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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과게송

미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

 

미린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

인격적 객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의 교리를 두 사람의 논담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경전이 있다. 〈미린다팡하(Milindapanha)〉라고 하는 이 경은 한역에서는 〈미린다왕문경〉혹은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으로 번역되어 있다. ‘경’이라는 말이 붙어 있으나 엄격히 말하면 대론서(對論書)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원정 이후 서북 인도는 한때 그리스 왕들에 의하여 통치됐는데, 기원전 2세기 후반에 그 지방을 통치한 왕이 메난드로스(Menandros)다. 이 왕의 이름 메난드로스를 팔리어로 ‘밀린다’라고 한다.

왕은 곧잘 수행승들에게 질문을 퍼부어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기로 유명했는데, 대론을 하여 자기의 의문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수행자가 인도에는 아무도 없다고 개탄을 한다. 그러자 대신인 데바만티아가 왕에게 나가세나(Nagasena, 那先)라는 장로가 지혜가 뛰어나고 변재가 좋다고 추천해 왕은 나가세나를 찾아가 두 사람의 대담이 시작된다.

밀린다왕과 나가세나의 대담 흥미로워

‘무아설’ 설명에 자주 인용되는 경전

나가세나를 만난 왕은 먼저 그의 이름을 묻는다. 이에 대한 대답이 묘하다.

“대왕이시여, 나는 나가세나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 나가세나라는 이름은 이름에 지나지 않고 거기에 인격적 개체는 없는 것입니다.”

이 말에 왕은 무척 놀란 표정을 짓는다.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는 당사자가 자기는 인격적 개체가 아니라고 하니, 그럼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듣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의혹이 일어났다.

“나가세나로 불리는 존재는 그럼 도대체 누구인가요? 머리카락이 나가세나인가요.”

“대왕이여, 그렇지 않습니다.”

“몸에 있는 털들이 나가세나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왕은 치아, 피부 등의 신체를 구성하는 온갖 부위 하나 하나를 들어가며 따져 묻지만 나가세나는 모두 부정을 한다. 왕은 끝내 나가세나라는 존재의 단적인 것을 찾아내지 못하자 마침내 나가세나가 거짓말을 했다고 힐책을 했다. 이에 나가세나는 반론을 개시한다.

“대왕이 여기에 오실 때 무엇을 타고 오셨습니까?”

“수레를 타고 왔습니다.”

“대왕이여, 수레를 타고 오셨다면 무엇이 수레인가를 내게 말해 주시겠습니까?”

“수레의 채가 수레인가요?”

“스님, 그렇지 않습니다.”

“수레의 축이 수레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멍에인가, 바퀴인가, 채찍인가 하고 따져 묻지만 왕은 계속 부정을 한다.

나가세나는 왕의 논법을 뒤집어 그대로 왕에게 반문을 한 것이다. 왕은 채와 기타의 부속물에 의해 수레라는 명칭이 생겨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나가세나는 신체의 구성 부분에 의해서 나가세나라는 이름이 생기며, 인격적 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유도해 낸다. 왕은 나가세나에게 속으로 감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대목의 이야기를 불교의 무아설을 해석한 것으로 보아 무아설 설명에 이 이야기를 자주 인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비달마 교학에 의한 무아설과는 취지가 다르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 2304호/ 2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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