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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과게송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마음”

서진시대 법거.법립 공동번역

선행.악행 비유 삶의 의미 밝혀

어느 날 부처님이 설법을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제자인 비구들이 부처님을 에워싸고 함께 동행하고 있었다. 얼마쯤 왔을 때 길가에 버려진 휴지조각이 있었다. 부처님이 이를 보고 “저 휴지가 어디에 쓰였던 것일까?” 하고 물었다. 한 제자가 얼른 휴지조각을 주워 냄새를 맡았더니 향내가 났다.

“이 종이는 향을 쌓던 종이인 것 같습니다. 향내가 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자 부처님은 그러냐 하는 표정을 짓고 말없이 길을 계속해 걸었다. 얼마를 더 왔을 때 이번에는 길가에 새끼토막이 하나 버려져 있었다. “저 새끼는 무엇에 쓰였던 것일까?”

아까처럼 한 제자가 새끼토막을 주워 다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 말씀을 드렸다.

“이 새끼는 썩은 생선을 묶었던 것인 것 같습니다. 썩은 생선 비린내가 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자 부처님이 걸음을 멈추었다. 제자들도 걸음을 멈추고 무슨 말씀을 하시러나 하고 귀를 기울였다.

“비구들이여, 사람이 선업을 짓는 사람이 있고 악업을 짓는 사람이 있다. 선업을 짓고 사는 사람은 향을 쌓던 종이가 향내를 풍기는 것처럼 그 사람의 마음에서 향기가 나오고 악업을 짓고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악취가 나오게 된다. 향기를 풍기는 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대개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본래는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도의 뜻이 높아지고 우매한 이를 벗하면 재앙이 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종이가 향을 쌓기 때문에 향내가 나고 새끼는 생선을 꿰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아서 차츰 물들어 친해지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법구비유경〉 ‘쌍요품’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인간의 선행과 악행을 향기와 악취에 비유한 것으로 향기롭게 사는 것이 삶의 참된 의미임을 설한 법문이다.

오탁악세의 혼탁이 인간의 심성을 자꾸만 오염시키고 있는 오늘의 세태를 생각해 보면 어떤 것이 인간의 참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모두가 정신없이 허둥대면서 자기 정체를 잃어버리고 자아성찰에 둔해지고 있다. 날로 악업이 늘어나 사회가 불안해지는 판국이다. 그런 속에서도 현대인들은 과학문명의 발달로 고도의 문명 속에서 산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문명이 깊이 중독되어 스스로의 마음을 혼탁하게 해 사는 지도 모른다. 어서 발심을 하여 해독의 처방을 자신의 마음 안에서 내려야 한다. 교계 일각에서 오래전부터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고명하신 스님의 지도로 펼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 이 운동이 불자는 물론 전국적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지혜롭게 쓰지 못하면 스스로 정신적으로 불우한 환경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환경오염이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처럼 마음의 오염이 정신적인 불구의 결과를 가져 오는 법, 세상의 맑게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법구비유경〉은 서진(西晉) 때 법거(法炬)와 법립(法立)이 공동으로 번역하였으며 4권으로 되어 있다. 전체의 품이 40품으로 나눠져 있는데 〈법구본말경〉 혹은 〈법유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운문체로 된 〈법구경〉과 같은 내용에 비유의 이야기를 삽입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하였다.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 2300호/ 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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