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탄생 장면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부분도.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 확실한 믿음 주다
팔상성도 가운데 부처님 탄생과 관련된
‘도솔래의상’과 ‘비람강생상’은 “하늘 위
하늘아래 부처님 같으신 분 안계시고
시방세계를 둘러봐도 비교될만한 분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 주고 있어…
부처님오신날, 모든 중생들이 이날 하루만이라도 안락하길 부처님 전에 발원해본다. 부처님오신날(5월8일, 음력 4월8일)을 맞이하여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부처님의 위대한 탄생 순간을 불화로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부처님의 생애 여덟 장면(八相圖) 가운데 부처님의 탄생과 관련된 ‘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과 ‘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은 “하늘 위 하늘아래 부처님 같으신 분 안 계시고, 시방세계를 둘러봐도 비교될만한 분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 준다.

호명보살로 도솔천에 머물렀다…
우리는 왜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해야 하는가?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라는 믿음을 주신 분의 탄생이기 때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전생에 선혜(善慧) 행자로 수행할 때 연등부처님으로부터 “부처가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듣고 “부처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다. 나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라”는 굳은 서원으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결과 인류를 고통에서 구원하는 부처님이 되셨다. 신을 초월한 ‘인간 붓다’의 탄생은 놀라운 사건으로 모든 하늘의 신들은 꽃비를 무수히 흩날리며 부처님의 탄생을 찬탄, 공양했다.
선혜행자는 호명보살이 되어 도솔천에 머물러 있었는데 수많은 천신(天神)들이 호명보살을 찾아가 ‘세계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부처가 되어 줄 것’을 간청했다. 보살은 인간의 수명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시기, 부처님이 출현하기에 적당한 대륙과 나라로 카필라를 선택하고, ‘훌륭하고 어질다’는 뜻을 지닌 석가(sakya)족을 성으로, 숫도다나왕을 아버지로 마야부인을 어머니로 관찰한 후 천신들의 간청을 받아들여 6개의 상아를 가진 흰색 코끼리를 타고 드디어 중생세계로 내려오셨다.
왜 코끼리를 타고 오셨을까?
이런 내용을 잘 나타낸 것이 해인사 도솔래의상 장면이다. 구름 속 흰 코끼리를 탄 호명보살과 앞장선 동자ㆍ동녀가 육법공양을 올리며 길을 인도한다. 그 옆에는 천인들이 부처님의 여덟 가지 음성을 표현한 8종의 악기를 연주한다. 우측에는 번을 든 비사문천왕 등 사천왕이 보살을 호위하며 따라오고, 뒤에는 면류관을 쓴 무수한 천인들이 배웅하는 가운데 상서로운 구름에 휩싸여 마야부인의 침실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부처님께서 왜 코끼리를 타고 인간 세계로 오셨을까? 내려온 뜻을 <불설보요경(佛說普曜經)> ‘소현상품(所現象品)’에서 “여섯 어금니를 지닌 흰 코끼리야말로 머리는 미묘하고 위엄과 신력은 뛰어났으며 형상은 예쁘고 좋아 32상(相)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보살은 3계와 12연기(緣起)를 통달하여 온갖 것을 구호하되 구제를 입지 않는 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본행집경>에서는 “마야부인은 열 달이 차서 친정 데바다하로 가던 중 룸비니 동산에서 아소카나무 꽃가지를 잡으려는 순간 오른쪽 옆구리로 태자를 낳았다”고 전한다. 부처님의 탄생으로 중생의 근심과 걱정은 사라져 버렸으니 아소카나무를 무우수(無憂樹)라 불렀다.
해인사 대적광전의 부처님 탄생 장면은 그야말로 예경과 찬탄의 시간이다. 부처님이 탄생하시니 하늘의 아홉 마리 용들이 향수를 뿜어 태자의 몸을 씻어주었고 사천왕이 하늘의 비단으로 받아 모시어 보배 안궤(安) 위에 놓았다. 또 제석이 일산을 잡았으며 범천이 흰 불자(拂子)를 가지고 좌우에 모시고 섰다. 그 아래는 천녀들이 향수를 그릇에 담아 두었으며, 천녀 좌측에는 두 개의 연못이 홀연히 솟아올랐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이제 부처님의 위대한 탄생 선언이 남았다. 불자들도 잘 아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이 탄생게(誕生偈)는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 가운데 비밀스런 첫 말씀이다. 무엇이 최초의 진실한 말씀인가? 부처님은 태어나기 전 이미 깨달으신 분으로 “하늘 위 하늘아래 오직 홀로 존귀하다”는 것과 “모든 고통을 없애서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것이다. 이보다는 더 진실할 수 없는 말씀이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뜻이다. 이제까지 어떤 신에게서도 듣지 못한 말씀이다. 천신들의 찬탄과 공양 속에서 부처님은 스물여덟(4×7) 걸음을 내딛고 양손은 하늘과 땅을 가리켰다. 이 또한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욕계 6천, 색계 18천 등 28 중생세계에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을 들려줌으로써 믿음이 없는 중생들에게 믿음을 주고 더불어 모든 생명체의 존엄성과 안락을 일깨워주셨다. <화엄경> ‘금강당보살 십회향품’에 “인간(세계)에 높으신 이 탄생하시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 걸으시면서 일체 중생 무리를 다 관찰하고 걸림 없는 법문으로 깨우치시네”하였다.
그러면 태어나면서부터 중생들에게 무한한 자비심을 베푸신 부처님께 불자들은 어떤 공양을 올려야 될까? <화엄경> ‘정행품’에 “부처님의 광명은 모든 중생을 깨우쳐주시니 등불로써 부처님께 공양해야 하네. 이 등불로 부처님께 공양하기에 세간에서 뛰어난 등불이 되고, 이 모든 등불을 켜서 청정하고 미묘한 광명 얻었네” 하였다. 이것은 불자들이 부처님오신날에 연등을 밝히는 이유이고 또한 부처님의 자비심에 보답할 뿐만 아니라 내게 돌아오는 공덕 또한 무량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인간세계의 존귀한 스승을 만나다
불자들이 부처님오신날 등을 다는 모습은 아름답다. 부처님께 올리는 등공양은 중생들이 바라는 모든 일이 속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공양이며, 모든 죄를 소멸시켜 주는 공양이며, 화엄성중들이 자비로 보호해주는 공양이다. 등 공양으로 인해 백 천 가지의 삼매의 향기가 몸에 배고, 부처님을 기억하는 광명의 깃발이 되고, 영험함을 항상 지니는 보배의 창고가 된다. 이런 지극한 마음으로 등을 달고 난 다음 이렇게 기원해야 한다. “옴 바아라 녜배 사바하”, “이 등공양의 광명이 어두움을 없앱니다. 제가 지금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하오니, 부처님께서는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아뢰면 모든 어두움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불설일체여래안상삼매의궤경)
온갖 성스러운 징조를 두루 갖춰 모든 것을 이루는 날, 오늘 법으로써 부처님을 뵙고 이제야 하늘과 인간세계의 존귀한 스승을 만났으니,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이어라.
[불교신문 3714호/2022년5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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