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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과건강

[건강칼럼] 치매와 우울증

기억력 떨어졌다고 모두 치매 아니다


75세 이길자(가명)씨는 최근 잠이 잘 안 오고, 겨우 잠이 들어도 금방 깨고 한번 잠이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아침까지 뜬 눈으로 샐 때도 있어 새벽부터 집안일을 할 때도 있다.

입맛이 없어서 밥을 먹으면 꼭 돌 씹는 것 같고 소화도 안 되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낮에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져 낮에 눈감고 누워있는 일이 많아지고 외출하는 것도 꺼려지게 됐다.

건망증도 심해져서 냉장고 문을 열고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기억이 안 나는 일도 잦아져서 치매가 아닌지 걱정이

됐다. 주위 친구들도 다들 잠이 줄었다고 하고, 그 정도 건망증은 다들 있다고 하니 나이 들어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지고, 체중도 줄어들었다.

두통이 심해 두통약을 먹으면 그 때뿐이고 다시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머리 사진도 찍어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소견은 발견하지 못했다. 소화가 안 돼 내시경을 해봤지만 위염이 약간 있을뿐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손자들을 보면 기분이 좋고, 기분이 우울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울증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머리 아픈 것은 아직 원인을 못 찾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 씨처럼 나이 들면 잠이 줄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기력도 약해지고 아픈 데도 많아지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전과는 명백히 다르게 잠을 잘 못 자고,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고, 피곤하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두통이 생겼는데,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많은 분들이 치매에 대한 걱정은 하지만 우울증에 대해서는 고려하기를 꺼려한다.

우울증 약에 대한 오해도 여기에 한몫을 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우울증은 뇌의 병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뇌의 기능은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우울증 노인 환자들이 치매로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치매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하는데, 항우울제는 치매 위험성을 높이지 않으며,

오히려 예방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연구 결과도 있다.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가 걱정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이 좋아지면 기억력도 회복되고 잠도 잘 자고 입맛도 돌아오고 아픈 것도 좋아질 것이다.


[불교신문3280호/2017년3월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