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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찾아도 제자리 못 가는 불교성보가 있다

 

찾아도 제자리 못 가는 불교성보가 있다

 

대흥사 사천왕도·불회사 범종 등 도난문화재

압수 불구 공소시효 탓, 다시 피의자 품으로

  

불교계 “빠른 반환 위해 다각적 노력 펼쳐야”

해남 대흥사 천왕도와 신중도, 예천 한천사 지장시왕도, 나주 불회사 범종, 창녕 관룡사 영산회상도, 순천 선암사 향로. 고려.조선시대 한국불교미술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이들 불교성보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찰에서 도난당해 경찰이 압수했던 문화재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들 불교문화재들이 공소시효 만료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수 년째 사설박물관에 보관돼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문화재수사전담반과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은 지난 2006년 10월18일 마포 광역수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남 대흥사 사천왕도, 나주 불회사 범종 등 불교문화재 7건을 비롯해 중요 도난문화재 516점을 압수하고 이를 은닉해온 서예가 및 박물관장 등 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도난문화재를 취득 및 은닉해온 혐의를 받았던 피의자들은 “도난품인지 모르고 구매했다”며 선의취득을 주장했고, 절도 공소시효인 7년이 지나 압수된 물품의 일부를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서울 불교미술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도난문화재로 확인돼 압수된 대흥사 천왕도와 신중도, 한천사 지장시왕도, 불회사 범종, 관룡사 영산회상도, 선암사 향로 등 6점은 원래 소유주인 사찰이 아닌 박물관으로 반환돼 당시 불교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이들 성보들은 현재까지 사찰로 돌아오지 못하고 아직까지 불교미술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았던 박물관장 권대성 씨는 “선의취득에 대해 2006년 당시 법원에서 명확하게 정리가 된 만큼 문화재들을 전시 또는 보관하는데 문제가 없다”면서 “반환여부는 법으로 해결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 만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성보들을 원래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 사건에 이어 2007년 선암사의 도난탱화 소유권 소송패소 등 재판부가 선의취득을 인정한 판례가 있어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승소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불교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관계자는 “이미 2006년 형사사건으로 해당 성보의 반환이 무산돼 민사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 역시 승소가능성이 높지 않아 해당 사찰과 종단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불교계가 이들 성보들의 조속한 반환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불회사 전 주지 정연스님은 “앞으로 더 이상 불교성보의 망실은 없어야 되는 만큼 소송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해 노력을 펼치고 있다”면서 “종단과 관련기관을 비롯해 사부대중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청 광역수사대 문화재수사전담반도 “불법문화재 거래를 막고 재발방지를 위해 반드시 도난문화재는 제자리로 반환돼야 한다”며 재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윤석 문화재수사전담반장은 “문화적 가치가 뛰어난 불교문화유산이 도난당한 이후 판매돼 사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종단과 해당사찰 등 불교계가 적극 나서 반환운동에 나선 가운데 수사가 진행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불교신문 2468호/ 10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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