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한 송이 연꽃, 뭇 생명은 한 가족”
‘만법귀일 일귀하처’ 오도…만공선사 주석처
“이 세상은 한 송이 연꽃, 뭇 생명은 분명
한 가족이니 남을 위함이 곧 나를 위한 일
나와 남이 본래 둘이 아님일세”라는 말로
모든 존재가 독자적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관계이므로 나와 남은 본래 둘이 아니다 강조

국보 예산 수덕사 대웅전. 전면은 종갓집 맏며느리의 머릿결처럼 정갈하고, 측면의 종보, 대들보, 퇴보를 연결하는 소꼬리처럼 생긴 우미량과 기둥에서 보를 받치는 보아지, 화반 등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392년 백제 아신왕은 즉위하자마자 “숭신불법구복(崇信佛法求福), 불법을 받들어 믿고 복을 구하라”고 했다. 그런 믿음은 계속 이어져 636년에 완성한 당나라 <주서(周書)>에서는 “(백제에는) 스님들과 절과 탑이 매우 많다. 그러나 도교인은 없다(僧尼寺塔甚多 而無道士)”고 했다. 특히 혜현(惠現)법사는 수덕사에서 <법화경>을 지송하고 강론하여 대승보살의 실천행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법화경>을 모티브로 한 ‘수덕(修德)도령과 덕숭(德崇)낭자’ 창건연기 설화가 만들어 지게 되었다.
법화경 모티브 창건연기 설화
도령을 통해 살생을 금해 재앙을 막고 수행으로 지혜를, 보시로써 복덕을 닦아야 한다는 것과 낭자를 통해 복덕을 두루 갖춘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재앙을 물리쳐 준다는 것을 일러주었다. 도령이 짓던 절이 완공되기도 전에 불에 타거나 무너진 것은 수행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고, 낭자가 도령과 결혼을 약속한 것은 ‘모든 중생들은 성불한다’는 <법화경>의 약속이다. 또 낭자가 바위 속으로 들어간 것은 관세음보살의 변치 않는 마음을 중생들에게 바위로 보여준 것이다. 지금도 관음바위에는 덕숭낭자의 버선 한 쪽이 봄꽃으로 피어나 신비스럽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경하면 곧 복덕과 지혜가 있는 사람으로 덕의 근본을 잘 심었으므로 여러 사람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리라”고 했다. 옛말에 ‘양재수덕(禳修德), 재앙을 물리치려면 덕을 닦는 것 만한 것이 없다’하여 수덕사(修德寺)의 의미를 더해준다.
‘세계일화’…만공선사 주석 도량
수덕사는 근·현대 유명한 선지식 만공월면(滿空月面, 1871~1946)선사가 주석한 곳이다. 선사는 25세)에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의 화두 참구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지만 다시 ‘무(無)’자(字) 화두 참구로 확철대오 했다. 34세에 경허선사로부터 법을 인가 받고 ‘만공’이란 법호를 받았다. 35세부터 75세까지 수덕사, 정혜사, 견성암을 중창하는 등 전국적으로 선풍을 떨쳤다.
만공선사는 모든 존재가 독자적이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관계이므로 나와 남은 본래 둘이 아니라 했다. “이 세상은 한 송이 연꽃이고 뭇 생명은 분명 한 가족이니 남을 위함이 곧 나를 위한 일, 나와 남이 본래 둘이 아님일세(世界一花 萬生一家 爲他爲己 自他不二)”라는 말로 법화사상을 드러냈다. 특히 선사는 1935년에 당신의 법호 만공과 법명 월면을 나타낸 전월사(轉月舍)를 짓고 의친왕 이강이 선물한 거문고 ‘공민왕금(恭愍王琴)’을 타며 허공 가득한 보름달을 굴려 불조의 혜명이 이어지길 바랐다.

대웅전 목조 석가여래삼불좌상. 정교하게 조각된 보단이 삼세불을 돋보이게 한다.
‘제법실상’ 보여주는 국보 대웅전
국보 수덕사 대웅전은 대들보에 먹으로 쓴 “지대원년(至大元年)”이란 글씨가 발견되어 고려 충렬왕 34년(1308)에 지어졌음이 밝혀졌다. 정면3칸 측면4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배흘림기둥에 주심포를 얹고 세 쪽 빗살 분합문을 단 소박한 전각이다.
대웅전 측면 우미량, 화반, 보아지.
전면은 종갓집 맏며느리의 머릿결처럼 정갈하고, 측면은 기둥과 서까래, 보 등이 화려한 멋을 풍긴다. 종보, 대들보, 퇴보를 연결하는 소꼬리처럼 생긴 우미량(牛尾樑)과 기둥에서 보를 받치는 보아지, 화반(花盤) 등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수덕사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이처럼 수덕사 대웅전의 형태미는 <법화경> ‘방편품’에서 말한 “일체의 존재가 서로 의지하고 제한하는 연기의 법칙 속에서 존재들의 참다운 모습”인 제법실상을 보여주고 있어 내면의 진실을 품고 있다.
대웅전 내부 석가·약사·아미타의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은 만공선사가 1938년 남원 귀정사에서 수덕사로 이운하여 모신 부처님이다. 인조17년(1639)에 수연 등 7명의 스님이 남원 풍국사에서 조성했다는 조성기가 있다. 보물로 지정된 삼세불은 상체가 늘씬해지면서 얼굴과 신체가 단정하고 건장하며 당당한 모습이다. 낮은 육계에는 서기가 품어 나오는 뾰족한 정상계주와 반원형의 계주(珠)가 있고, 각진 얼굴에 이마가 넓은 편이며, 오똑한 콧날에 귀는 길고 목에는 삼도(三道)가 새겨져 있다.
연화대좌. 연꽃이 활짝 피어나는 모습으로 법화경의 성불사상을 생각하게 한다.
삼세불 빛내는 육각보단과 연화대좌
또 보물인 목조 육각보단과 연화대좌는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도록 중생들이 마련한 자리로 수덕사 대웅전 조성 때 함께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매우 정교하게 조각되어 삼세불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삼단육각형 보단의 높이는 149.5㎝, 육각 한 면의 폭은 117.0㎝로 연화당초문과 모란꽃을, 아래에는 2개의 금강저를 조각했다.
목조 연화대좌는 높이 24.7㎝, 지름 124.3㎝로 둘레에는 96개의 연꽃잎을 나무를 깎아 꽃잎을 만들고 못으로 고정하여 연꽃이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멋지게 표현했다. 연꽃의 씨방을 나타낸 원형 대좌는 삼베로 입히고 범어로 ‘옴’자를 썼다. 이 연화대좌는 꽃과 열매를 동시에 갖춘 연꽃으로, 연꽃잎은 <법화경>에서 ‘수행에 의해 모든 사람은 성불한다’는 원인(原因)을, 씨방인 열매는 ‘석가모니부처님은 이미 아득한 옛날 성불하였다’는 결과(結果)를 연화대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수덕사 노사나불괘불탱. 야외법회 때 설치하는 107.1m 크기의 야단법석 불화다.
역동적 환상적인 노사나불 세계
수덕사 노사나불 괘불탱은 보물로 사찰의 큰 행사 때 야단에 법석을 만들고 이때 그려진 부처님을 법석에 모시는 그림(야단법석 불화)이다. 1673년에 응열 등 4명의 스님이 삼베에 그렸는데, 크기가 길이 10m71cm, 폭 7m44cm로 대형 야단법석불화이다. <화엄경>에 “노사나불은 보리수 도량에서 정각을 이루어 모든 법계에서 깨끗한 법을 굴리실 때 장엄된 몸을 하고 모든 세간에 널리 나타나신다”고 했다.
수덕사 원만보신 노사나불은 보관을 쓴 장엄된 몸으로 양손을 들어 법을 설하며 모든 세간에 널리 나타난 모습이다. 또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보살의 생각을 아시고 그 입과 낱낱 치아 사이에서 부처 세계 티끌 수 광명을 놓으시니, 그 낱낱 광명은 열 부처 국토의 티끌 수 같은 세계를 비추었다. 그 보살들은 이 광명을 보자 연화장엄 세계 바다를 모두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수덕사 야단법석불화는 노사나불의 입에서 나온 오색광명이 화면가득 뻗어나가 그 광명으로 불보살과 10대 제자, 사천왕, 금강역사 공양천신들을 연화장엄 세계로 빨아들이는 듯 역동적이어서 화려하고 환상적인 노사나불의 세계를 느끼게 한다. 희유하신 노사나 부처님의 모습을 중생들에게 보여주는 불화이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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