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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과게송

보적경

 

보적경

“보리심은 허물이 없다”

불경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긴 경문으로 이루어진 경전이 <보적경(寶積經)>이다. 글자 그대로 법의 보배를 쌓아 놓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경은 <대보적경>이라 부르지만 약칭하여 <보적경>이라 한다. 120권의 방대한 량에 49회 77품으로 되어 있는 이 경은 대승방등부의 내용을 종합해 있는 경이다. 이 경의 번역은 4세기 초에 시작하여 7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3세기에 걸쳐 이루어졌다. 역주가 보리유지(菩提流支)로 되어 있으나 여러 단경(單經)들을 합집해 놓은 경이라 실제 번역자는 여러 명이다. 축법호(竺法護)를 비롯하여 구마라습(鳩摩羅什), 의정(義淨), 실차난타(實叉難陀), 현장(玄) 등 역대 유명한 역경가가 대거 동참하여 번역하였다.

이 경도 단편적으로 이미 번역되어 있던 단경(單經)들을 당(唐)의 중종과 예종 때에 국가적 사업으로 보리유지를 역주로 선임 번역을 추가 대경으로 편찬한 것이다. 이 경에 설해져 있는 내용 중 이미 단경으로 유포되어 있는 것이 모두 29개나 된다. 1회 설법으로 맨 먼저 나오는 삼율의회(三律儀會)는 <대방광삼계경>으로 유통되고 5회의 무량수회는 <무량수경>으로 문수사리수기회는 <문수사리수기경> 그리고 승만부인회는 <승만경>으로 유통되고 있다.

보리심은 변하지 않고 흔들릴수도 없어

‘어떻든 수행을 완성’당부…수행자 도리

한 가지 특이한 점은 49회 77품의 경 전체가 모두 왕사성(王舍城) 죽림정사와 기사굴산(영축산)에서 설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설법지 중심으로 엮어진 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 설법이 시작되는 대목은 가섭존자의 질문을 받은 부처님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사람은 어디에도 의지하지 말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 때도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직 선근을 심을 것을 강조한다. 마치 <금강경>에서 상(相)을 여읠 것을 강조한 내용과 같은 뜻이다. 또 수행에 임하는 기본 자세에 대해 밝힌 말씀에 방일심(放逸心) 때문에 깊은 신심을 내지 못한다고 경책해 놓은 대목도 있다. 다른 경전들과는 달리 이 경에는 특정 주제를 부각시켜 중점적으로 설해 놓은 것이 아니라 불교 전반에 관한 교의가 종합적으로 설해져 있다. 이를테면 계. 정.혜 삼학의 실수를 권장하고 불퇴전의 신심으로 수행할 것을 말했는가 하면 근본불교의 교리인 삼법인과 12인연의 설법이 있으며, 정토사상과 관계되는 무량수불의 인위(因位)와 48대원으로 극락세계를 장엄하는 법문도 설해져 있다.

또 제10 문수사리보문회에 설해져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삼매에 대해서 설하면서 색상(色相)삼매, 성상(聲相)삼매, 여상(女相)삼매, 남상(男相)삼매, 유위(有爲)삼매, 무위(無爲)삼매 등의 이름을 나열하며 삼매를 닦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회인 승만부인회에는 여래장 사상과 관련된 법문이 설해지며, 승만부인에 의해 재가신도가 불법을 수행할 때의 원력과 섭수에 대한 것이 설해져 있다. 그런가 하면 부처님의 과거생의 본생담이라 할 수 있는 복염왕자의 수행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보살장회(菩薩藏會)는 무엇보다 보리심을 강조하고 육바라밀 실천을 권한다.

“보리심은 허물이 없다. 일체 번뇌가 더럽히지 못하는 것이며, 보리심은 끊어지는 일이 없고 부서지지 않는다. 보리심은 변하는 일이 없고 흔들릴 수가 없다.”

보리심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하면서 보리심이 있으면 성불이 약속된다 하였다. 여러 내용이 종합되어 있는 이 경의 요지는 재가자나 출가자를 막론하고 수행자로서의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와 어떻든 수행을 완성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을 간곡히 당부해 놓은 점이다.

지안스님/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 2355호/ 8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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