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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불교위기, 부처님에 대한 이해부족 탓

 

“불교위기, 부처님에 대한 이해부족 탓”

성열스님, 저서 ‘고따마 붓다’서 지적

 

한국불교의 위기(危機)가 거론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잊을만하면 심심치 않게 툭툭 불거졌던 것이 불교위기론이었다. 애석하게도 한국불교는 그만큼 아직도 바로잡아야 할 것들이 산적한 셈이다.

이번에는 25년간 도심포교활동을 펼쳐왔던 조계종 선학원 강남포교원장 성열스님이 “한국불교의 위기가 교주인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불교를 믿으면서도 부처님이 누구인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 대영박물관의 초전법륜상. 불교신문 자료사진

성열스님의 <고따마 붓다-역사와 설화>는 불교의 교주 석가모니 부처님 ‘그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를 다룬 책들은 그동안 무수히 출간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중의 한권이라고 하기엔 다소 ‘튀는 점’이 있다. 사실에 입각한 인물 전기(傳記)를 쓰는데 무애 튀는 점이 있을까 마는 이 책은 그동안의 방식과는 달리 ‘역사(歷史)와 설화(說話)’라는 부제처럼 석가모니 부처님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설화를 구분해 보다 더 사실적인 모습을 들여다본다는 특징이 있다.

 

‘석가모니는 진정 누구인가’물음에 해답 제시

“신격화된 모습보다 역사적 실존인물에 초점”



사실 2500년 전에 생존했던 부처님의 전기를 지금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접한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들은 방대한 경전 여기저기에 흩어져 전하는 것들이고 역사적 사실과 설화가 뒤섞여 있으며 때론 신화적 모습들이 더욱 부각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  ‘고따마 붓다’ 표지사진과 저자 성열스님(오른쪽).

“우리가 찾는 부처님은 우람한 불전에 안치된 불상도 아니고 우상화되고 신격화된 붓다도 아닙니다. 자신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았던 인간 고따마 붓다입니다. 그래서 고따마 붓다의 삶은 그가 살았던 구체적인 역사상황을 통해서 읽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고따마 붓다와 오늘 우리의 만남은 항상 새롭고 신선미가 넘치는 현재진행형이어야 하고, 글과 머리로 만나는 건조함이 아니라 삶과 가슴으로 만나는 온전함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성열스님은 부처님을 역사적이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접근 방식이 신심 부족으로 비춰지는 일부 불교계의 현실에 대해 “역사적 존재인 붓다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사실적이면서도 생생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신심을 정립하는 것이요, 바른 신행의 밑바탕”이라고 강변한다.

스님이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교리적이고 신격화된 부처님”이 아닌 “역사적 실존 인물로서의 부처님”이다. 부처님은 자신의 시대가 안고 있는 온갖 모순과 불합리를 깊이 통찰하고 그것을 일깨우고 개선하는데 앞장섰던 역사내적(歷史內的) 존재였기 때문이다.

“초기불교입장에서 오늘의 불교를 보면 아니라 할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부처님은 분명히 인간의 경험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은 대답도 않으셨습니다. 초역사적 존재로서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불교는 신학화(神學化)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신학화된 불교에서 스님은 부처님의 뒤를 잇는 수행자가 아니라 사제(司祭)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실 오늘 이 땅의 많은 출가자들이 사제의 역할에 매달려 있을 뿐 부처님 정신으로 살려는 몸짓은 적어 보입니다.”

스님의 한국불교에 대한 위기론은 다소 거칠지만 그렇다고 비판을 위한 비판인 것도 아니다.

“사찰의 수가 적고 규모가 작어서 불교가 중흥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사찰이 허름하고 작더라도 그 안에 살고 있는 출가자의 정신이 살아 있다면 불교는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제 불교를 중생의 역사에서 생동하는 삶의 가치로 되살려내려면 신학화된 불타관(佛陀觀)에서 벗어나 인간 고따마 붓다의 진면목(眞面目)을 읽어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님은 그동안 불교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것을 불교 시대정신에 맞게 되돌리라고 주문한다.

“불교도는 부처님의 부활을 바라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구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따마 붓다가 중생의 현실에 살아 있느냐 죽어버렸느냐는 서력 기원 전 486년의 사건에 달린 것이 아니라 현재 불교도들의 마음자세에 전적으로 달려있습니다. 고따마 붓다가 오늘의 불교도들 가슴속에 살아 있으려면 그 분의 삶을 생생하게 조명하고, 그 분의 삶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일깨우고 있는가를 늘 관심 갖고 읽어야만 합니다.”

이 책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삶을 생생하게 읽고, 그를 본받고자 하는 우리에게 지금 어떻게 사는 것이 불자다운 삶인가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모색하게 만드는 시도이다.

배재수 기자 dongin21@ibulgyo.com


[불교신문 2417호/ 4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