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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천일기도 반환점 돈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천일기도 반환점 돈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수행자다운 삶이 불교발전 불러”


“도심 사찰이 그동안 포교당의 역할만 해 왔습니다. 이제는 도심 수행처로 바뀌어야 합니다. 불교는 믿음을 통한 각성의 종교입니다. 수행과 깨달음이라는 불교 고유의 색채를 살리면서 포교하는 도량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06년 12월 “한국불교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1000일 기도를 시작한 서울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사진>이 지난 17일 기도 회향 500일을 맞았다. 


  불교의 변화가 사회에 큰 메시지 줄 것

“기도 끝나면 부처님 성지순례 나서고파”

봉은사에서는 500일 기도 회향일에 맞춰 천도재 및 특별법회를 개최한다. 법회는 조계종 호계원장 법등스님의 축사, 박원순 변호사의 ‘밖에서 본 천일기도’, 천일기도 동참자에게 일일이 쓴 주지스님의 편지 전달 등으로 진행된다. 또 봉은사 불사 조감도 1차 시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500일 동안 스님은 매일 새벽예불과 오전 10시, 저녁예불 등 하루 세 차례에 걸쳐 모두 1000배를 하면서 기도와 수행을 했다. 많은 사찰에서 100일기도, 1000일 기도를 하고는 있지만 도심사찰에서 1000일 기도는 쉽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진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봉은사 1000일 기도는 처음 시작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약속한 기간의 절반이 지났다. 100일 단위로 회향일마다 천도재를 개최해 참회와 기도의 시간을 마련했다. 또 지난 성도절에는 1주일간 신도들을 직접 지도하며, 용맹정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결과 신도들이 3000여명이 증가했으며, 박원순 변호사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로 ‘봉은사 미래위원회’를 구성해 사찰의 대사회적 역할을 모색중에 있다. 또 지난해에는 재정공개를 선언하고 신도들이 직접 불전함을 관리하도록 했다. “스님과 신도간에 깊은 신뢰가 쌓여야 봉은사와 한국불교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재정투명화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침 공양후에 대웅전에서 일주문까지 비질을 하는 것에도 신도들이 감동을 하더군요. 반대로 저보다 열심히 기도하는 신도들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예불을 거를 수 없었습니다. 아파도 아픈 내색도 못합니다. ‘대중이 공부시킨다’는 옛스님의 말씀대로 사부대중이 서로를 공부시키는 것 같습니다.”

명진스님은 “사회와 불교계에서 1994년 개혁정신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개혁이 종단의 제도적 시스템을 바꿔냈지만, 정작 구성원의 자질까지 바꿔내는 데는 부족했다는 스님은 “불교의 변화 자체가 사회에 큰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부끄러운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좋지 않은 풍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회 지도층이라는 정치인, 종교인부터 각성해야 합니다. 그른 일을 부끄러워하지 못한다면 사회는 점점 황폐화될 것입니다.”

반환점을 돌아 다시 500일간 기도정진에 들어가는 명진스님은 “1000일 기도가 끝나면 인도를 찾아 부처님의 성지를 순례하겠다”고 말했다.

안직수 기자


[불교신문 2419호/ 4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