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종찰 통도사 금강계단. 세존사리탑은 부처님께서 사바에 상주하신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2600여 년 전 부처님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곳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단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보현행원 실천을 서원했다.

➲ 영축산 국지대찰 불지종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원히 머무르고 계시는 영취산은 사바 중생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부처님은 영취산이 있는 저 멀리 인도에만 계실까? 천릿길 삼보사찰 순례 종착지인 이곳 영축총림 통도사에는 부처님이 한국인의 모습으로 계신다. 통도사는 ‘부처님은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중생을 제도하였다(通萬法 度衆生)’는 말에서 ‘通(통)’과 ‘度(도)’자를 따와 통도사(通度寺)라 했다고 한다.
바람소리, 시냇물 소리 듣다보면 어느새 통도사 입구 계곡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반달모습의 삼성반월교(三星半月橋)에 이른다. 삼성은 복성(福星), 녹성(祿星), 수성(壽星)으로 다리를 건너는 중생들이 복과 재물과 수명을 누리라는 뜻에서, 반월은 <오분율>에 “모든 비구는 마땅히 반월의 수를 알고 매월 보름과 그믐날에 잘못을 뉘우치고 청정하게 해야 한다”고 하여 1937년 경봉스님께서 다리를 중수하고 지은 이름이다.
다리를 건너면 당당한 일주문이 나오는데 편액은 ‘영축산통도사(靈鷲山通度寺)’, 주련은 ‘국지대찰(國之大刹) 불지종가(佛之宗家)’이다. 통도사는 선덕여왕의 명으로 646년에 세운 큰 절이며 우리나라 최초로 부처님의 영골사리(靈骨舍利)를 모신 종가로 불보종찰(佛寶宗刹)임을 자랑하고 있다.


➲ 부처님 지혜 성취·보현행원 서원
천왕문을 지나 극락보전 외부 동쪽 벽면 반야용선도가 눈길을 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생에서 행복하게 살고 생을 마치면 극락세계에 태어나길 원한다. 마치 통도사를 찾는 사람들은 반야용선을 탈 수 있는 승선권을 주는 것처럼 극락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야용선에는 인로왕보살이 배의 앞머리에, 뒤에는 석장을 짚은 지장보살이 극락의 길로 인도한다.
용선에는 스님, 갓을 쓴 양반, 상투를 튼 평민, 쪽을 찐 여인 등이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한다. 쌍돛대가 바람에 펄럭이니 신이 난 청룡이 고통의 바다를 훌쩍 건넌다. 극락세계가 그리 멀지 않은 지 푸른 물결 사이로 연꽃이 군데군데 보인다. 통도사 극락보전의 반야용선도를 보면 모든 중생이 함께 극락을 가서 무량수불을 뵙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난다.
동에서 서로 긴 축을 따라 이어지는 불이문(不二門)은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마지막 문이다. ‘둘이 아님’의 울림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8만4000 가지가지마다 ‘둘이 아님’을 말씀하셨으나 우리 중생들은 ‘너와 내가 같지 않음’ 속에서 살아왔다. <대승사론 현의>에서 “미혹된 가르침에 인연한다면 이 문은 닫히게 되고, 깨달음의 가르침에 인연한다면 이 문은 열리게 된다”고 했다.
통도사 불이문은 항상 열려있다. 내부 연등천정이 시원한 가운데 천정 중앙에 호랑이와 코끼리가 있어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조각이다. 사찰로 들어올 때는 호랑이를 보고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겠다는 서원을, 집으로 돌아갈 때는 코끼리를 보고 보현행원의 서원을 잊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감동의 극치 ‘법화경 견보탑품 벽화’
영산전 내부 서쪽 벽에는 <법화경> ‘견보탑품’의 내용을 그린 최고의 벽화가 있어 탄성과 함께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안정감 있는 화면 구성과 생동감 넘치는 필선, 격조 높은 색감의 조화로 밝고 화사하게 그렸다. 다보탑은 난간과 수많은 보배 영락을 드리우고 보령을 달아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탑의 주변에는 붉고 푸른 다마라발 전단 향기가 가득히 피어오르고 탑의 꼭대기 번개는 칠보로 장엄했으며 사천왕궁에까지 이른 듯 벽 천장까지 높게 그려졌다. 활짝 열린 창문에는 석가모니불과 다보여래 두 분이 ‘<법화경>이 진실’임을 말씀하신다.
탑 주변의 좌우에는 문수, 보현, 약왕, 대요설, 지적, 미륵 등 11명의<법화경>청문(聽聞)보살과 가섭과 아난 등 10대 제자들은 공중에 들려져 부처님을 찬탄하고, 맨 뒤에는 하늘, 용왕 등 여래 팔부중이 부처님을 외호하고 있다. 이렇듯 경전의 내용을 적확히 묘사한 ‘영산전 법화경 견보탑품 벽화’는 아름다움과 교리적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또한 용화전 앞의 봉발대(奉鉢臺)는 가섭존자가 미륵불의 출현을 기다리는 상징성을 지닌 조형으로 특이하다. 발우 속에는 가섭존자가 미륵불에게 전할 부처님의 발우와 금란가사가 들어 있다고 한다. 고려 때에 제작된 봉발대 발우는 높이 1m, 직경 90cm이며, 전체의 높이는 3m이다.
통도사 대웅전은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었고,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1645년에 다시 지었다. 앞면 3칸ㆍ옆면 5칸에 크기는 남북이 15.8m, 동서가 10.1m로 큰 전각이다. 지붕은 앞면을 향해 T자형을 이룬 특이한 구조로 다포를 올려 화려하게 꾸몄다. 또 동쪽에 대웅전(大雄殿), 남쪽에 금강계단(金剛戒壇), 서쪽에 대방광전(大方廣殿), 북쪽에 적멸보궁(寂滅寶宮)의 편액을 걸었다.

➲ 금강계단 세존사리탑, 바라볼수록 가슴 벅차
통도사 금강계단의 세존사리탑은 우러러 바라볼수록 가슴 벅찬 감동 그 자체로 2600년 전 부처님의 숨결이 느껴진다. 세존사리탑은 부처님께서 사바에 상주하신다는 것을 나타냈다. 자장율사는 중국 종남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모시고 온 부처님의 영골사리와 비라금점가사(毗羅金點袈裟)를 받았다. 귀국해 통도사를 창건하고 금강계단을 건립함으로써 통도사는 우리나라 불사리(佛舍利) 신앙의 중심이 되었다.
금강계단은 도선율사의 감통기에 따라 조성된 것으로 동서길이 10.43m, 남북길이 10.29m로 상하 넓은 기단부 중앙 아래 위에 연꽃받침 대석을 놓고 보주형 사리탑을 설치하고 비천을 양각했다. 또 기단상단에 비천이 공양하는 모습을, 하단에 여래상과 보살상을 조각했다. 네 귀퉁이에는 사천왕, 금강역사가 계단을 지키고 있으며, 석문(石門)과 석조 담장이 둘러져 있고 사방에 장명등을 두어 최고로 장엄을 했다.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유훈을 남기셨다. “내가 설한 법과 율이 너희들을 보호할 것이다. 내가 떠난 뒤에는 법과 율이 너희들의 스승이다. 비구들이여 모든 것은 변하고 무너지나니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나는 방일하지 않았으므로 바른 깨달음을 얻었느니라.” 천릿길 삼보사찰 순례 결사는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주는 결사이며 사부대중이 게으름 없이 정진하는 결사로 세상을 비추는 등불이 되었다.
[불교신문3687호/2021년10월19일자]
'불교유적과사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모든 중생이 부처님과 더불어 동등한 증심사와 규봉암 (0) | 2022.02.16 |
---|---|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삼보의 은혜가 충만한 공주 갑사 (0) | 2022.02.11 |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0) | 2022.01.27 |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계정혜 삼학으로 지은 절, 순천 송광사 (0) | 2022.01.22 |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축생에게도 신심이 있는 것을 알게 해준 보은 법주사 (0) | 2022.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