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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유적과사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사찰] 경주 남산 탑곡마애조상군

신라인들이 탑곡 바위에 조성한 ‘영산회상’

9m 높이, 30m 둘레 바위 네 면에 불탑 여래
보살, 나한, 보리수 등을 새겨 법화사상 표현
제일 큰 북면 바위에 법화경에서 제일 중요한
‘견보탑품’ 내용 그려 법화경의 영원성 나타내

“중생들이 여래 수명이 장구함을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면 부처님이 기사굴산에서 대보살과
성문들에게 둘러싸여 법문 하는 것을 보게 되리”
- 법화경 분별공덕품


경주 남산 탑곡 마애조상군(磨崖彫像群). 9m 높이, 30m 둘레 바위 네 면에 불탑, 여래, 보살, 비천, 나한, 사자, 보리수 등을 새겨 법화사상,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신 곳을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우뚝 솟은 바위를 신령스러운 영물(靈物)로 여겨 바위 신앙이 보편화 되었다. 이 신령스러운 바위에 불교와 관련된 내용을 새겨 불교의 믿음을 공고히 했다. 기존의 바위신앙을 불교신앙으로 옮겨 놓은 곳이 보물로 지정된 경주 남산 탑곡 바위에 그려진 영산회상도이다. 부처님께서 인도 기사굴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신 곳을 경주남산 탑곡마애조상군(磨崖彫像群)에 표현하였다.

<대반열반경> ‘금강신품’에 마하가섭이 “세존이시여, 여래의 변하지 않는 몸은 마치 돌에다 형상을 새긴 것과 같겠나이다” 하였으며, 법화경 ‘여래수량품’에 “부처님은 시공을 초월해 상주불멸한 존재”라 하였으니 당연히 신라인들은 신령스러운 바위에 변치 않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말씀을 새겨 영원히 함께하고자 했다.

바위 네 개면에 법화사상 표현

탑곡마애조상군 바위는 높이가 약 9m, 둘레가 약 30m에 달하며 사면에 불탑, 여래, 보살, 비천, 나한, 사자, 보리수 등을 새겨 법화사상을 표현하였다. 제일 큰 북면 바위에는 법화경에서 제일 중요한 ‘견보탑품’의 내용을 그려 법화경의 영원성을 나타냈다.

견보탑품에 “그때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 칠보탑이 땅에서 솟아나 공중에 머물러 있다. 그것은 가지가지 보물로 장식되어 있으며 천만의 방이 있으며, 한량없이 많은 당번(幢幡)과 보배 영락을 드리우고 보령 또한 그 위에 수없이 달았으며, 꼭대기 번개(幡蓋)는 칠보로 장엄하였으며 탑의 꼭대기는 사천왕궁에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상징하는 동탑은 땅에서부터 2m 위에 높이 1.77m, 너비 2.05m로 공중에 떠있는 9층으로 된 목탑을 새겨 놓았다. 층마다 두 개씩 방은 석가·다보 두 부처님이 함께 있는 모습을 표현하였다. 탑의 꼭대기인 상륜부는 노반·복발·앙화와 수없이 많은 보령(寶鈴)이 달린 다섯 겹의 보륜과 그 위에 둥근 물안개의 수연과 용차·보주를 세밀하게 조각하였다. 탑 지붕에도 보령을 달아 지극히 찬란하다.


마애조상군 북면의 석가탑과 다보탑.


부처님이 ‘선정인’을 하신 이유

동탑 옆에는 다보탑으로 서탑이 7층으로 새겨져 있다. 서탑은 동탑과 조각수법이 비슷하나 동면보다 약간 작은 탑으로 땅 밑에서 솟아오른 다보여래를 나타내었다. 탑 위에는 두 비천이 날며 탑에 공양을 올리며 법화경을 설하는 부처님을 찬탄하고 있다. 탑 밑에 마주보는 두 마리 사자는 두 부처님의 사자후를 표현하였다. 두 탑 사이에는 넓은 연꽃 위에 공중에 높이 떠있는 밝은 표정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선정인(禪定印)을 하고 계신다.

법화경 ‘견보탑품’에서 ‘촉루품’까지 석가모니 부처님은 허공 가운데 머물러 계셨기 때문에 허공에 계신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부처님께서 항마촉지인을 하지 않고 선정인을 한 것은 법화경에서는 마왕의 항복 받았다는 내용이 없다. 법화경을 설하신 모든 부처님이 선정에 들어 계신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두광에는 부처님의 광명과 신통한 모습을 햇살처럼 연꽃을 새겼다. 법화경 ‘서품’에 부처님의 광명과 신통한 모습을 나타내자 문수보살은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 세간에서 믿기 어려운 묘법연화경(법화경)을 듣고 알게 하려고 상서로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고 했다. 부처님 머리 위 보개는 신라인들이 부처님과 법화경에 올리는 최고의 공양이다.

탑곡 바위 네 면에는 사방불이 새겨져 있는데 법화경 ‘화성유품’에 “과거 3000 진점겁(塵點劫) 이전에 출현하여 법화경을 설하신 대통지승부처님의 아들 열여섯 왕자가 출가하여 법화경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성불하였다. 그 가운데 네 왕자는 동방 아촉불, 남방 허공주불, 서방 아미타불, 북방 운자재불이 되었다. 열여섯 째 부처는 나 석가모니불이니, 이 사바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였느니라” 하셨다. 법화경 ‘화성유품’에 따라 탑곡 바위 네 면에 사방불을 새겼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북면 마애불탑을 오른쪽으로 돌면 높이 10m, 너비는 약 13m 가량인 동면 바위 중앙에 삼존불과 비천(飛天)이 날고, 밑에는 향공양을 올리는 스님이 조각되어 있다. 법화경 ‘서품’에 부처님께서는 미간의 백호상(白毫相)으로 광명을 놓아 동방으로 1만8000의 세계를 비추시니, 부처님의 광명과 신통으로 사부대중이 여러 가지 수행으로 도를 얻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또 “보살들이 합장하고 편히 앉아 천만 가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며” 하였다.

‘분별공덕품’에서는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 꽃을 비 내리려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였다”고 하였다. 또 ‘화성유품’에 “대통지승부처님이 출가하여 가부좌를 틀고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니 도리천인들이 그 부처님을 위해 보리수 아래 사자좌를 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도록 하였다”고 하였다. 탑곡마애조상군에는 이러한 법화경의 내용을 바위에 새겼다.


마애조상군 동면의 아촉 삼존불.


큰 연화좌 위에 선정인을 한 해맑은 얼굴의 동방 아촉불은 36줄의 빛이 발산하는 두광 속에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좌우 협시보살은 부처님 쪽으로 몸을 틀어 생동감을 준다. 두광이 뚜렷이 빛나는 좌 협시보살은 화려한 보관에 연화좌 위에서 합장한 채 몸을 틀어 아촉불을 찬탄하고 있다. 연화좌 위 우 협시보살은 타방에서 금방 온 듯 천의를 휘날리며 우슬착지한 채 두 손으로 아촉불에게 공양을 올리는 모습이다.

삼존불 위에는 6인의 비천이 합장하고 법화경을 듣거나 찬탄하며 꽃과 향을 날리며 공양을 올리는 모습이다. 하늘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수직으로 내려 왔으면 천의가 휘날리며, 상체를 90도 꺾었다. 동면 북쪽 하단에는 우슬착지한 스님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병 향로를 들어 향공양을 올리는 모습이다. 좌측 바위에는 동면 남쪽 바위면은 높이 5m, 너비 4m인데 두 그루의 보리수 아래 결가부좌로 선정에 든 스님은 대통지승부처님이 깨닫기 전 수행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마애조상군 남면의 허공주 삼존불.


28cm 깊이…남면 감실 허공주 삼존불

높이 0.28m, 너비 7.5m 남면바위에는 허공주불 삼존불이 얕게 판 감실 안에 모셔져 있다. 마멸이 심하나 단정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선정인을 하고 있다. 두 협시보살은 연화대좌 위에 앉아 합장하고 본존 허공주불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

서면에는 보리수 아래 선정인을 한 보주형 두광의 아미타불이 약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위로는 비천 2인이 동서로 조각되어 있다. 법화경 ‘분별공덕품’에 “중생들이 여래의 수명이 장구함을 깊은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면 곧 부처님이 항상 기사굴산에 계시면서 대보살과 성문들에게 둘러싸여 법문을 하는 것을 보게 되리라”하셨다.


마애조상군 서면의 아미타불.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