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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같은 뜻으로 일승 보살행하라

同志一乘 同修萬行(동지일승 동수만행)

같은 뜻인 일승으로 같은 수행인 여러 가지 보살행을 한다.

 - <화엄경> 십지품 초환희지(初歡喜地) 중

화엄경에서 수행계위를 말할 때, 크게 10주(住).10행(行).10향(向).10지(地)라고 한다. 이 중 10지는 타화자재천궁에서 금강장보살이 보살대지혜광명삼매에서 일어나 설하는 지혜의 내용으로, 앞의 10주.10행.10회향을 통 털어서 십지보살의 행으로 보이는 곳이다.

초지는 비심(悲心)을 시작으로 지혜를 증장시키고 선교방편으로 포섭하며, 범부의 지(地)를 넘어 보살의 위(位)에 들어가 여래의 집에 태어난다. 즉 도솔천궁에서 태(胎)에 들고 태(胎)에 머물다가 태어나서 출가하여 도(道)를 이루고 열반에 드는 것이다. 모두 큰 서원으로 지(地)의 법 즉 지혜를 성취하는 곳이라 환희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경전에서는 이곳의 원(願)은 나는 곳마다 불보살을 떠나지 않고 같은 의행(意行)을 얻으며 일승(一乘)을 같이한다고 한다. 뜻을 같이하여 일승의 보살행을 같이 행한다는 의미이다. 나는 곳마다 좋은 벗(良朋)을 만들고, 곳곳마다 서로 좋은 친구(善友)가 되는 것이 만행(萬行)이며 보현의 행이다.

뿐 만 아니라 환희지(歡喜地)의 원은 일체 국토가 하나의 국토에 들어가고, 하나의 국토가 일체의 국토에 들어간다고 하는 상입(相入)의 원리와 총별.동이.성괴의 육상(六相) 원리를 체계화하는 지위다.

원(願)은 불보살과 뜻을 같이 하는 하나의 수행법으로, 실천적 요소가 강한 한국불교에서는 원을 더욱 강조한다. 의상스님은 10불(佛) 중에 원불(願佛)을 중요시하였고, 균여스님은 향찰로 보현십종원왕가를 짓고, 그리고 의천스님은 불교를 익히는 학도(學徒)들이라면 배워야할 관법(觀法)으로 제시하였다.

의상스님의 제자들은 법성게(法性偈)에 쓰인 10불을 다음과 같이 활발발한 모습으로 이해하였다. 붉은 줄을 따라 법성게의 글자 글자를 차례로 이을 때 나타나는 것을 반시(槃詩)라고 한다. 이 반시에서 만약 ‘불(佛)’자의 도장으로 찍으면 깨달음 분상, 증분(證分)의 10불이며, 만약에 ‘보(普)’자의 도장으로 찍으면 가르침 분상, 교분(敎分)의 10불이다. 이렇듯 10불은 도장을 찍듯이 그 모습을 나타내는 출생이 있는데, 두 번째 원불은 출생(出生)의 뜻이 있다. 해인(海印) 속에서 삼세간의 모든 법을 내며, 삼세간의 낱낱 법은 법계의 모든 법을 낸다. 생각 생각 끊이지 않고 항상 새로이 다함없는 도장을 찍는 출생을 한다.

균여스님은 보현보살의 10원이 아주 쉬운 말로 이 세상에 널리 읽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현십종원왕가를 지었다. 의천스님은 같은 뜻으로 같은 수행을 하면 큰마음은 변하지 않고 큰 서원은 내 몸에 있고, 또 내 손바닥에는 보현의 오름(乘)이 있으며 편안하고 한가로움은 노사나불의 경계라고 한다. 이것은 화엄교가들이 관(觀)과 교(敎)를 동시에 닦는 수행법이다.

이와 같이 원불과 관법은 화엄행자라면 누구나 행하는 보살행이며 수행법이다. 초지의 비심에서 시작하는 보살은 선근을 깊이 심고 모든 행을 잘 닦아 동수만행(同修萬行)하는 서원을 내야 한다. 중생계가 끝나면 이 원도 끝나는 것이며, 중생계가 다할 수 없으면 이 원의 선근도 다함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만행의 출생이 좋은 친구가 되는 수행자의 행이며 여래가에 나는 것임을 서원하며, 언제나 나의 마음에 담고 있는 경구이다.

[불교신문 2737호/ 7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