풍속인 ‘팔관회’가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음력 10월이 되면 우유로 만든 타락죽(駝酪粥)을 임금님과 70세 이상의 늙은 정승들에게 올리는 ‘타락진상’이란 풍속이 있었는데 <동국세시기>에, “내의원에서는 10월 삭일부터 정월에 이르기까지 우유죽을 만들어 국왕에게 진상하고, 또 기로소(耆老所)에 보내 기신(耆臣)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적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지역인 낙산에 있었던 ‘유우소(乳牛所)’에서 우유를 채취하였는데, 낙산은 우백호인 인왕과 더불어 한양 도성의 좌청룡을 이루는 곳으로 곧 관세음보살이 계시는 ‘보타락가산’을 줄여 부르는 말이니 불교를 배척하는데 앞장섰던 유생들이 곧 보살의 품에서 자란 소의 젖을 받아먹은 셈이다. 요즈음 들어 낙산을 일러 낙타를 닮아서 낙산이라 한다는 그럴듯한(?) 설명들이 오가는데 그 유래를 분명히 밝혀 바로 잡아야 하겠다. 낙산 자락에 있는 청룡암, 보문사, 묘각사가 모두 관음도량이고, 그 절 이름 또한 관세음보살을 달리 부르는 이름으로 지은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김유신 / 불교문화정보연구원 이사


[불교신문 2470호/ 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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