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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진흙 늪에 활짝 핀 연꽃이 되자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마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1970년대를 산 사람 중에 은하철도 999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연 은하세계를 달릴 수 있는 기차가 있을까마는 없다 해도 좋다. 은하철도는 우리 국민 마음속에 달린다면 달리는 그런 철도다.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꿈이 있으면 살 수 있고, 꿈이 없으면 살기 힘든 땅이 바로 사바세계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달릴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승려가 되는 것도 성불(成佛)이라는 꿈 때문에 하는 것이다. 결혼, 사업, 학업, 농사, 정치,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있게 된 이유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꿈 때문이다. 종교적인 기도와 배움이란 바로 이런 꿈을 이뤄준다고 말한다. 이 세상의 가르침도 여러 종류가 있다. 과연 나는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가르침을 따라할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작은 은하세계 이루는 것”

인간은 멀고 먼 옛날, 그 옛날, 미지의 세계로부터 은하철도를 탔다. 그리고 무한정 달렸다. 얼마를 달려왔는지조차 모른다. 그리고 지구라는 역에서 내려 온갖 것을 경험했다. 산과 바다와 들, 온갖 꽃들과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과 노래들, 온갖 생명들이 넘쳐흐른다. 아름다운 지구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부동산도 사서 등기도 하고, 예금통장도 만들고, 물론 뱅크카드도 여러 개 만들었다. 사람들은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그리하여 수도 없는 인간들의 모습이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사람은 하나씩 직업을 가져야 살게 돼 있다. 온갖 직장이 생겨났다. 학교와 수도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것을 세상이라 한다. 전쟁이나 투쟁이라면 끝도 없다. 모두가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모두는 은하철도를 타는 것을 깜박해 버렸다. 그들은 은하철도를 어디서 어떻게 타는지조차도 잃어 버렸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달려가야 할 목적지가 어딘지 모두 잃어버렸다. 우연히 정차한 은하철도 999, 지구라는 역이다.

그래서 여기에 살고 있는 이곳은 인류의 공유재산이다. 인류가 가꾸고 살아가야 할 유산이다. 인류가 공유해야할 유산이니 우린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인간의 삶을 어떻게 가꿔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인간의 삶이 풍부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유토피아의 세계가 있다고 한다. 아무도 가본 사람은 없다. 그곳은 광명이 찬란한 세계란다. 어떤 어려움이나 괴로움이나 나고 죽는 일이 없는 세계라고 한다. 이름하야 ‘부처님 나라’라 한다. 또는 ‘하나님 나라’라고도 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 세계를 달려갈 길을 잃어버렸다. 인간은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사는 곳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곳이 바로 지구다.

그러나 이곳 지구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세상에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다. 다 있지만 그래도 지구는 고통스런 땅이니 죽은 후에는 천당 가라 하고, 극락 가라 한다. 어떻게 해야 천당 극락에 갈 수 있을까. 11조를 내고 탑을 세우고 불상을 모시면 가는 것일까. 한번 생각해 보자. 천당 극락 거기에는 주소도 없다. 찾아갈 길도 막막하다.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천당 극락가길 원하면 어떤 비난에도 흔들리지 말며, 어떤 칭찬에도 기뻐 흔들리지 말라.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실패에도 흔들리지 말 것이며, 주눅 들지도 말라. 꾐에도 넘어가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말이다. 그래서 진흙 늪에 활짝 핀 무수한 연꽃이 되자. 오고 가는 사람들에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작은 은하세계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불교신문 2739호/ 7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