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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나는 ‘십악’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十惡懺悔(십악참회)

殺生重罪今日懺悔(살생중죄금일참회)  偸盜重罪今日懺悔(투도중죄금일참회)

邪淫衆罪今日懺悔(사음중죄금일참회)  妄語衆罪今日懺悔(망어중죄금일참회)

綺語衆罪今日懺悔(기어중죄금일참회)  兩舌衆罪今日懺悔(양설중죄금일참회)

惡口衆罪今日懺悔(악구중죄금일참회)  貪愛衆罪今日懺悔(탐애중죄금일참회)

瞋碍衆罪今日懺悔(진애중죄금일참회)  癡暗衆罪今日懺悔(치암중죄금일참회)

- <천수경(千手經)>

우리는 살아가면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부분은 의도하지 않은 잘못이지만, 일부는 알고도 잘못을 행하기도 한다. 아무리 잘 산다고 해도 잘못을 하지 않고 살기란 어렵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다.

문제는 잘못을 한 후에 그것을 뉘우치고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뉘우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른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삶의 자세이다. 불교에서는 잘못을 뉘우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참회(懺悔)’라고 한다.

참회에서 참(懺)과 회(悔)는 산스크리트어 크샤마(ks.ama)와 관련이 있다. 즉 참은 크샤마를 음역한 것이고, 회는 크샤마를 의역한 것이다. 참은 ‘용서를 청하는 것’이며, 회는 ‘뉘우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참회는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다른 이에게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지바카 동산에 머무실 때 “세상을 살아가면서 허물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잘못을 스스로 참회하고 고치면 그는 아주 훌륭한 사람(上人)이다. 바로 지금이 참회할 때이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바 있다. 부처님의 이 같은 가르침은 잘못 자체보다는 잘못을 ‘바로 지금’ 스스로 참회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는 것이다.

불자들이 가장 자주 독송하는 경전 가운데 하나가 <천수경(千手經)>이다. 조석예불과 사시불공은 물론 각종 법회, 재, 기도 등을 지낼 때 봉독한다. 이 경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이 바로 ‘십악참회(十惡懺悔)’이다. 살아가면서 짓게 되는 과오를 진심으로 참회하고 다시는 되풀이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십악참회에는 인간이 살면서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으로 짓는 열 가지 업과, 이를 참회하겠다는 원력이 담겨 있다.

십악을 삼업으로 구분하면 △몸으로 지은 죄(살생.투도.사음) △입으로 지은 죄(망어.기어.양설.악구) △마음으로 지은 죄(탐애.진애.치암)이다. 우리가 살면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짓게 되는 구체적인 잘못을 표현하고 있다. 출가후 지금도 천수경을 독송하면서 ‘십악참회’ 구절에 이르면 정신이 번쩍 든다.

과연 나는 출가사문으로서 ‘십악’을 저지르고 있지는 아닌지, 그리고 과연 ‘참회’를 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독송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다시 업을 짓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게 된다.

신구의 삼업을 바르게 하여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고, 혹여 잘못을 저지르면 참회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마음을 다진다. 십악참회뿐 아니라 천수경을 비롯한 경전을 잘 독송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수지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몸과 말과 뜻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는 이 시대에 진정한 참회와 선행(善行)을 실천하는 정진으로 참회 이전에 업을 짓지 않아야 할 것이다.

출가 초기 은사스님께선 “업(業)은 습(習)이 되니, 늘 참회하는 마음으로 수행 정진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살겠다는 원력으로 발심(發心)한 만큼 늘 수행의 마음과 자세를 잃지 말라면서 ‘참회’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당부였다. 오늘도 마음에 깊이 새긴다.

참회진언. 옴 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불교신문 2741호/ 8월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