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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종단파견 봉사자 등 1000여명 동참 ‘기름 제거’

 

“용기 잃지 말고 다시 일어서길…”

종단파견 봉사자 등 1000여명 동참 ‘기름 제거’

 

태안군청 방문 3억2천만원 상당 복구물품 전달

 

지난 여름 맨발로 공을 차며 맘껏 뒹굴던 모래사장은 더 이상 범접하기 어려운 시꺼먼 기름밭으로 변해 있었다. 마스크를 해도 10여분만 지나면 독한 악취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난 14일 사상 최악의 원유 해양 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충남 태안 앞마다 신두리 해수욕장을 찾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재난복구지원단 자원봉사자 1000여명은 참담한 환경대재앙 현장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지난 14일 충남 태안 신두리해수욕장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종무원, 자원봉사자 등이 동참한 가운데 기름 묻은 갯벌을 흡착포로 닦아내고 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피해복구현장에는 이미 조계종 재난복구지원본부에서 파견된 자원봉사자들이 여타 단체들과 함께 백사장을 뒤덮은 시커먼 기름찌꺼기를 치우느라 여기저기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흰색 방제복에 장화를 신은 총무원장 지관스님도 먼저 온 이들을 격려하며 갯벌을 가득 메운 기름때를 흡착포로 적셔 나르는 대열에 참여했다.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바쁜 마음에 성급히 흡착포를 눌러대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에게 조언했다. “급하게 하지마시고 살살 눌러서 기름이 흡착포에 달라붙게 하세요”

1시간이 넘게 피해복구활동에 참여한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고무장갑에 묻은 기름이 얼굴에 묻는 것도 아랑곳 않고 한겨울의 매운바람을 훔치며 안타까운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겠습니다. 어쨌든 이번 재난으로 마음 고생할 주민들에게 뭐라 위로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서해주민 여러분들이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다시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정념스님도 자원봉사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불자들이 어려움 당한 지역민들을 위해 기도해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세상에 부처님 계시지 않는 곳이 없으니 부처님 도량을 맑게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라도 기름때 제거에 동참해주길 바랍니다.”

기름에 범벅된 굴양식장 인근에서는 200여명의 조계종 종무원들이 속살까지 기름으로 얼룩진 바지락과 기름 묻은 굴껍질들을 한 곳에 모으고, 마대자루에 담아 실어 날랐다. 아무리 파내도 검은 기름물은 끝없이 나왔다. 박종학 조계종 총무원 문화팀장은 “죽어있는 어패류들을 치우며 가슴이 많이 아팠다”며 “복구활동이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와서 도움주고 싶다”고 말했다. 온양 백련암 주지 승주스님도 “엄청난 기름띠를 보니 엄두가 안 나지만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 스님들이 일어나 나라를 구했던 것처럼 어려울 때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날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 피해복구현장에는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해 총무원 교역직 주요스님과 종무원 200여명, 도선사 108산사 순례단 환경지킴이, 조계사, 화계사, 불교환경연대 등 400여명, 수덕사.마곡사 본말사 300여명, 동학사 학인스님 등 100여명, 진주불교연합회 소속 대중 200명 등 1000여명이 현장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동안거 수행정진 중인 수덕사의 정혜사, 견성암, 보덕사 선방스님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이날 태안군청을 방문해 3억2천만원 상당의 피해복구 물품을 전달했다. 

태안=배재수 기자

 

[불교신문 2386호/ 12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