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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봉축 특별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봉축 특별인터뷰

“수행종가 분분 회복해야 불교중흥”

불기255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교신문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특별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지관스님은 “부처님 법대로 수행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스님은 “수행종가의 본분을 회복해 떳떳한 대중으로 거듭날 때 불교는 중흥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하안거부터 시행되는 ‘종단결계와 포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인터뷰는 지난 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진행됐으며, 본지 사장 선묵스님이 대담자로 참석했다.

 


“참다운 불제자가 되기 위한 지름길은 

                                                          

 중생 이롭게 하겠다는 발심과 여법한 실천”

 


  대담 : 본지사장 선묵스님  장소: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



-‘수행 정진으로 세상을 향기롭게’라는 봉축 표어를 실현할 수 있는 불자들의 마음 자세와 실천행동을 제시해 주십시오.

“불자가 된다는 것은 중생을 위한 요익행을 하겠다고 발심함을 뜻합니다. 세상의 복전이 되겠다고 약속했으니, 약속한 법대로 여법하게 실천하면 그 길이 지름길입니다. 스님들은 스님답게 지계와 수행의 길을 벗어나지 않고 중생사랑에 매진하는 일이며, 단월(檀越, 신도)은 단월답게 삼보를 호지하고 세간의 어둠을 걷어 내는 일에 솔선하는 길이 정도입니다.

스님과 단월이 제 본분을 다하여 당당하고 아름다우면 수행종가는 반드시 중흥합니다. 숲이 깊고 오래되어 온갖 나무들이 잘 어울리면 저절로 향기 높은 꽃들과 숲길이 만들어 지듯이, 자신의 품위는 주위의 인연들에 의해서 보장됩니다. 떳떳한 스님들과 당당한 단월들이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길 외에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습니다.

<사진설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지난 1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들의 자세와 종단 및 사회현안에 대해 해법을 제시했다.

부처님 법대로 수행하면 됩니다. 문제는 우리 승가도 부처님의 가르침인 삼장에 의지하여 삼학을 닦는 일보다 세간의 속습과 정보에 더 많이 물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간의 복전이 되려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정진해야 합니다. 부처님 법을 무상심심미묘법 즉 세간의 모든 법 중에 으뜸인 법이라 칭송하는 일을 몸과 마음으로 실증해야합니다.

조계종단은 한국불교에 으뜸가는 수행종가입니다. 종가가 종가답게 사는 일만이 불교가 중흥하고 민생이 복을 누리게 되는 정도입니다. 우리 종단이 ‘수행과 정진’을 목표 삼은 뜻은 사실 자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사부대중 모두의 일상이 수행과 정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품위를 앞서 물신(物神)의 숭배가 무섭게 작동하는 작금의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승가의 정체와 전통을 지키는 일은 내부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이 물신의 세계화를 성찰하고 새롭게 나아갈 미래의 비전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세계인류를 위해서도 무쟁(無諍)과 화해(和解)의 정법을 수지유통하는 일은 더 없이 중대한 일입니다. 승가 대중들의 일상의 의무와 권리를 특별이 강조하게 된 것도, 우리 사부대중이 크게 발심하여 물신의 세계를 바로 잡아 지도할 동량이 되기를 간곡히 발원해서입니다.”

-결계와 포살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현재까지도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종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결계와 포살이란 무엇인지 설명해주십시오.

“결계와 포살은 한국불교 수행승가에서는 이미 수행해오던 오래된 유산이며 지금도 강원, 선원, 총림 등의 대중승가에서는 잘 전승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법한 대중승가에서 수행하시는 스님들이나 단월들은 아마도 생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승승가에서는 당연한 일상사들입니다. 잘 모른다는 일은 대중들과 후배들에게 여법하게 가르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제라도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세상의 역할이 분화되었듯이 스님들도 대중과 부득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그 출생부터 사적인 공간을 과감히 버리고 4인 이상의 공동사회를 이루어 사는 것을 본분으로 하였습니다. 불교가 탄생하던 당시 석가모니부처님은 성직자들 즉 브라만들의 민생을 외면한 온당치 않은 종교권력과 예속된 민생들의 고통을 목격하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각성의 공동체 곧 승가를 창설하신 것입니다. 스님들은 하루를 살더라고 대중과 함께 해야 하며, 이 법에 동의하고 입문한 재가불자들도 승가공동체의 존속과 유지를 위해 각별한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승가가 사적인 공간과 재물을 갖고 버리지 않는 일이나 재가가 삼보를 비방하여 정법의 공동체를 훼손하는 일 모두 법답게 살지 않는 일입니다. 이 모든 약속은 스님과 재가 불자들이 입문할 때 약속한 일입니다. 그 약속을 되새기며 거듭 약속하는 일이 포살이며, 그 포살이 이루어지기 위한 필수여건이 결계일 뿐입니다.

가족회의를 하려면 한 구성원이라도 빠지지 않아야 합의된 결론이 잘 이행될 수 있고, 선거의 권리가 있는 많은 민생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여야 잘 사는 국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대중 공의를 출생시키는 일은 대중들의 권리입니다.

대중들이 권리를 포기할 때 그 틈을 타고 권승 등 법대로 살지 않는 세력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둠이 빛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는 이치는 당연한 일입니다. 15일마다 빠짐없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대중의 권리를 떳떳하게 행사하시라고 만든 법입니다. 또한 이는 사적인 소유와 이익을 버리고 대중승가를 나의 집으로 삼아 버리지 않겠다고, 수계시 약속한 승가대중들의 절대의무조항입니다.”

 

숲이 깊고 오래되면 향기 높은 숲길이 만들어지듯

세간의 복전이 되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정진해야

 

-오는 5월 하안거부터 시행되는 결계와 포살로 달라질 종단의 변화를 예상한다면.

“결계와 포살이 시행되어 모든 승가대중이 스스로 공화(共和)를 수행하는 승가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여법하게 회복하게 되면, 떳떳하고 위대한 공동체 전통인 수행 승가는 반드시 중흥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입멸시에 남긴 간곡한 유언이 있습니다. 이 말씀을 담아 전하는 경전이 <유교경>입니다. 그리고 이 정신을 담아 사부대중들이 지킬 수 있도록 대승의 규범으로 확장한 경율이 바로 ‘범망경보살계’입니다. 한국불교는 7세기를 전후하여 범망경보살계 주석서들이 여러 종 찬술되었고, 그 이후 단단한 전통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18세기 유승패불의 조선조에서도 스님들과 단월들은 합심하여 범망경보살계본을 인출유통하며 전통을 여법하게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일제의 폭정으로 한국불교의 전통이 훼손되는 위기를 맞았을 때, 우리의 선지식들은 유교법회(遺敎法會)를 개설하고 유교경과 대승범망계 정신을 선양하였습니다. 만약 불교중흥이 본분을 지켜서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본분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천(人天)의 사표가 되기를 바란다면 세속의 관습과 지식을 비추고 지도할 수 있는 인천의 사표가 되는 길을 걸으면 됩니다.

-포살 및 결계에 관한 법과 시행령이 제정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종도들은 법제도가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체 대중이 해야 할 포살이 법랍과 연세의 상한선을 정해 예외를 두거나, 법계 품수 또는 승서에서 1991년 이전 출가자들은 적용되지 않는 등(법계법 부칙)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권리제한 조항도 선거권과 피선거권 제한, 주지 인사 활용 등을 포함해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님들도 많습니다. 혹자는 서두르다보니 법제도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과 해결책을 말씀해주십시오.

“저도 그것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대중공의의 특징이 바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중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절차를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법과 제도적인 틀을 갖추고 시작하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나마 현재 제정된 법도 어렵게 수렴하였습니다. 총무원장 취임 시 제가 대중을 위해서 할 일은 화합하는 대중에 의해 운영되는 수행종가의 전통을 바로 세우고, 불교중흥의 기틀을 후배들에게 선물하는 일이라 여겨, 포살결계 등 일들을 취임 초부터 공론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종단내부의 종무원들을 이해시키는 일로부터 여타의 장애들로 미루어지다가 이제야 발의공포하게 되었습니다. 대중들이 점점 그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보다 완성된 대중공의의 전통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제도보완은 물론이고 대중들이 이 법에 스스로 수희동참 할 수 있도록 진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불교는 ‘傳燈의 역사’…근본정신은 ‘결계와 포살’

세상 모든 법이 조화롭게 장엄되면 그곳이 곧 ‘극락’



현재 재개정된 법령에 따르면, 그 동안 법계법 부칙 제2조에 의해 1990년 12월31일 이전에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한 후 구족계를 수지한 자는 승랍 요건이 충족되면 종사 이하의 법계까지는 해당 법계를 자동 품수해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포살및결계에관한법’과 개정된 법계법의 적용을 받게 되어 1990년 12월31일 이전 출가자라도 결계록에 등재되지 않으면 종사까지 법계를 자동 품수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문제는 권리제한에 주안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대중의 참여입니다. 대중이 위대한 힘을 발휘하려면 수승한 정견을 창출하고 실행할 힘을 대중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중의 힘이란 동의하고 격려하여 공동으로 떳떳하게 추진하는 행위입니다. 앞서 수행한 선배들과 그 뒤를 따르는 후배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하는 시간이 이 같은 힘을 출생시킵니다. 혼자 궁리해서 하는 일이나 은폐된 행위는 소견과 편견의 뿌리를 벗어나지 못해 세간을 비추는 불꽃으로 타오르지 못합니다. 인류를 구원한 위대한 정신들은 반드시 만유 즉 중생들에 대한 열린 관심 속에서 피어났습니다.

제가 강백이라 이름하며 선배들의 많은 어록을 보았지만, 멀리 따로 떨어져 살면서 법을 받았다는 기록은 보지 못했습니다. 요즘의 공부는 논문이라는 글을 내서 박사가 되지만, 우리의 전통은 사제간이 함께 하는 정신의 품량에 의해 법이 전해졌습니다.

우리가 의지하는 삼장의 경율은 부처님과 함께 했던 제자들이 남긴 체험의 기록이며, 그 가르침의 요체 또한 스승과 제자가 동일한 공간에 거주하며 삼시 일용사를 같이 할 때 제대로 전승될 수 있었으며, 비로소 불법은 대를 이어 인간사회에 등불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앞서 배운 이들이 뒤에 올 후배들에게 캄캄한 세상을 비출 등불을 직접 붙여주는 일, 이것이 불교가 자랑하는 사자상승(師資相承) 즉 전등(傳燈)의 역사(歷史)이며, 이 정신이 바로 결계와 포살의 근본정신입니다.

종이에 적어 참석을 남기는 일보다 먼저 해야 될 일이 바로 선배와 후배들이 사자와 용들처럼 웅대하게 마주하고 그 사이로 단월들이 코끼리와 장군처럼 합장한 장관이 바로 교단이 중흥하는 풍경입니다. 예로부터 대중이 모여 살면 서로 배우고 장양됨이 스스럼없이 된다 하였고, 대중(大衆)이 말뜻 그대로 ‘위대한 무리’라 하였으니, 모여 사는 만큼 모두가 큰 장부가 된다고 하여, 절집의 소임명부를 용과 코끼리들이 모여 사는 곳 즉 용상방(龍象榜)이라 불러오고 있습니다.

나의 도반과 스승이 사자의 품위로 살게 하면 나도 사자의 용맹과 품위를 가진 무리가 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대중을 섬겨 우리 모두가 장부가 되자는 좋은 뜻을 대중이 수행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이 많은 선배 스님들이 솔선해서 대중의 상석을 지키셔야하며, 종무행정의 지도자들은 상석과 하석의 고른 동참을 지도하여, 중흥하는 교구, 화합하는 총림, 사회를 유익하게 하는 그 지역의 사찰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이 봉사하는 사원의 대중들이 여법하고, 그 지역사회 민생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불교중흥이 지름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불교중흥은 바로 여러 사부대중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사진설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대담하고 있는 본지 사장 선묵스님(오른쪽).

-최근 문화재청장이 예방했을 때 연등축제의 국가 무형문화재 지정을 요청한 바 있는데, 추진 상황은 어떻습니까.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연등축제는 1000년 이상 일반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전승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문화축제입니다. 이에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연등축제의 문화원형을 보존.전승시키고자 하며, 나아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승화시켜 인류가 오래 간직할 유산으로 선물하고자 하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국가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해 2007년 10월 연등축제 학술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 연등축제 등 장엄.지화 장엄 보유자를 발굴하고 있으며, 올해 3월에는 연등축제를 중심으로 <초파일행사 100년>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4월18일에는 ‘연등제의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지금은 연등축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신청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연등축제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세계인의 축제로 발전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국민 여론이 양분화 되는 경향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갈등이란 서로 배타하여 이해하지 못함을 말합니다. 불교의 교단을 ‘승가(Samgha)’라고 부르는 것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간사회에 있어 갈등은 필연적인 현상임을 인정하고 의논하고 화합하는 공동체를 이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일단 중생의 현실을 갈등하는 무리들 즉 고통의 존재로 인정하고, 그 구제의 길을 마련한 것입니다. 현실의 올바른 진단 즉 정견을 갖는 일과 그 후의 치유의 행위 즉 고통을 공동의 협력으로 풀어가는 길을 아울러 불교에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갈등과 반목은 인간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고통스런 현실입니다. 불교에서 세상을 사바(裟婆) 즉 감인(堪忍)이라고 부르는 것도, 감당하고 견디어 가는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이 보편적인 현실을 치유하는 길은 종교의 근본 가르침에 있지만, 정치는 그 이상을 사회적으로 치유해가는 인간사회의 현실적 장치이며 직접적인 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갈등하는 대중들의 고통을 치유하여 공동의 화평한 사회를 유지한 목적에 있어서 불교와 정치의 정도는 다르지 않습니다. 갈등과 고통의 원인을 불교에서는 탐진치 삼독이라 부릅니다. 이를 사회적 계층으로 구별해 살펴보면 ‘가진 자들의 끝없는 탐욕’, ‘소외된 자들의 왜곡된 분노’, ‘인간정신과 사회현상을 왜곡하는 지식인들의 무지’로 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인간사회에서는 지식과 권력과 풍요를 선점한 이들에게 먼저 성찰과 사랑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고통스런 수많은 민생들을 위하는 지도층들이 먼저 솔선하여 욕심과 갈등을 풀어가야 합니다. 갈등과 논쟁이 건강하고 활달하게 드러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논쟁해서 얻어야할 목표는 놓아버리고 탐욕과 분노와 편견으로 스스로는 물론 세상마저 어둡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그 치유의 요체를 말한다면, 주장하는 나를 놓아버리면 모든 세계 속으로 자유자재 들어갈 수 있으며, 내가 이해하는 세상을 주장하지 않으면 모든 세상이 나를 향하여 열린다는 가르침입니다. 무아(無我)와 공(空)이라 이름 하는 연기중도(緣起中道)의 무상도(無上道)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부대운하 사업에 대해 사회적으로나 불교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총무원장 스님이 생각하는 경부대운하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밝혀주십시오.

“경부운하로 인한 사회적 우려가 매우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교계에서도 여러 스님들과 단체들이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경부운하 예정지 주변에 많은 사찰과 문화재가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종단 내부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정부의 추진 여부 방침이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아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종단 환경위원회와 중앙종회, 많은 교구본사들과 스님들이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이런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 즉 인간과 여타 유정들에게, 오래된 이야기와 추억 그리고 그 틈으로 이어진 탁월한 지혜는 더 없이 소중한 인류의 유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의 유산들은 인간과 함께 한 유정 그리고 무정들의 기나긴 연속성 즉 자연과 생태계의 지속성에 포함돼 유지되고 간직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인간의 터전들이 파괴되면 그들과 함께 했던 인간의 정신들도 흩어지고 파괴됩니다.

한반도는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아주 오래된 생태계의 보고이고, 아울러 오래도록 우리민족의 삶과 동행한 동반자입니다. 동반자의 훼손은 바로 우리 정신의 나이를 상실하는 일과 같습니다. 지구촌 그리고 인류에게 있어서도 울산반구대 등 선사(先史)의 이야기와 수 많은 정신의 무늬를 보존한 한반도라는 터전은 우리들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공동의 유산입니다.

세계인들이 우리를 풍요로운 물질의 신생자본국으로 이해하는 일도 나쁘지 않겠지만, 정신과 자연의 나이가 길고 오래된 터전 속에 사는, 지혜롭고 오래된 문명인으로 기억해 주었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사진설명> 올해 조계사 동자승으로 나선 어린이들을 맞이하고 있는 총무원장스님.

-언론이 최근 불교계의 비리와 문제점을 보여주면서 종교에 대한 사회 인식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과 해법을 제시하신다면.

“본분을 회복하여 떳떳한 대중으로 힘을 가지고 사는 일입니다. 물론 언론의 지혜롭지 못한 취재관행이나 조잡하게 의도된 정보들로 대중에게 상처를 주거나 대중의 지견을 방해하는 일은 우리 교단은 물론이고 여타의 대중들에게도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대량정보사회에 있어서 정보를 만들고 홍포하는 주체들의 진화도 우리 사회 다른 분야의 진보와 더불어 신중하게 성찰해야 될 중요한 지점입니다.

교단 내부는 물론 정치 문화 모든 곳에서 작동하는 지혜롭지 못한 악습이나 관행들을 이제 현실적으로 실답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지속적이고 제도적인 지도와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일 또한 현안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위기는 내외의 안전망이 훼손되었을 때 드러납니다. 내부의 안전망은 수행종가의 본분이 중흥할 때 확보되는 것이며, 밖으로는 지혜로운 의견을 창출하고 실천하는 지도층과 고통스런 이웃들이 위안 받는 따뜻한 사회와 동행하는 일 밖에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역사를 추동해가는 인간의 행위를 신구의(身口意) 삼업에 기초해 열 가지 행위(十業)로 규정하고 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 마음으로 행하는 탐진치 삼독과 몸으로 행하는 살생 등의 세 가지 행위, 그리고 의도된 거짓말(妄語),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말하는 이중언설(兩舌), 중생에 고통을 주는 말(惡口), 꾸미고 장식하여 행하는 말(綺語) 등 언어 행위를 열 가지 행위 중 4가지로 배대하고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열 가지 인간의 행위가 세상을 어둡고 고통스럽게 하는 인간의 조건이라 여겨 십불선업(十不善業)이라 하고, 이에 대해 이 업을 능동적으로 바꿔나가는 인간들의 자발적인 행위를 계정혜삼학(戒定慧三學)이라 이름 하여 십선업(十善業)이라 부릅니다.

종단이든 대중사회이든 우리들의 능동적인 선업으로 밝고 건강한 정보들이 세상을 가득 채우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듣는 일체의 정보들, 즉 제법(諸法)이 조화롭고 장엄하면 그곳을 극락(極樂)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불자들이 총무원장 스님의 건강 비결을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총무원장 스님만이 갖고 있는 건강 비결을 소개해주십시오.

“묵묵히 수행하는 이름 없는 2만여 스님들과 2천만 단월들이 제 건강 비결입니다.”

정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 2425호/ 5월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