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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과게송

백유경(百喩經)

 

백유경(百喩經)

어리석음 깨우쳐 지혜를 닦는다

불경 가운데 〈이솝우화〉처럼 풍자적인 설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경이 있다. 여러 가지 비유로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일상의 지혜를 닦게 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 경은 백가지 비유를 들어서 말씀했다 하여 〈백유경(百喩經:Satavadana sutra)〉이라 한다. 경의 전문을 보면 모두 98가지의 짧은 이야기가 모아져 있는데 하나같이 어리석음을 풍자해 놓은 이야기들이다.

옛날에 어떤 부자가 있었다. 재산은 많이 가지고 있었으나 어리석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어느 날 다른 부잣집에 가 보니 3층으로 잘 지어진 누각이 있었다. 높고 웅장하며 퍽 시원해 보였다. 부러운 생각이 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저 사람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나만 못한 저 사람이 이렇게 좋은 누각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좋은 누각을 짓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는 곧 목수를 불러 말했다.

“저 집처럼 좋은 누각을 지을 수 있겠는가?”

목수는 대답했다.

“저 누각은 바로 내가 지은 것입니다.”

“내게도 저와 똑같은 누각을 지어다오.”

이에 목수는 땅을 고르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짓기 시작했다. 그는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짓기 시작하는 것을 와서 보고 갑자기 의혹이 일어나 목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누각을 지을 것인가?”

“1, 2층을 먼저 짓고 나중에 3층을 지을 것입니다.”

98가지 비유설화 담은 ‘불교판 이솝우화’

쉽고 짧은 이야기속에 ‘因果’중요성 강조

이 말을 들은 부자는 엉뚱한 주문을 하였다.

“나는 아래 두 층은 가지고 싶지 않다. 맨 위층인 3층만 지어다오.”

목수는 대답하기를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아래 1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2층을 지을 수 있으며 2층을 짓지 않고 어떻게 3층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고집을 부리며 “내게는 아래 두 층은 필요없다. 반드시 맨 위 층인 3층만 지어다오”라고 하였다. 이때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비웃으면서 말하기를 “어떻게 아래층을 짓지 않고 위층만 지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하였다.

비유하면 이렇다. 부처님 제자들이 부지런히 삼보를 공경하여 정진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도를 얻으려 것, 곧 노력 없이 결과만 바라는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이다.

이상은 98가지 가운데 10번째 나오는 이야기이다.

〈백유경〉의 우화는 모두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여기서 어리석다는 것은 세상의 인과법(因果法)을 모르거나 믿지 않고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불교의 신행은 인과법을 믿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원인이 좋아야 결과가 좋으며 원인이 나쁘면 결과가 나쁘다는 인과의 이치를 설해 놓은 이 경의 법문은 세상을 바르게 사는 지혜는 올바른 행위를 통해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백유경〉은 〈법구비유경〉과 함께 제목에 비유라는 말이 들어있어 경 전체가 비유설화임을 밝히고 있다. 전부 4권으로 되어 있으며, 5세기에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僧伽斯那:Sanghasena)가 찬집하고 그의 제자 구나브르디(求那毘地:Gunavrddhi)에 의해 492년에 한역되었다. 설법의 대상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로 전문적인 수도인 만이 아니며, 사변적인 논리를 내세우는 교리적 난해성이 전혀 없는 점이 이 경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 2302호/ 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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