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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무원장 차량까지 검문…“불교계 무시”

 

경찰, 총무원장 차량까지 검문…“불교계 무시”

“원장 차면 더 조사해야” 막말

 

 

조계사 인근에서 불심검문을 진행하던 경찰이 급기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까지 검색해 불교계가 경악하고 있다.

불수배자와 민주노총 수배자 체포 명목으로 최근 조계사 일주문을 비롯해 사찰의 모든 출입구에서 신도들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검문검색을 하던 경찰이 지난 29일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까지 검색했다. 

<사진설명>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량검문에 항의하는 종무원들의 행진을 경찰이 제지하자 사회부장 세영스님이 항의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조계사 인근의 경찰관들이 29일 오후4시를 전후해서 외부 행사 참석차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나가는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를 검색했다”며 “사찰 앞 불심검문으로 수행환경을 해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종단을 대표하는 스님의 차량까지 검문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최근 종교편향 사건에 이어 총무원장 스님 차량 검색은 경찰당국이 불교계를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앙종무기관 내 국부장스님들과 종무원 70여 명은 강하게 항의하며 종로경찰서를 방문해 조계사 수행환경 보장과 조계사 주변에서 불심검문 중지, 경찰병력의 50m 후진배치, 종로경찰서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에 우문수 종로경찰서장은 조계사를 찾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단순한 실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검문검색 당시, 원장스님 차량임을 밝혔음에도 경찰들은 “원장스님 차면 더 조사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차 내부와 트렁크까지 조사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전해지면서 우 서장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무원들은 “해명이 부족하다”며 “서울시경찰청과 경찰청을 방문해 항의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대응했다.

이어 종무원들은 조계사 후문으로 이동 “경찰들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주변에서 경계 중인 경찰들을 밀어냈다.

<사진설명>우문수 종로경찰서장이 호법부장 정만스님에게 사건 해명과 함께 사과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편 조계사 주변을 이동하며 경계를 펼치던 경찰은 지난 27일부터 조계사 일주문과 후문, 우정국 공원 출입로 등에 경찰력을 배치하는 형태로 근무형태를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신도들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실시해 신도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은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에 체포영장이 발부돼 경계가 강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8일 오전 종로경찰서에 수행환경 침해를 자제해달라는 항의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경찰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모습.

                   

  <사진설명>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이 총무원장 스님 차량검문에 항의하기 위해 조계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설명> 종로경찰서를 방문한 종무원들이 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강력 항의했다. 

                                                        

 

 <사진설명> 우문수 종로서장이 조계사를 찾아 종무원들에게 사과와 함께 해명하는 모습.

경찰의 경계 강화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조정반의 한 관계자는 “촛불집회 수배 관련 수사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계 근무형태를 조정한 것 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종로경찰서 이재원 지능팀장도 “현재 경계 강화에 따른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조계사가 종교 시설임을 고려해 최대한 신도들에게 양해를 얻어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며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신도들은 물론 조계종 대표인 총무원장스님의 차량까지 검문검색을 진행함에 따라 불교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어현경 엄태규 기자