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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불편한 어르신 부모님처럼 돌봐

 

불편한 어르신 부모님처럼 돌봐


따뜻한 연말을 준비하는 사람들 ⑥

“기쁜모습 보며 보람느껴”

현장   영남자비봉사단 목욕팀

매주 효경G병원 목욕자원봉사

 

노인들에게 목욕봉사를 실천하는 영남자비봉사단 목욕팀 팀원들.

그 옛날 불자들은 부처님 발을 물로 씻으면서 최상의 예경을 표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거동이 힘든 사람에게 목욕을 시켜주며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불교대학 영남자비봉사단 목욕팀이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대구 효경G병원을 찾아가 병상에 누워있는 노인들을 위해 목욕봉사를 한다. 앞치마를 두른 채 한 손엔 때수건을 든 모습은 추레하지만, 이들의 손끝에서는 겨울추위도 물리칠 온기가 새어나온다.

“아 시원해.” 뿌연 수증기가 가득 찬 샤워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할머니 입에서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따뜻한 물로 구석구석 몸을 씻고 머리를 감은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돌 때 쯤, 봉사자의 몸은 땀과 물로 범벅이 된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기를 깨끗이 닦은 후 건조한 살이 트지 않게 꼼꼼하게 로션이나 오일을 바르고 새 환자복으로 갈아입힌다. 깨끗하게 씻은 환자가 떠나자마자 또 다른 환자가 찾아왔다. 이미 밖에는 2~3명의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다. 숨 돌릴 틈 없이 다시 목욕은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성(性)의 구분도 무의미했다. 봉사자들에게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환자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일 뿐이었다.

목욕을 끝내고 어렵게나마 입을 연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빠트리지 않았고, 말씀조차 어려운 할아버지는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감정조차 표현하기 어려운 중증환자들의 얼굴에도 고마움이 묻어났다. 그렇게 하길 2시간, 10여명의 환자가 깨끗한 모습으로 샤워실을 나갔다. 봉사자들도 그제야 허리를 폈다. “여러 분을 목욕시켜드리다보면 힘들지만 오히려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전상원(46 도안)씨는 “아프단 말씀조차 못하는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편안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봉사단이 월요일마다 찾는 이곳 효경G병원은 노인요양전문 병원이다. 200여명이 입원해 있는데, 중증환자부터 치매환자까지 증세가 다양하다. 봉사단이 하는 일은 간병인을 대신해 이곳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목욕시키는 것이다. 봉사는 체계적이고 빠르게 진행된다. 입원실이 위치한 층마다 4~5명이 조를 짜서 입실하면, 한 분씩 들어와 목욕을 하고 나간다. 이들의 손을 거치면 칙칙했던 피부도 화사해지고, 까치집이었던 머리도 차분해져 돌아간다.

봉사단이 병원을 찾은 것은 1년 6개월 전이다. 병원 개원과 함께 이곳에서 목욕봉사를 시작해, 이제 간호사나 간병인은 물론 병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봉사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장 도재권(57 혜광)씨는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나보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한편 봉사단은 지난 13일 효경G병원으로부터 감사패와 함께 받은 상금 10만원을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본지에 전달했다.  대구=어현경 기자

 

[불교신문 2387호/ 12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