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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역대 선지식 수행처 조인선원 60년만에 문열어

 

역대 선지식 수행처 조인선원 60년만에 문열어

 

 




  “참선수행 전통 잇는 계기되길”


1930년대 중반 수좌들의 수행도량이었던 조인선원이 60여년 만에 다시 문을 열고 방부를 받았다. 경허.만공스님의 수행가풍을 잇고 있는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옹산스님)가 선지종찰(禪旨宗刹)의 수행가풍을 더욱 진작시키기 위해 이번 결제를 맞아 개원한 것이다.

하안거 결제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 오후. 덕숭총림 수덕사 조인선원(祖印禪院) 밖에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장마철이라도 된 듯 쉼 없이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는 탐.진.치 삼독(三毒)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중생들의 ‘거친 마음’을 씻어내는 듯 했다.

본래 안거는 부처님 재세시 수행자들이 우기(雨期)를 피해 한곳에 머물며 정진하던 일에서 유래했다. 결제를 하루 앞둔 이날 내린 비는 부처님 가르침을 다시 새기고 정진을 다짐하는 촉매제처럼 보였다.

조인선원은 지난 1937년 하안거와 동안거 결제에 만공스님이 조실로 납자들을 지도했으며, 일운스님이 선덕으로, 의천스님이 입승 소임을 보는 등 안거 때마다 10여명의 수좌들이 정진한 유서 깊은 선원이다. 1942년까지 방부를 받았으며, 그후에는 수덕사 대중들이 새벽예불이 끝난후 참선 공간 등으로 이용해 왔다. ‘부처님과 역대 선지식의 법을 계승하고 인가를 받는다’는 뜻의 조인(祖印)을 선원 명으로 삼았다.

수덕사 주지 옹산스님은 “만공.금오.원담.도일스님등 역대 선지식들이 머물며 참선수행하고 후학을 인도했던 곳”이라면서 “참선수행의 아름다운 전통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조인선원을 다시 연 뜻을 설명했다.

이번 하안거 결제에는 선원장 법안스님을 비롯해 10명의 스님이 용상방에 법명을 올렸다. 대부분 구참스님으로 역대 선지식들이 정진했던 선원에서 ‘깨달음의 향기’를 맛보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결제 전날, 조인선원 마루에는 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실로 엮어 만든 가리개인 ‘발’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다. 가뭄을 해갈 시켜주는 단비가 내리는 소리가 ‘발’을 타고 방안으로 전해졌다. 반쯤 열린 싸리문 옆에 놓인 기와에는 소박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곳은 정진 수행하는 처소이오니 출입을 삼가하여 주십시오” 동그라미 안에 화살표(↑)와 금지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생사해탈의 ‘엄중한 화두’를 드는 스님들이지만, 소박한 여유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이제 덕숭총림은 정혜사 선원은 상선원(上禪院), 조인선원은 하선원(下禪院)으로 명실상부한 선지종찰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오랫동안 선원에서 정진한 수좌인 옹산스님은 “선(禪)의 중흥을 일으킨 경허.만공스님이 주석하셨고, 그분들의 정신이 배어있는 곳이 덕숭산”이라면서 “산중에 수행인이 많고, 도인(道人)이 많이 배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조인선원 개원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옹산스님은 “덕숭산은 ‘이뭐꼬’를 실수참구하는 도량으로 원적에 든 방장 원담스님도 참선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수덕사는 향천사 천불선원, 개심사 보현선원, 천장사 염궁선원, 견성암 제일선원, 보덕사 선원, 극락사 선원, 법륜사 선원 등 9곳의 선원에서 200명 가까운 스님들이 결제에 들어갔다. 한국불교 중흥조인 경허.만공스님의 선풍(禪風)을 계승한 수덕사는 눈밝은 납자들의 정진도량으로 더욱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수덕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428호/ 5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