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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현조스님 / 삼세심 불가득(三世心 不可得)

현조스님 / 국제선센터 주지
 
 
삼세심 불가득(三世心 不可得) 
 
 
過去心不可得 (과거심불가득)
 
現在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
 
未來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집착하지 아니하며,
 
공연히 망상에 젖지 말며,
 
오직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지어다.
 
 - <금강경>중에서
 
 
 
 
“지금 충실히 살지어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는데 퍽이나 분주하다. 마치 훌훌 벗어 버리면 큰 재앙이라도 내릴 듯한 오래된 관습처럼. 그래서 보내는 것을 묵은해라, 맞이하는 것을 새해라 이름들을 붙인다. 태양은 어제나 오늘이나 그대로의 무심(無心)한 태양인데 무시무종(無時無終)이란 영겁의 세월 속에서 시공(時空)을 굳이 구분 지으려는 것은 그리 급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지난날을 돌이켜 오늘날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것이리라.
 
 
삶은 원하는 대로 전개되지 않으니
 
긍정적 사고로 현재에 최선 다하길
 
 
살아가면서 아픔이나 상처, 슬픔이나 불쾌한 감정, 서운함, 미련 등 이런 다양한 일들로 인해 우리는 후회와 원망, 증오와 분노, 혹은 적개심이나 복수심의 응고를 마음속에 품으며 살아가는 이들을 종종 본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도 했듯이 살면서 이런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고 그로 인해 문득문득 네거티브한 감정에 번민 할 수도 있으리.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아픔을 부둥켜안고 현재 오늘을 흐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 더 아프고 더 어리석고 더 불행한 삶인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그것도 흔적 없이(過去心 不可得).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기억들을 지우지 않고 의업(意業)의 탱크 속에 화석화 하려는 것은 행복과 원수진 부질없는 집착심의 소산이라.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을 버리지 못하고 부둥켜안고 안절부절 딜레마에서 허덕이는 것이나, 아직 오지 않는 미래를 잡아 당겨(未來心 不可得) 현재 오늘을 궁상 청승에 한숨짓는 것도 또 다른 맹목적 습관이리라. 우린 미래에 대한 공연한 근심 걱정과 그에 따른 불안 초조 긴장이나 혹은 지나친 기대나 허황된 계획, 망상, 공상으로 인해 이것이 만족되지 않을 땐 좌절과 절망, 회의감, 원망, 우울 등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그대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일없이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 근심 걱정이 씨앗(因)이 되어 또 다른 근심 걱정거리를 불러들이는 고통으로 재생산(果)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고는 부정적인 삶으로 이어지고 긍정적인 사고는 긍정적인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緣起)의 합법칙성 아닐까?
 
 
[불교신문 2686호/ 1월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