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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법전 종정예하“목과 입 사용않고 말할수 있는가”

 

법전 종정예하“목과 입 사용않고 말할수 있는가”

하안거 결제법어 발표

 

 

 

법전 조계종 종정예하가 오는 19일 무자년 하안거 결제를 맞아 법어를 내렸다.
 
법전 종정예하는 결제법어에서 백장선사가 “목도 입도 쓰지 않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고 제자들이 답한 것을 예로 들면서 “백장을 비롯한 모든 종사들은 가시덤불 같은 선문답으로써 사람을 시험했다”며 “납자들은 화두를 참구할 뿐이지 절대로 사구(死句)로 헤아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더불어 법전 종정예하는 백장선사의 참뜻을 묻고는 “목도 입도 쓰지 않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은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 물음”이라며 “이 물음의 타파를 위해 부디 화두를 잘 지니고서 이번 무자년 하안거에도 열심히 참구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다음은 조계종 종정예하 도림법전 대종사 무자년 하안거 결제법어 전문.
 
 
목과 입을 사용하지 않고 말할 수 있겠는가
 
백장선사께서 “목도 입도 쓰지 않고 말할 수 있느냐?”고 납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위산영우는 “오히려 스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하였고, 오봉상관은 “스님께서 먼저 목도 입도 모두 없애 보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운암담성은 “스님께서 이미 목과 입을 모두 없애 버리신 줄 알았는데 아직 목과 입이 남아 있습니까?”라고 대꾸하였습니다.
 
운문선사는 “평지에 죽은 사람이 무수하다. 가시덤불을 지나가는 자라야 좋은 솜씨이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백장을 비롯한 모든 종사들은 가시덤불 같은 선문답으로써 사람을 시험하였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언어로는 납자들을 제대로 시험해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안목이 열린 공부인이라면 그 말의 낙처(落處)를 제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알고 보면 쉽습니다. 물음 속에 한 가닥 길이 있음을 안다면 칼끝도 상하지 않고 또 손끝도 절대로 다치는 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납자들은 활구(活句)를 참구할 뿐이지 절대로 사구(死句)로 헤아리지 않습니다. 종사가 사람을 지도하는 것은 못과 쐐기를 뽑아주는 이치가 있음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백장선사가 “목도 입도 쓰지 않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것에 대하여 대답한 이 대종장들의 말씀은 각각 깊고 얕은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어쨌거나 나름대로 모두가 자기분상에서 한 소식을 담아낸 것들입니다. 하지만 ‘목구멍과 입술을 닫아버리고 한마디 하라’는 백장의 말씀에 무슨 차례가 있겠습니까? 이미 목구멍과 입술을 다물었다면 또다시 무슨 일을 밝힐게 있었겠습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백장선사의 참뜻이 무엇입니까? 
앞으로 가도 마을을 만나지 못하고 뒤로 돌아가도 주막이 없습니다.
이처럼 “목도 입도 쓰지 않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은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 물음입니다.
이 물음의 타파를 위하여 부디 화두를 잘 지니고서 이번 무자년 하안거에도 열심히 참구해주기를 이 산승이 결제에 들어가면서 당부하는 바입니다.
 
건곤일통물요와(乾坤一統勿譊訛)어늘
정족삼분사유다(鼎足三分事愈多)라
뇌득백장능파정(賴得百丈能把定)하여
불교용이동간과(不敎容易動干戈)로다
 
건곤이 하나로 통합될 때 시비가 없더니
솥발같이 셋으로 나뉘니 일이 더욱 많아졌네.
다행히 백장이 있어 잘 가라앉혔으니
쉽사리 창과 칼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네.
 
불기 2552(2008)년 하안거 결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