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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얘기

둘째마저 하늘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둘째마저 하늘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큰딸 희원이.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렇게 허망하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같은 병에 걸린 둘째 딸 해원이는 절대 그렇게 보내지 않을 겁니다.
아니, 희원이에게 못다 한 사랑으로 끝까지 지켜낼 겁니다.
나는 엄마니까요..."

지난 2006년, 7살이던 큰딸 희원이의 몸이 경직되어 갔습니다.
큰 병이 아닐 거로 생각했는데 희원이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염성백질이영양증' 병명을 병원에서 진단받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온몸은 마비 증세가 심하게 왔습니다.
처음 겪는 일에 당황했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큰딸에게 병이 발병하자 얼마 후
믿었던 남편은 너무도 무책임하게 우리 가족을 떠나 버렸습니다.
둘째 딸 역시 너무 어렸기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습니다.
저는 큰딸의 치료를 위해 직장을 다녀야 했고
둘째 아이의 양육까지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전히 희원이의 치료에
시간과 정성을 쏟지 못했습니다.

결국, 4년간의 투병 끝에 꽃 같던 희원이는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모든 게 다 제 탓인 것 같아 마음껏 울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희원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평생 가슴에 묻었습니다.





2010년 11월, 희원이를 보내고 한 달쯤 되었을 때
둘째 해원이도 똑같은 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저는 하늘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습니다.
'당신이 정말 계신다면, 어쩌면 이렇게 잔인하실 수 있나요...'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엄마에게 어리광 부리고 웃음이 많던
우리 해원이의 몸은 한순간에 언니처럼
하나둘 멈춰버렸습니다.

모든 게 꿈이기를...
차라리 내 생명을 바쳐서 아이가 예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잠이 들 때마다 울고, 기도했지만 시간은 냉정하게
계속 흘렀습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가끔 기적적인 일도 일어나건만...
하지만 그렇게 원망하면서 살아왔는데 요즘 저는 감사합니다.
비록 매일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힘겨웠던 7년이었지만,
해원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허락해 주어 감사하고,
엄마로서 제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온몸이 굳어버린 해원이에게는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사지와 운동을 병행하며 몸이 이제는 굳지 않게 하는 것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의원 치료를 통해 거의 먹지 못하는 해원이의 영양을 보충하고,
침을 맞으며 근육이 굳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녀는 날마다 집을 나섭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재활센터에서 반나절을 운동하고,
한의원 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통해 해원이가 조금이나마 나아지도록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힘들지 않냐고 말합니다.
단 1% 희망이 있는 한 제 몸이 부서져 먼지가 될지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저를 나약하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재활치료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치료비와 월세를 내고 나면 통장은 언제나 마이너스입니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사정을 말하고 빌리는 것도
이제는 염치가 없어서 못 합니다.

저희와 같이 장애가 있는 아동이 재활병원에 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지만, 교통비라도 아낄까 해서
역에서 재활병원까지 걸어가기도 합니다.
쉬지 않고 열심히 걸으면 40분 정도 걸리는데,
큰 가방 2개를 어깨에 메고 140cm의 딸을 휠체어에 태워 걸으려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을 매번 휠체어에서 내리고 올리고,
수없이 병원에 다니면서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지만
저에겐 제 삶을 챙길거나 돌볼 여유는 사치일 뿐입니다.

저도 사람이기에 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포기하는 순간 우리 해원이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해원이에게 하나뿐인 엄마이며 가족입니다.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뜻한 하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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