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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개운사 보타사, 고대 기숙사 공사현장 점거

 

개운사 보타사, 고대 기숙사 공사현장 점거

“고려대는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라”

 

 

서울시 유형문화재 89호인 보타사 마애불 훼손우려에 따라 기숙사 신축공사를 잠정 중단했던 고려대와 현대산업개발이 3일 공사를 재개, 사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

 

개운사(주지 범해스님)ㆍ보타사(주지 초우스님) 스님과 신도 10여명은 3일 공사 현장을 점거하고 공사 중지와 함께 실무협의 재개를 촉구했다.

오후1시 공사현장을 찾아간 스님과 불자들은 피켓을 들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초우스님은 암반 파쇄작업을 벌이고 있는 굴삭기 위에 연좌<사진>하고 고대 측의 성실한 협상자세를 요구했으며, 범해스님과 신도들은 주변에 가부좌를 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학교 측과 건설사측을 규탄했다.

이 자리에서 범해스님은 “지난 10월22일 고려대 정문 앞 공사저지 법회 이후 강경해진 스님들과 종단관계자들을 설득해 대화창구를 열었으나 고려대와 현대산업개발의 무성의로 더 이상의 설득이 무의미해졌다”며 “공사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현장에서 공사를 저지하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부터 고려대 본관 앞에서 3000배 참회정진을 하고 있는 초우스님은 “열흘이 넘도록 총장실 앞에서 3000배 정진을 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협상이 종지부를 찍을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님들과 신도들은 공사 현장에서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이러타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개운사 비대위와 고려대 측이 공사중단을 합의한 것은 지난 10월23일이다. 고려대 이기수 총장은 개운사 주지 범해스님과 만나 신축 기숙사의 층고와 마애불과의 간격조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진동계측을 실시하며, 계측이 진행되기 전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고대 측은 다음날인 24일 암반파쇄 작업을 재개했으며, 사찰의 항의로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지난 10월28일 개운사 비대위는 고려대, 현대산업개발 측의 실무협의에서 △기숙사 층고를 4층 이하로 할 것 △문화재에서 최소 100m 이상 떨어질 것 △지속적인 진동계측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와 현대산업개발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진동계측만을 요구했다.

“층고나 설계변경 등에 대한 입장 없이 진동계측을 통해 공사를 재개하려는 것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개운사 비대위는 진동계측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고, 결국 고려대는 3일 공사를 재개했다.

범해스님은 “문화재나 사찰 수행환경 보호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양보하지 않는 고려대와 현대산업개발의 자세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합의사항이 이뤄질 때까지 공사를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현경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