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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리와법문

[백유경] 80. 엉뚱한 약을 먹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변비가 심하였다.
의사가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관장을 하여야 나을 것이다."
그 사람은 관장할 준비를 하고 관장하려 했다.
의사가 오기 전에 그 사람은 약을 먹고서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사가 그 까닭을 이상히 여겨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아까 그 관장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나무라면서,
"너는 너무 어리석어 아무 방편도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곧 다른 약을 먹여 토하게 한 뒤에야 나았다.
그리하여 이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선관(禪觀)의 갖가지 방법을 닦으려 할 때 부정관(不淨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수 식관(數息觀)을 익히고 수식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육계(六界)를 관한다.
그리하여 위, 아래를 뒤바꿔 근본이 없이 한갓 신명만 허비하여
그 때문에 지치게 된다.
좋은 스승에게 묻지 않고 선법(禪法)을 뒤바꾸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더러운 것을 먹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