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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유적과사찰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사찰] 계정혜 삼학으로 지은 절, 순천 송광사

불교중흥 발원 ‘삼보사찰 천리순례’ 출발지로 주목


전남 순천 조계산의 ‘승보종찰’ 조계총림 송광사 전경. 불보종찰 통도사, 법보종찰 해인사와 함께 한국의 삼보사찰로 꼽힌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출발지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송광사는 800여 년 전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정혜결사를 통해 당시 타락한 고려불교를 바로잡아 한국불교의 새로운 전통을 확립하는데, 근본이 됐던 도량이다.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사람만이 불자라 할 수 있다. 삼보의 의미를 일깨우고 불교중흥을 위한 사부대중의 삼보사찰 천릿길 순례가 시작되었다. 불교에서는 단계적인 수행의 길을 도(道)라 하는데 이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필경에는 깨달음의 세계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성도(聖道)라 한다.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말씀을 새기는 것이 ‘삼보사찰 천리순례’이다. 천릿길 삼보사찰 순례결사는 한국불교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되어 그 의미가 크다.

➲ 16국사 배출…승보종찰 조계총림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선사가 길상사(吉祥寺)로 창건하였으며,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스님이 정혜사(定慧社)로, 고려 희종은 수선사(修禪社)로 고쳤다. 이후 진각국사 혜심스님이 송광사(松廣寺)로 바꿨다. ‘송광(松廣)’에서 ‘송(松)’의 ‘목(木)’은 십팔(十八), ‘공(公)’은 존경받는 스님으로, 16국사가 배출되고 나옹선사가 무학대사에게 의발(衣鉢)을 전했고 ‘광(廣)’은 불법(佛法)을 넓게 펼쳐 승보종찰이 되었다.

송광사 가람배치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계정혜(戒定慧) 삼학을 나타내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입구 일주문에서 임경당(臨鏡堂)까지는 계율의 영역이다. 일주문은 세속과 성스런 곳의 경계로 문밖은 5계, 10계 등 재가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이고 문안은 250계, 348계로 스님들이 지켜야 할 계율이다. 일주문에는 ‘조계산대승선종송광사(曹溪山大乘禪宗松廣寺)’와 ‘승보종찰조계총림(僧寶宗刹曹溪叢林)’ 편액이 걸려 있어 송광사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선종사찰이며 승보종찰 조계총림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일주문 기둥에서 삐쳐 나온 난타, 우파난타 용왕이 승보를 외호하고, 일주문 앞 계단 소맷돌에 서 있는 사자 두 마리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승보 사찰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모습 같아 귀엽기까지 하다. 지눌스님이 심었다는 곧게 솟은 고향수(枯香樹)에서는 청정한 계율이 느껴진다.

이유원은 <임하필기>에서 “송광사 앞에 고목 하나가 있는데, 몇 백 년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지와 줄기의 색깔이 마치 은처럼 하얗고 냄새를 맡아 보면 향기가 매우 강렬하여 혹은 백단(白檀)이라고 한다”고 했다. 옛 사람들은 ‘불생불멸 향목(不生不滅香木)’이라 불렀다고 한다. 옆에 있는 척주당(滌珠堂)은 구슬을, 세월각(洗月閣)은 달거리를 씻는 곳으로 남녀 영가(靈駕)에게 이승의 집착을 말끔히 씻어주는 집이다. 어찌 죽은 망자만을 위한 집이겠는가? 참배객 또한 속세의 번뇌를 씻어 버리라는 의미이다.
 

주문. ‘조계산대승선종송광사(曹溪山大乘禪宗松廣寺)’와 ‘승보종찰조계총림(僧寶宗刹曹溪叢林)’ 편액이 송광사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선종사찰이며 승보종찰 조계총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능허교(凌虛橋). 송광사의 명물로 ‘삼청교(三淸橋)’,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로도 불린다. 다리 밑에 세 냥의 엽전 꾸러미를 물고 있는 용에 얽힌 사연도 눈길을 끈다.

➲ 송광사 명물 ‘아름다운 무지개다리’

1707년에 놓은 능허교(凌虛橋)는 송광사의 명물로 ‘삼청교(三淸橋)’,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라 부르기도 했다. ‘능허’는 ‘허공을 침범하여 하늘로 오른다’는 뜻이고, ‘삼청’은 텅 비어 신령한 경계를 말하여 계율의 청정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다리 밑에는 3냥의 엽전 꾸러미를 물고 있는 용이 있어 특이하다. “시주를 받아 돌다리를 만들었으나 남은 돈 3냥의 처리가 문제였다.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계율을 어기게 됨으로 용에게 맡겨두어 훗날 돌다리를 보수할 때 사용토록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김장철에 시냇가에서 배추를 씻다가 떠내려가는 배추 잎을 잡으려고 몇 리 물길을 따라가서 결국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승보종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능허교 위에 지어진 우화각(羽化閣)은 하늘로 오르는 누각으로 입구 쪽은 팔작지붕으로 하늘의 누각처럼 꾸몄으나 뒤쪽은 맞배지붕으로 공간적인 실용성을 살렸다. 뿐만 아니라 맞배지붕에는 능허교 밑에 살던 거북이 세 마리가 박공(朴工) 위를 올라 우화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안쪽에 두 짝의 널판문을 달아 사람들이 청정한 마음으로 바뀌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음을 보여주어 계율을 강조했다. 우화각 기둥 사이 긴 널판에 걸터앉아 여유롭게 송광사 비경을 살필 수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침계루 기둥은 시냇가에 세워 발을 담근 듯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우화각을 지나면 바로 첫 하늘 사왕천으로 연결되어 천왕문에 이르게 된다. “사천왕은 보름날에 천하를 살펴보고 계율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 매우 기뻐하여 수호해 준다”고 한다. 이처럼 계율(戒)은 행위, 습관, 도덕의 청정으로 선정(定)과 반야(慧)를 닦는 핵심 전제 조건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국사 감로탑. 사각 기단위에 둥근 탑신과 하늘로 날듯 크게 부푼 팔각지붕을 얹고 연꽃 보주를 올려 기존의 팔각 원당형 부도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이다.

➲ 계정혜 삼학…수행공간 구성

깨달음이 중생을 위한 반야지혜로 나타난 곳이 대웅전을 비롯한 약사전, 영산전, 관음전, 지장전, 승보전 등으로 삼학 중 ‘혜(慧)’를 상징하는 송광사의 중심인 예경영역이다. 지눌스님은 “마음 닦는 일을 마치면 자비의 실천으로 나와 남을 함께 이롭게 하는 이타행(利他行)을 강조”했다.

대웅전 뒤 석단 높은 곳에 위치한 국사전, 하사당, 설법전 등은 마음을 집중하여 회광반조(廻光返照)를 하는 ‘정(定)’을 상징하는 수행영역이다. 16국사의 진영을 모신 국사전은 송광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승보종찰임을 나타냈다. 또한 송광사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지눌스님의 부도가 있다.

보조국사비명에 “스님이 입적하자 7일간 공양을 올리고 다비하니 30과의 사리가 나와 수선사 북쪽 기슭에 모시고 사리탑을 세웠다. 국왕은 시호를 ‘불일보조국사(佛日普照國師)’로, 탑호(塔號)를 ‘감로(甘露)’라 하였다”고 전한다. 감로탑은 사각 기단위에 움직일 듯한 둥근 탑신과 하늘로 날듯 크게 부푼 팔각지붕을 얹고 연꽃 보주를 올려 기존의 팔각 원당형 부도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이다.

지눌스님은 <수심결>에서 “돈오(頓悟)는 회광반조를 통하여 우리 자신의 본래 성품이 부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라 했으며, 또 “만일 마음 밖에 부처가 있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불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이는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 오히려 수고로움만 더할 뿐이다”고 했다. 이와 같이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계정혜 삼학을 통한 단계적인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준 공간이다.

송광사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정혜결사처럼 삼보사찰 천리순례 결사 또한 불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두 손 모아 발원한다.

[불교신문3685호/2021년10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