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스님 / 부산 소림사 주지

대심해탈 무량심해탈(大心解脫 無量心解脫)

출수상주 수소불지(出水上住 水所不漬)

불자라면 큰마음의 해탈과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을 가져야 한다.

연꽃이 물 위에 솟아 있으면 물에 더러워지지 않는다.

                                             - <중아함경(中阿含經)>권19 ‘장수왕품(長壽王品)’2 중에서


‘큰마음의 해탈(大心解脫)과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無量心解脫)’이란 무엇일까요.<중아함경>에 나오는 한 장자의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한 장자가 아나율 존자에게 묻기를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은 내게 와서 큰마음 해탈을 닦으라 하고, 또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은 내게 와서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을 닦으라고 한다며, 두 해탈의 차이를 질문합니다. 이에 아나율 존자는 큰마음의 해탈과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일본 대지진 보듯

너와 나 따로 없어

해탈은 증득한 깨달음을 어떻게 실천하는 것인가에 의미를 두고자 하는데, 말하자면 ‘큰마음의 해탈은 사문이나 바라문이 일없이 수행처 한 곳이나 두세 곳에서 편안하고 고요히 앉아서 마음의 해탈을 얻으나 이 마음의 해탈에 제한되어 이것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은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일없는 곳에서 안락하고 고요하게 수행하나 마음은 자애로움(慈)과 함께하며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크고 한량없는 선행(善行)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 차서 성취하는 것’입니다. 즉 부처님께서는 수행자에게 선정을 닦아 성취하는 것에도 마음의 우열이 있어서 완전한 깨달음을 위해 제한된 해탈을 경계하셨던 것입니다.

어디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수행하며 깨달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장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인지라 일본의 대지진을 보면 이제는 개인의 업력과 복력을 떠나 ‘운명공동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특히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가져온 방사능 유출은 이 일을 가중시켜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합니다. 막상 원전의 오염수가 바다로 유입되어 수산물이 위협받고 있고,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재해현장과 가까운 곳은 공기조차 마음대로 마실 수 없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와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조차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비유하면 더러운 연못에 연꽃을 피우기 위한 조건인 뿌리, 줄기, 잎 등이 잠겨 있듯이 우리의 환경도 오염에 처해있습니다. 그러나 연꽃의 조건들은 그 현실에만 머물지 않고 정화하며 물위를 벗어나 꽃을 피웁니다. 우리도 방사능이라는 진흙 속에서 오염되지 않고 살기가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자신만 살자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오염이 점점 확산 될수록 더 많은 비용과 시간 및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치 등불을 켤 적에 기름과 심지가 인연이 되어 불이 켜지는 것처럼, 만일 기름에 찌꺼기가 있든지 심지가 또 깨끗하지 못하면 빛이 밝지 못 할 것입니다. 이제는 자국의 이익을 넘어 세계가 하나의 운명 공동체임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한량없는 마음의 해탈만이 자리이타를 실현하는 것이자 선정을 완성해 가는 것입니다.

[불교신문 2718호/ 5월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